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아웃’ 부추기는 ‘종교확장’에 매몰되지 말고, 영적 균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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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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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A 서울컨퍼런스 2023’에서 위클리프 부대표 역임한 정민영 선교사 메시지

종교개혁운동이 놓친 것, ‘쉼, 안식, 피정, 묵상’ 등
‘번 아웃’ 부추기는 ‘천박한 신학’과 ‘행위주의 신앙’
병적인 신앙과 선교를 부추기는 ‘종교중독’
하나님의 선교, 우리가 중심 되면 안돼..그분의 방법대로
피조세계의 바이러스는 ‘코로나’ 아닌, ‘인간의 욕심’인지도...
7일째 ‘안식’이 창조의 완성, 이것을 거룩하게 해야

국제적 선교번역단체인 위클리프의 부대표를 역임한 정민영 선교사가 '삶, 숨, 쉼'이라는 주제로 저녁집회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상진 기자

비즈니스 세계 속 선교적 삶을 격려하며 도전하는 IBA(사무총장 이다니엘 목사)가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혼돈의 시대 속 변혁의 비즈니스 리더’라는 주제로 ‘IBA 서울컨퍼런스 2023’을 한사랑교회(담임 황성수 목사)에서 개최했다.

IBA는 ‘International BAM(Business As Mission) Alliance’의 약자로서, 2004 로잔운동으로 인해 본격화된 글로벌 BAM(비즈니스 선교) 운동의 흐름에 따라 2007년 한국교회 BAM 운동을 위해 국내외 기업, 지역교회, 선교단체들이 모여 세운 연합운동체이다. 현재 55의 기업, 지역교회, 선교단체와 현장선교사들이 연합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신력있는 단체이다.

25일 저녁 집회에서는 국제적 선교번역사역단체인 ‘위클리프 선교회’(Wycliff)의 부대표를 역임한 정민영 선교사가 ‘비즈니스 세계 속 안식과 공동체’라는 주제 속 ‘삶, 숨, 쉼’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정민영 선교사는 “성경강해의 시간에 '안식'에 대한 내용을 부탁받아서 사실 조금 놀랐다. 왜냐면 언뜻 보면 이 주제는 비즈니스와 연결이 안되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너무 좋다. 왜냐면 이것은 너무 본질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운을 띄었다.

그는 “지긋지긋한 코로나 사태가 준 뜻밖의 선물이 있다. 장기간 지속됐고, 우리는 몸살을 앓았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는 산업사회의 톱리바퀴처럼 돌아가던 당시 영국의 삶을 고발했다. 코로나로 인해 이 톱니바퀴가 멈췄다. 이로 인해 ‘일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어떤 신학자가 ‘하나님이 일 중독자들을 위해 리셋 버튼을 눌렀다’라는 표현을 했다”라고 했다.

이어 “서양의 한 작가 앤 라못(Anne Lamott)은 ‘우리가 오작동할 때, 우리도 가끔씩 리셋을 해야 한다’고 했다. 즉 ‘우리의 일에 휴지기를 줘서 회복을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라며 “락웰 켄트(Rockwell Kent)는 ‘우리의 일생에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의 영혼이 성장한다’고 했다. 일에만 몰두하면 우리의 창의성은 줄어든다”고 했다.

