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상등 켜진 경제, 민생 외면한 국회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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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넘어서면서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무너졌다. 환율 1500원 돌파는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의미다.

지난 4일 밤 1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섰다. 전날 밤 1490원을 넘긴 지 불과 몇 분 만에 1500선을 돌파한 거다. 미국의 이란 공습과 이란의 보복 공격에 따른 중동전쟁 재발 여파 등 몇 가지 요인이 겹친 탓이지만 급격한 달러 매수세 유입으로 원화 약세가 가속화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환율 1500원 선은 우리 경제에 주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 외환시장에서 이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기는 이유다. 중동전 여파라 하더라도 한국 시장의 신뢰도가 저항선으로 여겼던 수준을 넘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건 분명하다.

고환율은 원유와 곡물,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가 급등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하고 국제유가까지 상승하자 국내 주유소마다 대폭 인상된 기름값으로 고객을 맞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지난 3, 4일 이틀간 패닉 상태에 빠졌다. 7000선을 앞둔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5800선이 붕괴됐다. 5일 현재 일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중동전 상황에 따라 또다시 출렁댈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에 몰아닥친 충격파는 중동전쟁이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전쟁 탓만 하고 있기엔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나 심각하다. 정부의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중동전 상황과 관련해 “경제에는 심리가 중요한데,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안 심리를 자극하려는 가짜뉴스가 판치고 있다”며 “이런 행위에 대해 형사 고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율급등과 금융시장 불안의 책임을 가짜뉴스 유포에 돌리는 건 온당치 않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심리적 요인은 외부 요인에 의해 촉발된 것이고 그런 요인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과 그 속도가 훨씬 중요한 거다.

관세 및 고환율 대응을 위해 발의된 ‘대미투자특별법’ 등 관련 법안을 국회가 조속히 처리하지 않고 질질 끌고 있는 것도 우리 경제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생과 무관한 ‘사법 3법’ 처리에 골몰한 나머지 민생 경제 관련 법안 처리를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총리는 가짜뉴스 단속보다 여당에 협조를 촉구하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