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 도미네, "나를 위해 사랑하신 그 사랑에 화답하다"

목회·신학
영화·음악
박성민 기자
aopooop@hanmail.net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 소극장에서 '영화로 읽는 기독교 역사 Ⅱ' 진행
2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 소극장에서 진행된 '영화로 읽는 기독교 역사 Ⅱ'에서 남성현 한영신학대학교 교수가 이날 상영된 '쿼바디스 도미네'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박성민 기자

"순교의 시대의 사랑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비극적인 것이다."

2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100주년기념교회(이재철 목사) 사회봉사관 소극장에서 '영화로 읽는 기독교 역사 Ⅱ(초기 기독교 편)'으로 '쿼바디스 도미네(2001, 감독 예르지 카발레로비치)'가 상영됐다.

'쿼바디스 도미네'는 기독교적인 소재로 제작된 감명 깊은 영화이며, 로마의 라틴어인로는 'Quo Vadis Domine?'다. '쿼바디스 도미네'라는 말은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뜻으로, 이 말은 성경에 나오는 베드로의 말보다도 오히려 '쿼바디스'라는 영화나 소설로 더 유명해진 말이기도 하다. 베드로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로마를 떠나갈 때 피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들어 가라는 '계시'에 되돌아 와 죽음을 맞이하는 역사적 사실을 영화화했다.

영화의 원작인 소설 쿼바디스는 1896년 폴란드의 작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Henryk Sienkiewicz)에 의해 쓰여졌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다.

네로 시대의 로마에서 벌어진 기독교 박해를 중심으로 로마군 장교와 기독교인 여자와의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1896년에 발표된 이래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되었다.

때는 AD 65년경, 기독교 탄압이 거세지던 네로 시대. 네로 황제는 방탕한 생활을 하며 기독교를 탄압한다. 로마의 폭군 네로 황제는 새로운 로마를 건설하고 시적(詩的) 영감을 얻기 위해서라는 미명 하에 로마 시에 불을 지른다.

엄청난 화재로 인해 시민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위기감을 느낀 네로는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방화범으로 기독교인들을 지목해 누명을 씌우고 잔악한 방법으로 기독교인들을 핍박하고 박해하기 시
작한다.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 로마의 장교 마크 비니키우스(파벨 델라그)는 우연히 마주친 리기아(막달레나 미엘카시)에게 한눈에 반한다. 비니키우스는 자신의 삼촌 페트로니우스(보구슬로 린다)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고 페트로니우스는 비니키우스를 돕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리기아는 기독교인으로 황제의 관리 하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마침 리기아는 옛 노예인 우르수스 덕분에 구출되고 비니키우스는 리기아를 찾기 위해 수소문한다. 비니키우스는 기독교인의 집에 숨어 있던 리기아를 찾아내고 그녀를 얻기 위해 기독교인이 되는 세례를 받기에 이른다.

기독교인들이 방화범으로 몰리고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희생양이 되면서 리기아 역시 감옥에 갇히게 된다. 기독교인들은 경기장에서 처형 당한다. 감옥에 갇힌 리기아를 구출하기 위한 비니키우스의 노력은 헛되이 끝나고 많은 기독교인이 경기장에서 고통 속에 죽어간다.

수많은 종교적 서사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종교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인 부분은 영화적 규모인 듯하다. 튀니지, 프랑스, 로마 등지에서 촬영한 영상과 원형 경기장,
궁전 등을 재현해낸 화려한 세트들, 특히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황소와 인간의 긴박한 싸움이나 수천 군중이 결집한 장면들은 전형적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영화적 고대'의 상징들이다.

카발레로비치 감독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갈등과 전쟁, 문화적 사건들로 인해 벌어지는 모습들에 대해 "인간이여, 어디로 가는 것인가"란 질문을 던져보고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영화의 세계를 설명했다.

2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 소극장에서 진행된 '영화로 읽는 기독교 역사 Ⅱ'에 170여명의 사람들이 찾았다.   ©박성민 기자

영화 상영 30분을 남겨두고 남성현 한영신학대학교 교수의 강의가 진행됐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170명 정도의 많은 사람들이 소극장을 찾았다.

먼저 로마 지하 묘지 '카타콤'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남 교수는 기독교 박해 시대에 비밀 예배를 위해 지하 묘지를 만든 것으로 믿던 때가 있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관심 갖기 전부터 이미 도시 로마에는 지하 묘지가 존재했고 기독교인들은 이를 이용했을 뿐"이라며 "간헐적으로 발생하곤 했던 박해 시대 지하 묘지로 도망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로마의 지하 묘지는 결코 안전한 도피처가 되지 못했다. 로마 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지하 묘지로 도피했던 자들이 체포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도시 로마의 기독교 공동체가 최초로 공식 이용한 지하 묘지는 구(舊) 아피아 가도 102번지에 위치한 칼리스투스(Callistus)의 카타콤이다. 이 카타콤은 확장되어 지하 5층 규모에 지하도의 길이만 해도 총 연장 10km에 이르고 약 50만개 이상의 석관을 보관할 수 있는 규모가 되었다. 4세기 교회사가 에우세비우스(Eusebius)는 코르넬리우스(Cornellius)가 로마의 감독이었던 251-253년경 도시 로마에 46명의 사제와 1500명의 과부 그리고 약 3만명의 신자가 있었다고 말한다.

칼리스투스 카타콤의 벽화는 고대 기독교 예술의 싹이 튼 곳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칼리스투스 카타콤에 남겨진 그림을 통해서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표현하는 또 다른 수단을 갖게 되었다. 남 교수는 "기독교인들은 로마 사회 속에서는 여전히 소수 집단이었지만, 이제 자신감을 갖고 전통 사회의 문화적인 수단을 통해서 자신들의 신앙적 정체성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고기(익투스) 표시에 대한 설명으로는 칼리스투스의 카타콤에서 나온 대리석 조각에는 물고기 모양이 새겨진 것이 있다. 가장 사랑받던 해양 생물은 돌고래였다. 기독교인들은 그리스 로마 사회 속에서 돌고래가 갖던 구원의 상징성을 영혼의 구원자인 그리스도에게 전이시켰다.

그는 "파우스티누스의 석관은 기독교적 배경 하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돌고래는 기독교적인 의미로 해석 돼야 한다"며 "아폴론과 연결된 신화적인 구출의 의미가 영혼의 구원자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대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테르툴리아누스는 물고기에 다의적인 의미를 부여 했는데, 그리스도는 '익투스', 즉 하나님의 아들 구원자이고 기독교인들은 '작은 물고기'로 설명한다. 남 교수는 "작은 물고기들은 세례의 맥락에서 이야기된다"며 "기독교인들은 세례를 통해 다시 태어나서 물 속에서 살아가는 작은 물고기들인 것"이라고 전했다.

남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통해 받을 수 있는 메시지는, 기독교 영성이란 단 한가지다. 예수를 사랑하는 것이다. 이것이 초기 기독교 영성의 핵심"이라며 "순교자들은 이 땅에 보상은 없다. 굉장히 비극적인 사랑이다.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비극적이다. 내가 누군가를 진실로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대신 죽고 싶은 것이다. 나를 위해 사랑하신 그 사랑에 화답하는 것이다. 순교의 시대의 사랑은 이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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