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구 맘대로 北을 ‘조선’으로 호칭하나

오피니언·칼럼
사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명으로 공식 호칭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통일부와 통일연구원의 공동 학술회의 행사 개회사에서 북한을 ‘조선’으로 3차례나 언급하고 ‘남북 관계’ 대신 ‘한조(韓朝) 관계’란 표현까지 사용했다.

정 장관이 북한을 공식 국가명으로 호칭한 날은 공교롭게도 북한 김정은의 시정 연설이 공개된 다음 날이었다. 이걸 의식했을 수도 있지만, 개회사 내용으로 볼 때 남북한이 서로 체제를 존중하자는 의미에 방점이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정 장관은 올 1월 통일부 시무식 때도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도 호칭해 논란의 중심이 됐다. 북한 체제를 존중하는 의미겠지만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못 박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대한민국의 헌법적 정체성과 기본 대북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당은 정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고 남북관계를 '한조관계'라 표현한 것과 관련해 “명백한 헌법 유린”이라고 규탄에 나섰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제11회 서해수호의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 장관의 호칭 문제가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 장관의 즉각적인 경질을 요구했다.

야당의 지적대로 정 장관의 거듭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호칭 언급은 그냥 넘기기엔 너무나 무거운 사안이다. 통상적인 외교적 수사로 여기기엔 그 의도하는 바가 너무나 직설적이라 불편하다.

물론 정부가 남북 대화와 남북 적대 관계 완화라는 방향성을 놓고 노력하는 걸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통일부 장관 신분에서 남북 대화를 위한 노력과 공개적으로 북한을 한 국가로 인정하는 선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며,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지향을 명시하고 있다. 이건 한반도 내 유일한 국가가 대한민국뿐이란 뜻이다. 이런 대원칙을 무시하고 북한 체제를 국가로 승격시키는 건 일개 장관이 마음대로 정할 사안이 아니란 거다.

남북 관계는 상호성의 영역이다.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체제를 국가명으로 호칭하는 건 스스로를 부정하는 거고 상호성의 균형만 깨진다. 헌법도, 국민도 준비돼 있지 않은데 매번 정 장관만 앞서 나가는 걸 봐야 하는 게 불편하다 못해 불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