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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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아기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지 않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관광 등을 목적으로 미국에 들어온 여성이 낳은 자녀에겐 미국 시민권을 주지 않겠다는 행정적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초 재집권하자마자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말 수정헌법 14조의 ‘속지주의’ 원칙을 근거로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리는 바람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니까 이번 행정명령 서명은 ‘원정출산’을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의 이민정책을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사 표현으로 풀이된다.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한 포석의 의미도 담겨있다고 본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정출산’ 문제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유가 따로 있다. 관광 등 다른 목적으로 미국에 입국한 후 아기를 출산하는 이른바 ‘출산 관광’이 단지 미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장차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원정출산’의 대부분 건수를 중국, 러시아 등 국가 임신부가 차지하고 있다. Voice of America(VOA)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경찰이 원정출산 조직으로 보이는 시설 20여 곳을 단속한 결과 대부분이 중국인 임산부가 대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 한국인의 미국 ‘원정출산’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 임산부가 미국 시민권 취득을 목적으로 미국에 가서 출산하는 사례는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를 중국인과 러시아인들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외국인이 미국에서 아기를 출산하는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비자를 받고 입국할 때 출산이 아닌 다른 목적을 댔다면, 비자 부정발급과 여행기록 조작 등의 불법행위가 인정된다. 관광이나 취업 등을 이유로 입국한다고 밝힌 뒤 자녀의 미국 시민권 취득을 목적으로 출산한 게 드러나면 입국 과정에서의 허위 진술로 처벌될 수 있다.

이번 행정명령이 다시 연방대법원에 의해 다시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강도 높은 이민정책을 추진할 거란 건 명확한 사실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문제를 단순한 이민 문제를 넘어 국가안보·선거 개입으로 연결지어 판단하는 한 반(反)이민 정서과 함께 ‘출생시민권 금지’정책 또한 더욱 강화될 게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