"여성이 여성 역사 쓰지 않으면 한줄도 남지 않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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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아 기자
saoh@cdaily.co.kr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기독여성운동 30년사' 출간, 2일 출판기념회 개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기독여성운동 30년사 표지

1982년부터 교회 내 여성 평등과 한국사회의 여성 문제에 귀를 기울이며 활동해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기독여성운동의 30년 역사(1982-2012)가 책으로 발간됐다.

교회협 양성평등위원회가 펴낸 이 책은 이달 1일 출간, 2일 오후 2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기독여성운동 30년사(1982-2012) 출판기념회가 진행됐다. 이 책은 양성평등위원회의 전신인 여성위원회가 창립된 1982년부터 1990년까지 역사를 담아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는 30년의 역사 가운데 각각 10년씩을 맡아 집필한 한국염 목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 이문숙 목사(아시아교회여성연합회 총무), 정해선 국장(교회협 국제협렵국)이 나와 자신의 저술한 부분의 역사를 소개했다.

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기독여성운동 30년사(1982-2012) 출판기념회가 진행됐다.   ©오상아 기자

먼저 1982년부터 1990년까지의 역사를 정리한 한국염 목사는 "한국기독교백년사, 교회협의 '인권운동사 30년'을 봐도 여성의 이야기는 기록되지 않았다"며 "여성이 여성의 역사를 쓰지 않으면 어디도 한줄 남지 않겠다 해서, 선배 여성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기록하자 해서 초기 역사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한 목사는 "복음이 들어와서부터 (1898년) 평양 널다리골교회에서 여전도회 조직이 된 것부터 썼다. 이는 교회 여성 조직이 어떻게 발전해나갔느냐 기술하기 위한 것이다"며 "그렇게 하면서 WCC의 '하나님의 선교' 운동, 세계 여성의 해 맥락 속에서 기술해 나갔다"고 했다.

한 목사는 WCC의 '하나님의 선교' 운동과 관련해 책에서 "'하나님의 선교'에 기초해 사회문제에 관심을 보인 WCC는 동시에 여성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두었다. 이미 1953년 '교회 내 남녀협력국'을 설치하고 양성평등 문제에 관심했다. 하나님의 선교가 '인간화'를 중요시했기 때문에 자연히 '여성의 인간화'에 초점을 두고, 교회여성의 인간화를 위해 성차별적 신학에 문제를 제기했다.....그러나 WCC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교횧벼은 하나님의 선교와 인간화 관점에서 사회정의, 인권문제에는 관심을 가졌으나 '여성의 인간화' 문제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교회협 구성이 모두 남성 중심적이고 교권중심으로서 여성을 소외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가부장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게 못했다"고 기술했다.

한 목사는 1967년 4월 15일 창립된 한국교회여성연합회(한교여연)이 한국의 교회여성 에큐메니칼 운동의 총본산으로서 교회여성의 지도력 육성과 소외 계층 여성을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고 평가했다.
'세계 여성의 해'와 관련해서 "한교여연은 세계여성의 해(1975년, 유엔 제정)를 한 달 앞둔 1974년 12월 교회협 총회에 한국교회 구성원의 70%를 차지하는 여성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여성총대 40%를 참석시키라는 건의문을 보냈다"고 기록했다.

그는 "그러나 한교여연 건의는 무시됐다. 한교여연은 3년 후인 1977년 12월에 건의문을 다시 제출, 교회협 내 여성분과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며 "1978년 교회협은 에큐메니칼 평신도분과위원회(위원장 노정현) 주최로 6월 29-30일, 분도회관에서 여성문제협의회를 개최하고 여성에 목소리에 응답하기 시작했다. 이 협의회는 교회여성지도자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3개의 주제 발제와 토의로 이루어졌다"며 이 협의회의 실천과제들 가운데 교회협 안에 여성분과위원회를 두자는 의견이 나와 1978년 12월 교회협 에큐메니칼위원회 안에 여성분과위원회가 설치됐다고 했다.

한국염 목사는 "NCCK 여성위원회의 활동에 참여했지만 이 책에 이름 올라가지 않은 많은 여인들의 이야기는 따로 했으면 좋겠다"며 또 "한국교회 인권운동사를 펴낼때 다시금 여성의 인권운동사를 독자적으로 펴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고 했다.

교회협 양성평등위원회의 두번째 10년(1991-2000)을 저술한 이문숙 목사(아시아교회여성연합회 총무)는 "자료들이 유실돼있어서 연대기적으로 기술하는 것도 의미가 있게다 해서 거기에 충실했다"며 "또 초교파라는 큰 규모로 연 양성평등사업이지만 초교파적 사업이라는 이름이 무색할때가 대부분인데, 그런 한계를 안고서 이만한 활동을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쓰면서 감탄했다"고 말했다.

