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정교분리 위반 시 종교재단 해산 검토’ 지시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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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셉 목사(기독교한국 대표, 평택사랑의교회 담임)
김요셉 목사

최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정교분리를 중요한 헌법적 결단이라 규정하고, 종교재단의 조직적·체계적 정치 개입은 헌법 위반이라고 단정했다. 나아가 일본의 종교법인 해산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도 필요시 종교재단에 대한 해산 명령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수단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발언은 정교분리 원칙을 단순한 국가 중립을 넘어, 종교단체의 정치 활동 전반을 포괄 규제할 수 있는 근거로 확장하려는 신호로 읽히며, 신앙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파장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 제20조가 규정한 정교분리의 핵심은 국가가 특정 종교를 국교로 삼거나 차별·우대하지 말라는 중립·불개입 명령이다. 이 원칙이 종교단체의 모든 정치적 발언을 보호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국가가 종교라는 이유만으로 일반 국민에게 허용된 정치적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일률적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조직적 정치 개입” 일반을 헌법 위반으로 규정할 경우, 종교단체가 공적 사안에 대해 비판·의견 표명을 하는 행위까지 선거운동과 동일선상에 놓여 제재 대상이 되는 방향으로 법·제도가 설계될 위험이 있다.

또한 일본 통일교 해산 청구 사례를 끌어와 “해산 명령”을 거론한 부분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일본에서의 핵심 쟁점은 수십 년간 반복된 고액헌금 강요·기망적 모금 등 구체적 위법 행위와 대규모 피해였고, 정치 개입은 부수적 요소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이를 단순히 “정교분리 위반에 대한 해산 명령”으로 소개하면, 향후 입법 과정에서 위법 행위에 대한 사법적 통제와 정교분리 위반이라는 추상 기준에 근거한 행정부 재량이 뒤섞여, 해산 요건이 모호해질 우려가 있다. 해산 제도 자체를 논의하더라도, 엄격한 법원 통제·명확한 위법 요건·피해 회복 중심의 설계를 전제로 해야지, 정권과 긴장 관계에 있는 종교단체를 압박하는 수단처럼 비칠 언사를 최고 권력이 가볍게 구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되어 온 구조적 문제는, 정치권력이 표와 조직을 얻기 위해 특정 종교세력과 유착하는 카르텔이었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교분리 원칙의 남용을 우려한다면, 종교의 권력 비판만이 아니라 정치권의 종교 이용, 정권 친화적 종교세력의 특혜·면죄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정교분리가 정권에 비판적인 종교세력만을 향해 선택적으로 작동한다면, 이는 헌법 원칙의 적용이 아니라 정치적 심판의 언어가 된다.
헌정 질서를 보호하는 도구는 이미 형법·정치자금법·민법·공직선거법 등 여러 법률에 마련되어 있다. 특정 종교단체가 불법 정치자금 제공, 강요된 헌금, 사기성 모금, 선거법 위반을 저질렀다면 그 행위자를 상대로 엄정하게 수사·재판을 진행하고, 피해 회복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치면 된다.

정교분리는 이러한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과 함께, 합법적 범위 안에서 종교단체가 신앙과 양심에 따라 공적 사안에 의견을 제시하고 권력을 비판할 자유를 함께 보장하라는 복합적 원칙이다. 대통령이 휘둘러야 할 것은 “해산 명령”이라는 칼날이 아니라, 정교분리와 종교 자유, 선거 공정성을 동시에 지키는 세심한 헌법 감수성과 제도 설계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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