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가 채플 의무 이수를 축소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해 달라는 총학생회의 요구에 “건학이념과 전통을 지키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지난 7일 총장간담회 자리에서 이향숙 총장은 “채플이 이화의 140년 전통이고 이화의 교육이념과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세워진 이화의 정신을 구현하는 현장”임을 강조했다. 오랜 역사와 건학이념에 비춰볼 때 채플의 제도 변경이 어렵다는 취지다.
총학생회가 학교 측에 제시한 4대 요구안 중 채플 관련 요구는 1213건으로 가장 많은 학생이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학생들은 채플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대면으로 진행돼 수업 선택과 시간표 구성에 제약이 발생한다며 온라인 병행을 요청했다. 또 실습이나 취업 준비 등으로 제때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 미리 채플을 이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하지만 이 총장은 학생들의 이같은 요구에 “채플은 이화의 기독교적 교육이념이자 정체성을 구현하는 교육과정”이라고 답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는 공동체적 경험, 현장성을 지니고 함께 성찰하는 것은 이화가 140년 동안 이어 온 굉장히 중요하고 소중한 전통”이라며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화여대는 졸업 전 8학기 동안 주 1회 대면 예배를 의무 이수해야 하는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가 종교의 자유와 학습 선택권 침해를 주장하며 온라인 병행·이수 학기 축소·선택 이수제 등을 요구하고 있어 채플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거다.
채플 논란은 이화여대만의 일이 아니다. 연세대는 졸업을 위해 4학기에 걸쳐 채플 2학점을 이수해야 하며 별도로 '기독교의 이해' 영역에서 3학점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고, 숭실대도 채플 6학기 이수와 기독교 관련 교양과목 수강 등을 졸업 요건으로 두는 등 채플 수업을 졸업 필수 요건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독교대학에서 채플이 변경 또는 대체를 요구하는 학생들과 마찰을 빚는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생 개인의 종교, 신념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종교과목 이수를 강제하는 방식이 종교를 가질 자유와 무신앙의 자유도 침해한다며 채플 의무 이수제에 대한 대체 방안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대학 측은 채플이 기독교적 교육이념과 공동체 전통을 구현하는 교육과정이란 점을 들어 현행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대학을 선택할 때 건학이념보다 입시 성적과 전공, 취업 전망 등에 따라 결정하는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종교 교육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가 오늘 채플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다. 일각에서 이런 강제 방식이 종교의 자유와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반론도 있지만, 중고교와는 달리 본인이 선택한 대학이기에 건학이념에 따르는 게 당연하지 않냐는 거다.
이화여대, 연세대, 숭실대 등은 140년 전 미국 선교사들이 이 땅에 와서 성경의 진리를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세운 기독교 대학이다. 그 대학들이 세월이 변하면서 다른 건 다 바뀌었어도 딱 하나가 바꿀 수 없었단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다. 기독교적 교육이념과 정체성을 구현하는 기독교 대학의 심장과도 같은 채플을 취사 선택의 문제로 바꿀 순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