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국가 권력 앞에서 한국교회가 물어야 할 질문-

오피니언·칼럼
칼럼
  •   
연취현 변호사
연취현 변호사

부활절은 교회가 세상의 어떤 권세보다도 높은 생명의 주권, 곧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날이다. 죽음을 이기신 주님의 승리를 기념하는 이 예배는 본질상 어떤 정치적 메시지나 권력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이 교회 강단에 서서 발언하도록 허용된 사건은, 한국교회가 지금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정치인이 교회에 왔는가”가 아니다. 그 인물이 어떤 정책을 펼쳐왔고, 구체적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왔는가, 그리고 그가 교회 공동체 앞에서 발언하는 것이 어떤 상징성을 갖는가에 있다. 교회를 억압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법안을 발의하고, 특정 교회 목회자의 구속을 정당화하며, 교회 성전에 대한 강제수사에도 거리낌을 보이지 않았던 여당 출신의 대통령이, 아무런 신학적·윤리적 성찰 없이 부활절 강단에 서는 장면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교회는 국가와의 관계 속에서 늘 긴장을 유지해 왔다. 성경은 국가 권세를 무조건 부정하지도 않지만, 동시에 그것을 절대화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교회는 언제나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세상의 권력을 상대화하며, 때로는 그 권력에 맞서 진리를 증언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교회의 강단은 권력과의 친밀함을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권력 앞에서도 진리를 선포하는 자리여야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리처드 웜브란트 목사의 증언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는 공산권의 극심한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킨 목회자로, 수천 명의 목회자들이 교회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스탈린은 찬양하는 가운데 강단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공산주의자들은 세계 각지에서 성직자들을 순교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저들을 왜 찬양해야 합니까. 우리 임무는 창조주 하나님과 구세주 예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겁니다.” 그의 이 발언은 단순한 신앙 고백이 아니라, 교회가 권력과 타협할 때 어떤 본질을 잃게 되는지를 경고하는 외침이었다. 그는 이 발언 이후 공산정부의 요주의 인물이 되었고, 어느 날 아무에게도 행방을 알리지 못하고 납치되어 지하감옥에 투옥되었다.

목회자도, 사역자도 아닌, 그저 한 사람의 성도이자 법치주의가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안타까워하는 평범한 법률가인 필자는 이 시대 한국교회를 향한 웜브란트 목사의 외침이 들린다.

‘교회의 존속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건물의 보존인가, 제도의 유지인가, 아니면 하나님을 향한 거룩한 예배의 지속인가. 만약 교회가 외형적 존속을 위해 권력과의 긴장을 포기한다면, 그 교회는 이미 가장 중요한 것을 잃은 것일지도 모른다.

부활절 예배에 권력이 등장하는 순간, 교회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 권력을 축복하는 자리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그 권력조차도 하나님 앞에 서 있는 피조물임을 선언하는 자리가 될 것인가. 전자는 교회의 영향력을 확장시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후자만이 교회의 본질을 지키는 길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교회를 향한 여러가지 위협적 상황 앞에서 점점 더 ‘존속’을 말한다. 그러나 그 존속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하다. 교회의 건물이 남아 있고, 조직이 유지되며, 성도들이 예배당을 채우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교회의 생존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공동체이며, 그 예배가 왜곡되는 순간 이미 교회의 정체성은 훼손된다.

지금 한국교회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 권력과의 관계 속에서 교회의 자리를 넓히는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 앞에서의 순수한 예배를 지키는 것인가.

부활절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교회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는 날이다. 죽음을 이기신 주님 앞에서, 교회는 세상의 어떤 권력도 두려워하지 않는 공동체임을 선포해야 한다. 그 자리에서 권력과의 타협이 아닌, 하나님께 대한 전적인 충성을 드러내야 한다.

만약 교회가 이 본질을 잃는다면, 아무리 화려한 건물과 큰 조직을 유지한다 해도 그것은 더 이상 ‘교회’라 부르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비록 외형은 약해 보일지라도 하나님만을 예배하는 거룩한 공동체로 남는다면, 그 교회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교회의 “형태”가 아니라, 교회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 본질은 오직 하나님께 드려지는 예배 안에 있다.

#연취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