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0명 대상 한국교회 관련 6개 조사
10개 주제별 전문가 10명 선정해 집필
가나안 성도 느는 ‘크리스천 디커플링’
목회데이터연구소와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AI 시대의 신앙 변화와 교회 공동체의 재편 등을 담은 「한국교회 트렌드 2027」을 출간했다.
양 기관은 28일 서울YWCA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2027년 한국교회가 맞이할 주요 변화를 분석한 이 책을 소개했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7」은 2022년 말부터 신학교 교수와 언론인, 현직 대형교회 및 소형교회 목회자, 기독교 문화 전문가, 조사통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TFT를 통해 기획한 다섯 번째 책이다.
이번 조사는 2026년 5월부터 6월까지 담임목사, 기독교인, 이혼·재혼자, 청년부 사역자 등 한국교회와 관련된 6개 조사로 진행됐으며, 총 3,750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10개 주제와 주제별 전문가 10명을 선정해 각 분야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트렌드 현상과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책에서 특히 주목한 트렌드는 ‘프롬프트 크리스천’이다. 프롬프트 크리스천은 신앙의 질문과 고민을 AI에게 먼저 묻고, 그 답을 말씀과 공동체 안에서 분별하는 크리스천을 의미한다. ‘프롬프트(prompt)’는 AI에게 원하는 작업을 시키기 위해 입력하는 명령이나 질문, 지시문을 뜻한다.
이번 책은 AI가 신앙을 대신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신앙에 대한 질문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AI로 이동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AI 시대 교회의 과제 역시 AI를 배척하는 데 있기보다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관계적 돌봄과 영적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제시한다.
이 밖에도 책은 내년 한국교회 트렌드로 9가지를 더 제시한다. ‘노 타이틀 성도’는 직분이나 직책을 맡기보다 직분 없이 신앙생활하기를 원하는 성도가 늘어나는 현상을 다룬다. 직분 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높지만 성도 절반 이상이 새로운 직분을 맡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과도한 책임과 부담감, 직분을 선택적 섬김으로 보는 인식 변화 등을 분석했다.
이어 ‘DIY 신앙’은 성도들이 교회가 제공하는 신앙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벗어나 자신의 영적 필요에 따라 설교와 말씀, 찬양, 신앙 정보를 직접 찾아 선택하고 조합하는 현상이다. ‘아날로그 영성’에서는 디지털 중심 시대에 현장 예배와 소그룹, 직접 참여를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는 신앙의 흐름을 다룬다.
‘리얼리즘 설교’는 성경과 복음에 깊이 뿌리내리면서도 오늘의 삶과 현실을 진실하고 친근한 언어로 연결하는 설교를 의미한다. 성도들의 불안과 상실, 인간관계 등 현실에 복음이 구체적으로 닿는 설교를 ‘구속적 리얼리즘’으로 설명하며 새로운 설교 방향을 제시했다.
‘전도 리포메이션’은 교회 성장 중심의 전도에서 벗어나 복음을 삶과 행동으로 증명하는 전도로의 변화를 다룬다. ‘느슨한 공동체’에서는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의미 있는 연결을 추구하는 새로운 공동체 흐름을 제시했다. 조사에서는 성도 68%가 교회 내 느슨한 관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 은퇴 시대’는 베이비부머 목회자들의 대규모 은퇴에 따른 한국교회의 리더십 교체를 다룬다. 교세 감소와 재정 악화로 과거와 같은 은퇴 예우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청빙 때부터 은퇴 재정을 적립하고 예우 기준과 전·후임 관계를 명문화하는 등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두 번째 가정’은 이혼·재혼·한부모 가정 등 다양해진 가족 형태를 위한 목회적 돌봄을 다룬다. 목회자와 성도 대부분이 이혼·재혼 가정을 돌봐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실제 관련 사역을 하는 교회는 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환대와 회복을 중심으로 한 ‘두 번째 가정 사역’으로 가정 사역의 범위를 넓힐 필요성을 제시했다.
