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과 ‘국제시장’의 겹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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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 작가

‘암살자(들)’ 논란을 보며 유난히 생각났던 영화 ‘국제시장’(2014). 펑펑 울며 봤던 기억이 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다른 의미로 눈물이 났다. ‘암살자(들)’ 박철구(유해진)는 거부하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장면을 보고 특히 그랬다.

‘국제시장’에서 윤덕수(황정민)는 가장이자 장남으로서 가정을 지켜야 했다. 그래서 서독에 광부로 갔던 건데, 그것도 모자라 전쟁(월남전) 중인 베트남에 기술자로 갈 생각을 한다. 이를 처음 말하자 배우자인 오영자(김윤진)는 남편을 걱정하며 반대한다. 그러다 부부 싸움이 이어지고, 그런 와중에 태극기가 올라간다. 부부는 싸우다 말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시작한다.

영자는 남편이 베트남 가는 것에 반대하는 말을 했지만, 사실 남편이 가야만 가정이 지켜질 수 있다는 걸 알았던 것 같다. 그런 현실의 비참함에 더 크게 남편에게 큰 소리를 쳤던 게 아닌가. 결국 덕수는 돈 벌기 위해 베트남에 갔고 월남전 중 총을 맞아 평생 다리를 절고 살아야 했다.

이런 현실도 사실, 국가에 대한 원망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고 국기에 대한 경례 같은 건 안 하고 싶을만한 상황이 아닌가. 그럼에도 두 사람은 국가 혹은 다른 누군가를 탓하지 않고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살아간다.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어 그랬을 수도 있고 정말 애국심에 의해 그랬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1950~70년대의 두 사람은, 무엇이 정말 가정과 국가를 지키는 것인지 알았던 것 같다. 또 시간이 많이 지나 2010년대에 개봉된 이 영화 역시, 무엇이 이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지켜줬는지 알았으니 이런 소중한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

‘암살자(들)’에서 박철구(유해진)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는 장면은 어떤 의미인가. 진실을 찾아 내겠다는 명분 하에 움직이다 국가로부터 폭력당했으니 그럴 만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하지만 ‘국제시장’을 보고 ‘암살자(들)’을 다시 보니 선후가 바뀌는 게 느껴졌다. ‘암살자(들)’에 굳이 들어간 여러 음모론이, 한때 국가에 충성하던 형사 박철구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도록 이끌었다. 이런 전개가 어떤 의도였는지는 감독 본인만이 알겠지만, ‘국제시장’과 정반대의 결론이 나오려면 음모론과 무리수밖에는 방법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

그래서 그런가. ‘암살자(들)’을 보며, 도리어 나는 ‘국제시장’ 덕수와 영자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선배 세대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더 들었다. 전쟁 중인 국가에 가서 돈 벌어야 하고 평생 다리를 절며 살아야 하는 비참한 상황을 꿋꿋이 이겨내주신 분들, 남 탓 하며 살기 쉬운 상황에도 그러지 않고 대한민국과 가정을 지켜주신 분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왜곡하지 않고 다음 세대에 잘 전달해준 영화 ‘국제시장’까지.

 

‘국제시장’ 주인공 부부의 이름, 윤덕수와 오영자는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의 부모님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부제가 'Ode to my Father'이다. ‘국제시장’은 대한민국의 기적 같은 역사를 되짚어보며 이런 나라에 살고 있음에 감사를 표하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우리 부모님이 나의 부모님임에 감사를 표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 모든 게 절대 당연한 게 아니기에 우리가 이를 잘 간직하고 또 전해야 함을 말해주는 영화이기도 함을 알았다. Ode to my Parents, and Korea.

황선우 작가
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 대변인
‘문화는 너다’ 저자
sunu81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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