'희년과 기독여성10년을 넘어'라는 제목으로 90년대를 기술한 이 목사는 책에서 "1988년 선언한 한국의 '기독여성 10년' 운동은 대대적 출발과는 대조적으로 한동안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한국교회 통일 희년운동, JPIC 세계대회 등의 물결에 여성운동이 합류하면서 '기독여성 10년' 유야무야해졌다. 남성주도의 통일. JPIC운동 대열에 끼어들어 때로는 동원되고 때로는 주체적으로 사업을 일으켰지만 기독여성 10년 의제를 살려내는 독자적 여성운동의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이날 "88년에 교회협의회가 1995년을 통일 희년으로 선포한 '88 선언'을 했다. 이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도 80년대에는 그 운동의 정신이나 실천에 발전을 보이지 못하고 지지부진했지만 희년의 막바지인 94년도에 힘을 내 여성만의 협의체를 만든다"며 "여성의 관점에서 통일 문제를 생각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97-98년에 두 번 큰 대회를 치른다"며 "에큐메니칼 운동의 발전 과정으로 삼자는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책에서는 "1997 기독여성 10년 대회는 4월7일 성공회 대예배실에서 '누가 바윗돌을 옮길 것인가'를 주제로 교회협 회원교단과 기독여성단체 여성 5백 명이 참석해 열띤 분위기 속에서 치뤘다. 기독여성10년 운동의 목표를 다시금 환기하고, 교회와 사회에서 여성들이 당하는 억압과 차별 상황을 나누고, 교회가 여남평등한 제도와 문화를 실현하도록 여성으로서 할 일들을 결단하는 내용의 예배문으로 진행했다"고 소개됐다.

또 1998년에 열린 '기독여성10년' 대회에 대해서는 "WCC가 선포한 '기독여성10년' 종료를 앞두고 한국에서는 '누가 바윗돌을 옮길 것인가-1998년을 넘어 새 꿈을' 주제로 한 '기독여성 10년' 대회를 1998년 9월 29일 연동교회에서 열었다. 기독여성 550명이 참가한 이 대회는 '기독여성10년'의 성과를 축하하는 데 초점을 두고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들이 기울인 노력을 표현했다. WCC여성부가 제작한 예배문으로 개회예배를 드린 후 교단과 기독여성단체들이 준비한 '기독여성 10년 아홉 마당'이 연동교회 교육관 곳곳에 펼쳐졌다"고 기록했다.

이 목사는 "1999년 교회생활에서 평등운동이 일어나자 해서 여성관련 교회 지침을 만든다. 여성의 교회의사구조 참여를 높여야 한다며 교회 안에서 여성 차별적인 관행, 설교나 기도문에 차별적인 언어들 살피면서 토론의 자료로 만들어 생활 속에서 여성 운동을 일으키자 하면서 1990년대를 끝내게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 10년(2001-2012)을 저술한 정해선 국장(교회협 국제협력국)은 "올해가 NCCK 창립 90주년인데 여성위원회 역사는 30년으로, 그 중 3분의 1 이상을 실무자로 일했다"고 말했다.

정 국장이 "이 10년이 저희로서는 '폭력극복 10년'이라고 해서 굉장히 분주했던 시간이었다"며 "WCC의 폭력극복 10년(2000-2010, Decade to Over come Violence, DOV) 운동은 캠페인이었다. 이 운동은 폭력의 문제를 주변에서 중심으로 끌어들이려는 캠페인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책을 통해 "당시 교회협은 WCC의 세계적인 운동을 선포하는 역할은 했지만, 이 캠페인의 목적과 의의에 부합하는 사업과 활동들을 회원 교회를 통해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여성위원회도 간헐적으로 간담회, 토론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여성 문제를 전체 교회로 확산하는데 집중하지 못했고, 소수 기독여성 기관들만 교육, 캠페인, 관련 사업들을 전개했다"고 기술했다.

또한 정 국장은 "주기도문과 사도신경 새번역안 문제, 21세기 찬송가 문제, 합동 총회장의 여성비하 발언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에큐메니칼 여성들은 대응활동과 대책활동에 적극 나섰다"며 "한국교회의 무감각한 성차별 의식을 깨뜨리고 양성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주체적으로 연대했다"고 책을 통해 밝혔다.

책에서 정 국장은 "2004년 12월 3일 교회협 주기도문. 사도신경 연구특별위원회와 한기총 연구위원회가 공동연구한 '주기도문 새번역안'을 발표했다....(여성위원회는)연구특별위원회와 간담회를 갖고, 이 자리에서 '주기도문 새번역안에 대한 기독여성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여성들은 주기도 새번역안에 하나님을 포괄적 이미지로 담지 못하고 '아버지'로 국한하여 호칭한 것은 시대에 부합하지 않다고 여기며 칭호문제를 빠른 시일 내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양성평등위원회를 중심으로 여신협과 기독여민회가 개별적으로 작업해서 적극적으로 알려내는 일을 했으며 21세기찬송가에서도 여성차별적인 언어를 연구해서 21세기찬송가 준비위원회에 적극 제안했다"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여성들에게 삶의 위기를 가져온 1997년 IMF 이후에는 재능교육 해고 노동자 ,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 KTX 여승무원 등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현실이 사회적 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됐다"며 이랜드 현장 항의방문과 기도회를 위한 방문 등 활동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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