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 긴급지원단이 대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네팔 누와코트 비두르 지역을 찾아 피해 현장을 확인하고 이재민들에게 긴급 구호물품을 지원했다고 28일 밝혔다.
한교봉 긴급지원단은 지난 24일 오전 7시 수도 카트만두에서 약 50km 떨어진 비두르 지역으로 이동했다. 처참하게 망가진 도로와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차량 이동에 2시간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한교봉에 따르면 현장 하류에는 대홍수 속에서도 붕괴되지 않은 노란 다리가 남아 있었다. 강을 따라 상류로 이동할수록 강폭이 넓어지고 강변이 깎여 나간 흔적이 확인됐다. 물이 역류해 민가를 덮친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강 상류에서는 25톤 덤프트럭 정도 크기의 거대한 바위가 발견됐다. 네팔선교사회 어부회 회장 허태환 선교사는 수해 이후 8차례 현장을 방문했다며 “원래는 없던 바위인데, 홍수가 난 뒤 갑자기 나타났다”며 “바위의 크기로 보아 저 멀리 러수와(Rasuwa) 지역에서부터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무너진 다리의 파편과 퇴적물도 곳곳에 쌓여 있었다. 2층 높이였던 것으로 보이는 건물들은 흙더미에 묻혀 지붕만 드러나기도 했다.
녹색 집 한 채는 주변의 무너진 현장 속에서 남아 있었다. 대홍수 당시 고립된 주민이 옥상에서 헬기로 구조된 집으로, 집 오른쪽에는 칼로 잘라낸 듯한 절벽이 형성돼 있었고 절벽 위에는 민가들이 위태롭게 남아 있었다.
녹색 집 아래쪽에 있던 재래시장도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시장 터 위쪽에는 언론에 보도된 학교 건물이 남아 있었다. 이 학교는 상류에서 대피하라는 긴급 연락을 받은 교장이 학생들을 산으로 대피시켜 인명 피해를 피한 곳이다.
비두르 지역은 기장 총회 출신 허언약 선교사의 사역지이기도 하다. 허 선교사는 현장을 설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자녀는 한국 학교 진학을 위해 홍수가 발생하기 사흘 전 한국으로 출국했다. 허 선교사는 “만약 학교 문제로 출국하지 않았다면 우리 가족도 큰 슬픔을 당했을지 모른다”며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했다.
한교봉 긴급지원단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마지막 지점까지 이동한 뒤 도로가 유실된 구간을 피해 경사도 40~50도에 달하는 산길을 우회했다. 헬기가 드나드는 군부대 인근 ATM 기기에는 실종된 가족을 찾는 벽보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한교봉은 네팔 선교사 단체인 어부회를 통해 이재민들에게 쉘터(임시 주거지) 물품을 지원했다. 현지 업체에서 10만 원 상당의 침대와 싱크대를 주문 제작해 비두르 지역 30가정에 전달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이재민들은 물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25일 오전 11시에는 카트만두 현지에서 긴급 간담회와 구호금 전달식이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교봉 김태영 대표단장과 오현진 사무국장, 네팔선교사회 어부회 회장 허태환 선교사와 임원진, 기아대책 네팔지부원으로 구성된 긴급구호팀, 실종자 가족들이 출석하는 카트만두한인교회 류봉선 담임목사가 참석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이번 수해의 구호가 2015년 네팔 대지진 때보다 까다롭다고 입을 모았다. 지진의 경우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했지만, 수해는 피해 지역과 비피해 지역이 명확하게 구분돼 구호 대상자를 선별하고 명단을 작성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역별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수와 지역은 교량과 도로 등 국가 기간 인프라가 유실·붕괴됐으며, 누와코트 지역에서는 약 30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하고 마을 자체가 사라진 곳도 있다. 다딩 지역은 완전히 고립돼 식량 부족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러수와와 다딩 지역은 도로가 끊겨 헬기를 이용해야 접근할 수 있다. 국제식량기구(WFP)에 요청하면 헬기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헬기에 실을 식량은 구호단체들이 직접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교봉은 전했다.
행정적인 문제도 구호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네팔에서는 지진 당시 실종자가 법적으로 사망자로 인정받기까지 12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과거 지진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한 일부 주민이 이번 홍수 실종자로 허위 신고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으며, 정부가 이를 확인한 뒤 구호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행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고립 지역을 제외한 일반 이재민들의 경우 식량이나 텐트가 부족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지진 당시 지원받아 보관 중이던 텐트를 임시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재민들에게 6개월에서 1년 동안 월세 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2인 가구 기준 1만5000루피에 가족 1인 추가 시 2000루피를 지급하고 있다. 임시대피소 주민들에게는 5만 루피의 정착금과 쌀·의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카스트 제도로 인해 피해 신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소외계층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실종자 대부분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던 남성 가장들이어서 남겨진 가족들이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추산되는 총 피해 규모는 약 4조 원이며, 복구에는 6조~7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교봉은 전했다.
한교봉 긴급지원단은 공식 일정을 마친 뒤 예장 통합 측 선교사회(회장 신기도 선교사)와 모임을 갖고 선교사들의 안위와 대홍수 이후 사역 방향을 나눴다. 이어 수해 현장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