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연주자 내면 반영…음악에 헌신해야"

원전연주 개척자 카위컨과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김진, 인터뷰

벨기에 출신의 연주자 시히스발트 카위컨(Sigiswald Kajikenㆍ67)은 원전연주의 선구자 중 한 명이다. 원전연주(原典演奏)란 옛 악기와 연주법을 복원해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17∼18세기의 악기 연주법을 독학으로 배운 그는 1969년 바이올린을 턱에 대지 않고 연주하는 예전 방법을 되살려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2004년에는 악기 제작자 드미트리 바디아로프와 함께 흔히 '어깨 첼로'라고 부르는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violoncello da spalla)를 복원했다.

스팔라는 이탈리아어로 어깨라는 뜻으로, 이 악기는 첼로처럼 저음을 내지만 다리 사이에 끼우지 않고 어깨 위에 올려놓고 연주한다. 그는 이 악기로 바흐와 비발디 등의 작품을 연주하고 녹음했다.

카위컨은 한국과 인연이 깊은 연주자다. 한국에서 딸과 아들을 한 명씩 입양했다. 또 국내 고음악 연주 단체인 무지카 글로리피카를 이끄는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김진이 그의 제자다.

그는 김진과 함께 바로크 음악 연주회 'Bach로 가는 길'을 9일 저녁 8시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연다. 이들은 바흐의 영국 모음곡과 무반주 첼로 조곡, 텔레만의 바이올린, 첼로, 콘티누오를 위한 트리오 소나타 F장조 등을 들려준다. 쳄발로는 벤자민 알라드가 연주한다.

콘서트에 앞서 카위컨과 김진을 지난 6일 저녁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원전연주의 의미와 음악계 현주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원전연주 운동이 1960년대부터 진행됐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활발하지 않습니다."(김진)

"원전연주는 음악의 혼과 중심을 찾기 위한 실험과 도전입니다. 제가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를 복원하게 된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죠. 이 악기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더는 연주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복원에 필요한 자료를 얻으려고 박물관을 찾아다니고, 악기 제조자와 많은 의견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가 60세 생일을 맞은 2004년에 이 악기가 복원됐죠.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는 이후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적지 않은 연주자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바흐가 칸타타 등을 작곡할 때 이 악기를 생각하고 썼다고 생각합니다."(카위컨)

"한국에는 재능있는 젊은 연주자가 많지만, 콩쿠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아쉽기도 해요. 더불어 미디어가 음악가의 내면도 자세하게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김진)

"음악을 할 때 경쟁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이라고 해서 항상 좋은 것은 아니지요. 또 모든 사람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요. 음악은 연주자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연주자는 기교적인 것보다는 음악 그 자체에 헌신해야 하죠. 사실 요즘 음악이나 사회의 다른 메커니즘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새로운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길 바랍니다."(카위컨)

#시히스발트카위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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