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혼란속에 고대유물 또 1천여점 약탈

중동·아프리카
편집부 기자

이집트 내 치안 공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가운데 유명 박물관에서 고대 유물 1천여 점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이집트 유물부 등이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집트 남부 도시 민야에 있는 말라위 국립 박물관 측은 지난 15일 오전 약탈꾼들이 박물관을 습격해 3천500년 전 제작된 파라오 아크나톤 딸의 석상과 도자기 등 유물 1천50점을 훔쳐 달아났으며 이 과정에서 박물관 매표원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고고학자인 모니카 한나는 도난당한 아크나톤 파라오 딸의 석상은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라고 전하고, 유물을 대거 약탈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박물관 내부에 들어가 보니 치안 병력은 보이지 않고 10대 소년 몇 명이 미라를 불태우고 석상을 부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들에게 여기 있는 유물은 이집트 국민의 재산이라며 파괴하지 말라고 부탁했다"면서 소년들이 물러난 후에는 한 남성이 총을 쏘며 나타나 자신을 박물관에서 끌어내려 했다고 말했다.

한나는 약탈을 피한 고대 이집트 석관 5개와 미라 2구, 유물 수십 점을 안전한 곳에 보관했다며 "박물관 옥상에 저격수가 있어 총에 맞지 않기 위해 머리를 숙이고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유물부는 군부에 내쫓긴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지지 세력을 진압하기 위해 군인과 경찰 대다수가 수도 카이로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틈을 타 약탈꾼들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뮬부는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됐을 때도 다른 지역 박물관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번에 약탈당한 유물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말라위 국립 박물관장인 아흐메드 샤라프는 박물관 인근 경찰서를 공격하고 약탈을 자행한 주체는 무슬림형제단이라고 주장하며 비난했다.

이집트에서는 2011년 이후 정국 불안이 계속되면서 불법 도굴이 크게 늘어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수도 카이로에서 시위대와 군·경 사이의 최악의 유혈충돌이 계속되자 지난주 이집트 국립박물관과 피라미드 유적지 여러 곳을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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