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에 불만 표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

오피니언·칼럼
사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한국에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있었던 부활절 행사 오찬 도중 호르무즈 해협 관리를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말하는 와중에 한국에 대해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라고 언급한 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며 “유럽 국가가 하게 두자. 한국이 하게 두든지”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자신이 영국, 프랑스, 한국, 일본 등에 파병 요청을 했음에도 이들 나라가 화답하지 않는 데 따른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우리가 위험한 곳에, 핵무기가 바로 옆(북한)에 있는 곳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보냈는데도”라며 주한미군을 언급했다. 우리는 미군을 보내 한국을 지켜주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을 돕지 않는다는 투의 항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국이 왜 부자 나라가 된 한국을 지켜줘야 하냐’는 식으로 한국에 대한 불만을 자주 토로했다. 이는 천문학적 주한미군 방위비 청구서로 이어졌다. 사실 주한미군의 규모는 2만8500명 안팎이다. 그런데도 매번 그 숫자를 4만5000명이라고 하는 데는 미국이 한국 안보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가면서 언급한 나라들은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재개를 위해 미국이 요청한 군함 파병을 거부한 나라들이다. 파병 대신 이들 나라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규탄 공동성명서에 동참했다. 이중 대한민국은 7개국이 낸 공동성명 대열에 가장 늦게 동참한 나라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만을 콕 찍었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주한미군을 거론했다는 게 신경 쓰인다. 앞으로 주한미군 방위비 압박 수준이 아니라 병력 축소 같은 더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이란전쟁에 주한미군의 사드를 중동으로 옮겨갔다. 이는 한국의 방위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걸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이 한국을 지켜주고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말을 단순히 섭섭한 표현 정도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서로를 든든히 지켜주기로 국가 간에 약속한 ‘한미동맹’의 관점에서 이 문제는 한국의 귀책사유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