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삶이 말해주는 검증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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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두(감신대 석좌교수, 감신대 전 총장,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협 학술고문)

김진두 박사

웨슬리언 신학대학교의 총장을 선임하는 일은 한 사람에게 직함을 부여하는 단순한 인사 절차가 아니다. 대학의 정체성과 미래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교단 신학대학교의 총장에게는 학문적 전문성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학교의 신학적 정체성을 지켜가는 안목과 대학을 운영할 행정력·경영 능력, 재정 확보 역량, 구성원과 소통하는 리더십, 교단과 사회를 연결하는 대외적 역량, 그리고 학교를 위해 기도하고 헌신하는 영성이 함께 요구된다.그렇다면 총장 후보를 바라볼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학위와 논문의 숫자만이 아니라, 지나온 세월 동안 무엇을 해왔으며 어떤 공동체를 세우고 어떤 과제를 감당해 왔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말은 계획을 설명하지만, 지나온 삶은 그 사람이 실제로 보여준 리더십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웨슬리의 신앙과 사상을 본받아 50여 년간 웨슬리운동에 헌신해 온 양기성 박사의 삶은 주목할 만하다. 웨슬리를 연구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데 머물지 않고 국내외 웨슬리언 지도자들과 교류하며 웨슬리운동의 연대와 발전을 위해 오랜 세월 활동해 왔다. 2014년 서울신학대학교 웨슬리신학연구소 설립을 주도해 웨슬리 신학의 연구와 확산에 힘썼으며, 2023년 웨슬리언교단장협의회 창립에도 참여했다. 2025년 서울신학대학교 명예박사학위를 받고 2026년에는 웨슬리 흉상 건립에도 헌신해 웨슬리의 신앙과 정신을 기리는 일에도 함께했다. 이러한 발자취는 웨슬리 신학과 전통에 대한 오랜 관심과 헌신을 보여준다.

그의 이력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20년간의 대학 행정학 교육과 강의 경험이다. 대학은 신앙공동체인 동시에 교수와 직원, 학생, 재정과 제도를 함께 움직이는 복합적인 조직이다. 따라서 신학적 안목과 더불어 조직과 행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행정학을 오랜 기간 가르쳐 온 경험은 대학 운영을 바라보는 행정적 시각을 형성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여기에 40여 년의 목회와 교회 개척 경험이 더해진다. 목회는 사람을 만나고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다. 교회를 개척하고 오랜 기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끌어 온 경험은 구성원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며 공동의 방향을 찾아가는 리더십과 연결된다. 특히 세 차례의 새 성전 건축을 추진한 경험은 재정과 인력, 계획과 실행, 구성원의 협력을 함께 이끌어야 하는 종합적 경영 경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20년의 기도원장 사역과 사회복지사업 경험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교단 신학대학교의 지도자에게 행정 능력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신학을 가르치는 대학인 만큼 학교의 영적 방향을 이해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기도하며 섬기는 영성이 중요하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람을 섬겨 온 경험 역시 신학의 사회적 책임을 실제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신학은 교회 안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의 약한 이웃을 섬기며 공동체의 책임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20년간의 저술과 출판 활동, 10여 년의 방송 및 언론 활동도 그의 리더십을 이해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저술과 출판은 생각을 체계화하고 시대와 소통하는 과정이며, 방송과 언론 활동은 교회와 교계를 넘어 사회와 소통하는 통로다. 오늘날 대학은 캠퍼스 안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교단과 동문, 지역사회, 언론과 후원자 등 다양한 영역과 소통하며 대학의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23년 동안 이어져 온 교회연합과 네트워크의 경험이다. 총회장과 총장, 감독과 이사장 등 교단의 주요 지도자들, 대형교회 목회자와 신학자들을 연결하며 서로 다른 배경과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위해 협력할 수 있도록 연합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는 단순한 친교나 인맥의 차원을 넘어선다. 교수와 직원, 학생과 동문, 교단과 교회, 신학계와 지역사회, 후원자를 연결해 공동의 비전을 만들어 가는 일은 총장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합의 경험은 대학 발전을 위해 제시한 100억원의 발전기금 모금 목표와도 연결될 수 있다. 이는 이미 달성한 실적이 아니라 앞으로 실현해야 할 목표이자 공약이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협력 기반과 후원 체계를 구축하고 어떻게 실행해 나갈 것인가이다. 오랜 기간 다양한 지도자들과 소통하고 연합해 온 경험은 대학 발전을 위한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그의 활동은 국제적 교류와 대학선교 분야에서도 이어졌다. 국제학술대회 5회를 개최·주관하며 국제적 학술교류를 이끌었고, 대학선교대회 80여 회를 추진하며 대학선교의 확산과 연대에 힘써 왔다. 또한 웨슬리언 평신도지도자협의회를 조직하는 등 목회자뿐 아니라 평신도 지도자들과 함께 웨슬리운동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처럼 웨슬리운동 50여 년, 행정학 교육 20년, 목회와 교회 개척 40여 년, 세 차례의 성전 건축, 기도원과 복지사업, 저술과 언론 활동, 국제학술대회와 대학선교대회, 교회연합의 경험은 각각 분리된 이력이 아니라 오랜 세월 현장에서 축적된 리더십의 자산으로 볼 수 있다.

오늘의 신학대학교는 학생 수 감소와 재정 환경의 변화, 대학 간 경쟁, AI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과제 앞에 서 있다. 이런 시대에는 과거의 명성만으로 대학을 이끌 수 없다. 학교의 신학적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시대의 변화를 읽고, 사람을 모으고, 재정을 확보하며, 새로운 비전을 실행할 수 있는 종합적인 리더십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총장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일까. 단순히 나이가 몇 살인가, 학위가 몇 개인가, 논문이 몇 편인가만을 묻는 것으로 충분할까. 오히려 “무엇을 해왔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함께 물어야 할 것이다.

성경의 역사에서도 하나님의 부르심은 단순히 연령의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다. 아브라함은 75세에 부르심을 받았고, 모세는 80세에 사명을 시작했으며, 갈렙은 85세에도 약속의 산지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만이 아니라 믿음과 경험, 그리고 사명을 감당할 역량이었다. 웨슬리 역시 자신의 시대에 머물지 않고 복음전도와 교육, 사회적 실천을 함께 펼쳤다. 오늘의 웨슬리언 신학대학교 역시 전통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를 읽고 새로운 길을 열어 갈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한 사람의 지나온 삶을 살펴보는 것은 과거의 이력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앞으로 어떤 대학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일이기도 하다. 웨슬리를 본받아 걸어온 50여 년의 길, 사람과 공동체를 섬겨 온 목회와 복지의 현장, 대학과 조직을 바라보는 행정적 경험, 교단과 교회와 신학계를 연결해 온 연합의 경험은 미래의 비전을 준비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지나온 삶이 리더십을 말하고, 축적된 경험이 미래의 비전을 말한다. 오늘 신학대학교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는 자신의 삶으로 쌓아 온 경험과 공동체를 섬기는 자세, 그리고 미래를 향한 분명한 비전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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