‘고밀도 청년 사역’은 청년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성장하는 청년부의 특징을 분석한 트렌드다. 성장하는 청년부에서는 깊이 있는 예배와 친밀하고 열린 공동체, 진정성 있는 돌봄, 청년에게 실제적인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특징이 나타났다. 이에 예배와 말씀, 환대, 소그룹, 멘토링, 돌봄을 한 청년의 신앙 여정에 촘촘하게 연결하는 사역을 제안했다.
이 같은 10가지 트렌드와 함께 책이 주목하는 한국교회의 큰 변화는 ‘크리스천 디커플링’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는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흥미로운 현상은 최근 1~2년간에 걸쳐 교회 출석자 수는 감소하는데 기독교인 수는 소폭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교회와 개신교인의 연결이 느슨해지면서 소위 가나안 성도가 늘어나고 있는 셈인데, 이는 ‘크리스천 디커플링’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커플링(Decoupling)’은 원래 서로 결합되어 있던 두 요소가 분리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책은 과거에는 ‘기독교인=교회 출석자’라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성립했지만, 이제는 기독교인과 교회 출석자의 연결이 느슨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 대표는 “사람들이 교회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교회가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지, 그리고 오늘날 사람들이 믿음을 유지하면서 교회를 왜 떠났는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책은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는 가운데 한국교회의 현재 상황도 함께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는 장년 예배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평균 회복률은 2024년 88%, 2025년 91%, 2026년 94%로 나타났으며, 전체 교회의 53%는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코로나 이전보다 성장한 교회는 2025년 8%에서 2026년 15%로 증가했다.
다음세대의 회복은 장년에 비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장년 회복률이 94%인 데 비해 교회학교 회복률은 81%에 머물렀다. 교회학교 회복률은 2024년 80%에서 2025년 74%로 낮아졌다가 2026년 81%로 올라왔지만, 책은 장년에 비해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소그룹과 성경공부, 전도·선교, 구제·봉사, 새신자 등록 등 주요 교회 사역의 회복률도 8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은 코로나 이후 개신교인의 교회 활동이 감소했으며 교회에 가는 빈도와 체류 시간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최창남 희망친구 기아대책 회장은 “「한국교회 트렌드 2027」을 목회데이터연구소와 함께 발간하고 출판회를 마련한 것은 한국교회의 변화를 함께 살펴보는 것을 넘어, 연구와 실제 사역 현장을 연결하는 협력의 기반을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기관이 가진 데이터와 연구 전문성, 교회 및 사역 현장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교회가 마주한 변화와 과제에 보다 구체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목회데이터연구소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교회와 사역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7」은 지용근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가 대표 저자로 참여했으며, 프롬프트 크리스천은 조성실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육혁신처 전임교수, 노 타이틀 성도는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DIY 신앙은 이현철 고신대학교 신학대학 기독교교육과 교수가 집필했다.
아날로그 영성은 이종필 세상의빛교회 담임목사·칼빈대학교 교수, 리얼리즘 설교는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실천신학 교수, 전도 리포메이션은 이민형 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학부 교수, 느슨한 공동체는 김승호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윤리학 교수, 두 번째 가정은 오은규 양문교회 담임목사, 대 은퇴 시대는 이인창 기독교연합신문 아이굿뉴스 기자, 고밀도 청년 사역은 이춘성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맡았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축사한 류영모 목사(한소망교회 원로, 목회데이터연구소 후원이사회 회장)는 “통계와 숫자는 지극히 냉정한 것이지만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따뜻해지는 길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한국교회 트렌드 2027」가 한국교회를 향한 주님의 가슴앓이를 우리에게 전하는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감사의 말을 전한 여전구 대표(규장 출판사)는 “이 책이 우리에게 두려움보다 깨어있음으로, 묶임보다는 풀림으로, 낙심보다는 기도로 다가가기를 바란다”며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정직하게 살펴야 한다. 그리고 이 시대 주님께서 교회에 맡기시는 일이 무엇인지 더욱 간절히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