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중시하는 한국인 스스로 실제보다 과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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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웅 기자
dwpark@cdaily.co.kr
양호한 건강 상태에도 스스로는 불만족; 운동은 건강보다는 외모위해 하는 것으로 인식

한국인들은 건강과 외모 등 외부로 드러난 자신의 모습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은데 반에 현실은 이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스트레스나 자살률등의 정신건강 관련지표에서는 주관적인 지표와 객관적 지표모두 평균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LG경제연구원 윤수영 연구위원은 11일 '한국인의 건강 인식' 보고서에서 한국인은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에 대해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OECD가 발표한 '하우즈 라이프(How's life?) 2013' 보고서를 보면 한국 응답자 가운데 자신이 '매우 건강하다' 또는 '건강하다'고 답한 이들은 36.8%였다. 31개국 가운데 일본(30.0%) 다음으로 낮은 30위다.

필립스 건강·웰빙센터가 31개국 4만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도 '나이에 맞게 신체적으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인 응답자는 21%만 '그렇다'고 답했다.

OECD가 조사한 기대수명과 영아사망률, 비만 인구 비중 등을 보면 한국인의 건강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분석되는 것과 대조된다.

  ©OECD Health Data 2013(Online Database)

2011년 기준으로 데이터 가용한 OECD 33개국의 출생 시 기대수명을 비교해 보면 한국은 81.1세로 영국 등과 함께 13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영아사망률 또한 1,000명당 3명으로 30개국 중 9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국가별 과체중 및 비만 인구 비중으로 비교해도 한국은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OECD 평균은 52.7%이고 한국은 30.2%로 40개 국가 중 5번째, OECD 국가 중에서는 2번째로 낮다.

주 : 과체중 응답률: 필립스 조사에서 스스로 과체중이라고 응답한 비율 (18세 이상, 2010) 과체중/비만율 : OECD 과체중/비만율 데이터(15세 이상, 2010)

윤 연구위원은 2004∼2013년 건강·힐링·걷기·유기농 등 50여개 키워드가 포함된 언론기사를 조사한 결과 이런 키워드를 포함한 기사 수가 연평균 10.7%씩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관심에 비해 한국인의 운동 실천율은 높지 않았다.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1주일 동안 걷기를 포함한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을 실천하지 않은 비율이 53.2%에 달했는데 이 비율은 2009년 이후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외모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2011년 LG경제연구원이 1천8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는 외모로 호감을 주지 못하면 손해를 본다'는 질문에 전체의 64.9%가 그렇다고 답했다.

'더 나은 외모와 몸매를 위해 성형을 할 수 있다'라는 질문에는 여성의 36.5%, 10대 여성의 52.8%가 그렇다고 답했다.

윤 연구위원은 "한국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는 실제보다 스스로를 더 비만이라고 생각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운동의 목적을 건강 증진보다 외모 향상에 두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고 있고 있지만 자신의 상태에 대한 평가와 객관적인 지표가 모두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우울증·알코올중독 등을 스스로 검진할 수 있는 정신건강 자가잔단 앱(App)이 등장하거나 심리상담을 통해 임직원의 정신건강 관리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필립스 보고서에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많이' 또는 '다소 많이'를 택한 한국 응답자는 39%로 전체 평균(33%)을 웃돌았다. 한국은 OECD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국가로, 매년 인구 10만명 당 30명 이상이 자살로 사망하는 유일한 국가이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서도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는 약 90%의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답했으나 한국은 약 77%로 터키,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윤 연구위원은 "한국인은 스스로 건강과 외모를 과소평가하고, 밖으로 보이는 것에 신경쓰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어느 나라보다 치열한 한국의 경쟁사회를 반영한 현상이며 정신적인 안정과 치유에 대한 관심과 높은 자살률 등 사회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건강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실질적인 건강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방송·신문 등과 기업·소비자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인건강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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