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군형법 제92조의 6 사실상 무력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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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동성 군인 사적 공간 합의 성행위, 군형법 처벌 안 돼”

전원합의체, 관련 사건 원심 판결 파기하고 환송
“군기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했다 보기 어려워
동성 간 성행위, 그 자체로 추행 해당하지 않아”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군형법 92조의 6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군인들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자리해 있다. ©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다수 의견으로, 남성 군인 두 명이 근무시간 외 영외에서 합의 하에 성행위를 한 것을 군형법 제92조의 6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전원합의체는 21일 오후 해당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선고했다.

군형법 제92조의 6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군인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동성 군인들이 영외 사적 공간에서 합의 하에 한 성행위에까지 이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앞서 1심은,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없는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되, 나머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피고인 A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고, 피고인 B에겐 징역 3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2심(원심)은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었다.

이후 이번 대법원 상고심에서의 쟁점은 각각 ①군형법 제92조의6의 ‘항문성교 그 밖의 추행’의 의미에 관한 제한해석의 필요성이 있는지 ②근무시간 외에 영외에서 합의 하에 이루어진 동성 간 성행위가 군형법 제92조의6의 ‘항문성교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해 처벌대상이 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선고에서 “결론적으로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와 그 밖의 유사한 성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뤄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엔 현행 규정(군형법 제92조의 6)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또 “사적 공간에서 자유로운 의사로 합의에 따라 성행위를 한 경우와 같이 군기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두 가지 보호법익 중 어떤 것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 처벌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대법원은 ‘추행’에 대해 “사회 변화에 따라 그 구체적 의미와 적용 범위가 달라져 왔다”며 “동성 간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 관념에 반하는 추행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이 시대 보편 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동성 간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추행에 해당한다는 종래 해석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해당 규정에 명시된 ‘항문성교’가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라며 이 규정이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당연히 도출될 수 없다고도 했다.

“구성요건 재한해석 할 수 없어” 반대 의견도

다만 조재연·이동원 대법관은 “현행 규정은 행위의 강제성이나 시간과 장소 등에 관한 제한 없이 남성 군인들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처벌하는 규정이라고 봐야 하고, 구성요건을 제한해석 할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교계 한 관계자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상관의 명령을 거부하기 어려운 군대라는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매우 우려스러운 판결”이라며 “무엇보다 동성 간 성행위를 일반적인 성행위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군형법 제92조의 6이 동성 군인 간 성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고, 동성 간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추행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서로 합의 하에 한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군형법 제92조의 6은 사실상 무력화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군형법92조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