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대북 공조 균열 일으킨 장관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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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입이 연일 말썽이다. 연례 한미군사훈련의 축소를 주장하고 북한의 ‘두국가’론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더니 이번엔 미국이 한국에 공유한 북한 관련 기밀을 공개해 한미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노출했다.

정 장관은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영변과 구성, 강선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미국 정보당국이 우리 정부에 공유한 기밀 사항으로 미국 측은 자신들이 제공한 민감 정보가 정 장관을 통해 공개된 데 대해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한 구두 항의 수준이 아니라 앞으로 정보 공유를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전달할 정도로 반발이 컸다.

문제가 커지자 통일부는 정 장관의 국회 발언이 미국 싱크탱크 등에서 공개된 정보를 통해 인지한 사실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정보당국이 한국에만 공유한 중요 정보를 아무렇지 않게 외부에 노출한 책임을 덮기엔 사안이 너무 중대하다.

미국은 그간 정 장관의 언행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 왔다. 정 장관은 취임 직후 ‘한·미 연합 연습’ 조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한미 워킹그룹 추진, 대북 제재, 비무장지대(DMZ) 출입 통제권을 한국 정부가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해 사사건건 미국과 충돌했다. 또 북한 김정은이 주장한 ‘두 국가’론을 지지하고, 북한 대신 ‘조선민주주의공화국’으로 호칭하는가 하면 최근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이재명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정 장관의 거듭된 설화(舌禍)는 단순 말실수라기보다는 계산에 의해 정형화된 매우 의도된 발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왜 이처럼 북한을 두둔하고, 반대로 한미동맹을 불편해 하는지 시중에 떠도는 말들이 있지만 그게 사실인지는 본인만 알 것이다. 다만 북한에 맹목적인 이유가 무엇이든 북한의 핵위협 아래 있는 나라 국민을 생각한다면 자제하고 신중해야 마땅하다. 이번 일로 한미 간 대북공조에 차질이 없기를 바라지만 앞으로 이런 문제가 시정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