정 선교사는 “장기간 지속된 코비드 상황은 피조세계에게 희년의 안식 같은 뜻밖의 선물이 되었다. 우리의 활동과 동선이 제한되는 위기를 맞은 인간에게도 ‘강요된 쉼’이 일종의 ‘변장된 축복’으로 다가왔다”며 “우리가 관행적인 태도는 바꿔야 한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강권적으로 일하신 것이다. 코로나가 문제가 아니였다. ‘인간’이 ‘피조세계의 바이러스’ 같은 존재였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성경은 구원으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창조부터 시작해서 재창조로 끝난다. ‘예수 믿고 구원받자’ 이것만 말한다면 복음을 천박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창세기의 문화명령은 피조물인 인간이 세상을 돌보고 다스리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다. 우리의 선교명령은 원초적 문화명령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의 허용적 섭리 안에서 벌어지는 현 상황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과거의 분주한 일상과 사역으로 돌아가려 서두르기보다 이런 상황을 허용하시는, 그분의 뜻을 분별하고 순종하는 ‘바로잡기’, 곧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개혁이다. 모든 시대의 교회는 ‘제자리로 돌아가는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전도서는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것을 보라, 형통한 날에게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전7:13-14)라고 말하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를 통해 공예배를 드릴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예배에 대해 생각해 봤다. ‘성경이 말하는 예배’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물론 공예배는 중요하지만,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본질적 예배’를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정민영 선교사는 “우리는 삶을 호흡의 유무로 판단한다. 우리는 단지 호흡만 있는 '동물적 생존'을 삶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며 “아담처럼 ‘하나님이 숨을 불어넣으심으로 시작되고 유지된다’고 성경은 가르친다. 이것은 굉장히 심오한 성경의 인간론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다른 피조물과 구별된다. 어떤 피조물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한 대상은 없다. 역설적으로 인간을 이해하려면 신론을 이해해야 한다. 왜냐면 우리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드셨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인간의 생물은 단순히 생물학적 연명이 아니라, 성서적, 신학적 차원에서 그분의 호흡으로 우리의 인간됨이 결정되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은 삼위일체의 공동체적 존재이시다. 그렇기에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론을 깔고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예수는 말씀(Logos)인 그리스도이시고, 이것은 성령의 호흡이며, 하나님의 생명이다. 그냥 물질적인 존재의 기계적인 호흡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말씀의 사람이 되고 성령의 사람이 되려면, 물질적 존재가 기계적으로 호흡하는 깜짝 쇼가 아니라, 영적 호흡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담과 하와는 빈곤이 아니라, 풍요 속에서 비진리의 유혹에 빠졌다. 그런데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굶주림 가운데서 진리를 선택하신 것은, 그래서 크게 대조된다”며 “사람이 떡으로 사는 것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즉 동물적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떡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민영 선교사는 “교회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만나를 먹었다. 그러나 그들도 결국 죽었다. 우리는 쉼(끝, 목적)을 향한 삶을 사는 것(마태복음 11:28)”이라며 “이것은 ‘대박 나게 해주겠다’가 아니다. ‘모두가 힘든데 너희만 대박 나게 해 주겠다’도 아니다. ‘쉼’이다. 요즘에는 심지어 세상도 철이 들었다. ‘삶, 숨, 쉼’이라는 오늘 메시지의 제목은 세상의 것을 차용한 것이다. 그들도 요즘엔 웰빙(Well-Being)보다 웰 다잉(Well-dying)을 말한다. 목적에 대한 질문인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성경적 시간관으로 볼 때, 시작과 끝이 있다고 말한다. 끝이 있다는 것은 목적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사는 것이 어떤 목적을 지향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며 “잠시 세상에 사는 것이다. 소풍을 온 것처럼 말이다. 내가 위클리프 본부에서 수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한국을 빼고 모든 나라의 공항에서는 항상 ‘외국인’ 쪽을 통과한다. 이처럼 우리의 본향은 천국이고, 이 땅에서 우리는 이방인이라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특별히 개신교 전통은 쉼이 약하다. 이 문제는 근원적으로 다뤄야 한다. 종교개혁운동은 긍정적 문제도 있고, 부정적 문제도 있다”며 “종교개혁운동은 중세적 이원론(성과 속, 사제와 평신도 등)에서 벗어나 모든 성도의 ‘일과 직업이 소명’으로 인식되면서면서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 (노동의 신성함과 청지기적 근면과 성실)가 강조됐다. 이것은 좋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살후3:10) 이것이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것은 양날의 검과 같다. 유익도 있고 부정적 측면도 있다”며 “‘목욕물과 함께 버린 아기’라는 표현이 있다. ‘더러워진 아이를 씻긴 후, 더러워진 물과 함께 아기도 버렸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로마 카톨릭의 폐단과 함께 버린 좋은 것으로 ‘쉼’, ‘안식’, ‘교제’, ‘피정’, ‘묵상’, ‘멍때림’ 등이 있다. 그 결과 ‘천박한 신학’, ‘행동주의 신앙’, ‘번아웃 부추기는 병적인’ 교회문화와 선교문화 즉 ‘종교중독’이 됐다”고 했다.

정민영 선교사는 “우리 신학이 천박해 지는 신학을 500년간 이어왔다. 번아웃을 유도하며 심지어 ‘번아웃’이 되는 것이 믿음이 좋은 것인 양, 부추기는 ‘변태적 종교문화’가 있다”며 “선교를 논하면 그 무엇도 문제가 안된다. '닥치고, 지상명령!'이라는 ‘성과중심’의 공격적 전도와 선교를 부추겼다”고 했다.

이어 “성경에 ‘너희는 제자 삶으라’라는 말만 얘기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성경의 맥락을 전체적으로 다 살펴봐야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며 “‘위대한 일을 하라’라는 윌리엄 캐리의 말은 맞는 말이지만, 우리가 하나님을 안 도와드리면 하나님이 일을 못하시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의 선교’,는그 분의 방법으로 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천민자본주의적 신앙'을 극복해야 한다”며 “이것은 주님의 일이다. 내가 안 도와드린다고 하나님이 못하시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나를 '나의 선교의 흑역사'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일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신성한 연합에 참여하는 것이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최소한 하나님의 일을 도와드리는 것이 아니라 방해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아야 한다. 기업가 중에서도 이런 일들이 많다. 우리는 하나님의 선교에 우리가 중심이 되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방법으로 해야 한다”며 “우리는 더 이상 ‘십자군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 이것은 ‘힘으로나 능력’이 아니라 그분의 ‘영’으로 해야 한다. 이것은 능동적인 것이 아니라 ‘수동적’인 개념이다. 내가 아는 한 장로는 ‘하나님게 최고 많은 십일조를 드리겠다’라고 했었다. 그런데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한 한 장로는 결국 탈세로 감옥에 갔다”고 했다.

정민영 선교사는 “우리는 ‘영웅심’과 ‘자기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일을 하면 안 된다. 가장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처럼 자신의 신앙을 포장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그들은 ‘예수 믿어서 대박 나야 한다’고 말하는 듯이 행동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면에서 ‘게을러서 못 산다’도 그릇된 표현이다. ‘게을러서 가난하다’고 말해야 한다. 왜냐면 ‘저소득층 국가의 삶 만족도가 높은 것은 무엇인가?’ 이것을 제고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 유일하게 ‘가족관계’나 ‘공동체’보다 ‘사유재산’을 더 추구하는 나라이다. 나는 반미주의자는 아니지만 우리는 너무 ‘미국형 자본주의’에 길들여져 있다. 이것을 그대로 카피한 것이 ‘헬 조선’”이라며 “그런데 이것이 젊은이들만의 문제인가? 그리스도인은 어떤가?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면, 우리에 삶의 질과 여유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 주님은 ‘악덕 기업주’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민영 선교사는 “하나님께서 6일째 창조를 마치신 것이 아니다. 7일째 안식을 통해 마치셨다. 왜 하나님은 6일이 아니라 7일을 거룩하게 하셨는가? 이것은 애초에 안식을 지향하고 안식으로 창조를 재창조하신 것”이라며 “어떤 신학자는 ‘개신교 신학에 안식의 개념이 취약하다는 것은 구원론이 취약한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잘 살고 잘 먹자는 ‘무당종교’가 됐다”고 했다.

이어 “일 중독에 관해 ‘잠은 죽어서 잔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유물론적 가치관으로 뒤틀린 세상의 엉터리 철학인 것”이라며 “하나님의 진리가 가르치는 일과 쉼의 균형을 유지하는 건강한 삶이 영원한 안식(구원)을 나누는 삶이 되야 한다”고 했다.

정민영 선교사는 “우리는 사람을 살리는 사업인가?(work to live), 아니면 사업을 위한 인간의 도구화(live to work)인가?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인간 존엄성에 근거해서, 당신과 동료는 노동과 쉼의 건강한 균형을 누리는가?”라며 “우리는 ‘종교를 확장하는 것’에 매몰되지 않고, 건강한 쉼을 통해서 일과 쉼 모든 것이 즐겁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IBA '서울 컨퍼런스 2023'은 비즈니스 리더, 지역교회 목회자, 선교단체 대표 및 현장 선교사 등 다양한 이들이 연합적으로 참여하여 다채로운 커리큘럼을 선보였다. 크게 오전의 주제강의와 오후의 선택강의, BAM Insight, 영역별 네트워킹 모임, 등을 비롯하여 저녁집회로 마무리 됐다.

주제강의 발표자로서 사회혁신 사업의 선두주자들이 최신 비즈니스선교 현안을 소개했다.  IBA의 사무총장 이다니엘 목사를 비롯해, 조원희 변호사, 나종일 부문장(루트임팩트), 정원혁 대표(디플러스) 등이 있었으며, 이들이 다룬 주제 강의로는 ‘쩐의 전쟁-돈, 노동, 일터, 사랑’을, ‘소셜 벤처의 성지에서 BAM을 생각하다’를, ‘인공지능의 시대, 크리스천의 진로’, ‘비즈니스 세계와 선교적 삶’ 등이 있었다.

‘BAM 인사이트’에서는 5명의 전문가가 차례로 나와 15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가운데 자신의 사역에 핵심을 짧고 굵게 이야기 하는 시간이다. 남기웅 대표(커넥트 픽쳐스), 기우진 대표(러블리페이퍼), 정은진 소장(진로와소명연구소), 유정민 대표(원바디커뮤니티), 나도움 목사(스탠드그라운드), 민준호 대표(LIM), 유재철 대표(보이마루), 황진솔 대표(더브릿지), 김홍빈 대표(도시사역선교회), DY대표(NK내지기업)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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