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분양·투자심리 ‘트리플 하락’… 부동산 시장 냉기류

국토연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 5개월째 하락

고점 인식 확산과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으로 서울 아파트값의 조정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집값 선행 지수로 여겨지는 부동산 심리 지표가 일제히 하락하며 집값 하락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거래절벽 속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대선 이후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5.3으로 전달의 108.1보다 2.8포인트 하락했다. 2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8월 148.9까지 올랐던 서울 주택매매시장 심리지수는 9월 142.8, 10월 128.7, 11월 118.8, 12월 108.1, 1월 105.3 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집값 상승 기대감을 수치화한 것으로 국토연구원이 부동산 중개업소와 일반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산출한다. 0~200의 숫자로 지수화 하는데 0∼95는 하강 국면, 95∼114는 보합 국면, 115∼200은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중개업소 설문을 통해 수요와 공급 수준을 측정하는 서울 매매수급지수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월 첫째 주 기준 88.7로 최근 13주 연속 수요 보다 공급이 많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수치다. 이 지수가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지면 집을 팔겠다고 내놓은 집주인이 사겠다는 주택수요자 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KB부동산이 발표하는 1월 서울 매매가격전망지수도 85.9로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1월 수치는 2020년 4월(86.0)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전국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2, 3개월 후 집값 전망을 조사한 것으로 100을 밑돌면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분양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월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71.5로 전월 대비 4.7포인트 하락했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분양시장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된다는 의미, 100을 넘지 못하는 부정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2021년 상반기의 분양시장 호황이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인식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아파트 경매시장 낙찰률도 떨어졌다. 지지옥션이 발표한 '1월 경매동향보고서'를 보면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48.6%로 12월(46.9%)에 비어 두 달째 50%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 1월 낙찰률 75.0%에 비해서는 26.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최근 부동산 거래 시장은 극도의 침체기를 겪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대선 변수가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세보다 싼 매물이 간헐적으로 거래되면서 하락 사례도 나온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포레카운티'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0월2일 12억5000만원(11층)에 거래됐는데 올해 1월7일에는 9억원(9층)에 팔리며 3개월 사이 3억5000만원 떨어졌다.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2차 전용면적 59㎡의 경우에도 지난해 10월1일 8억9000만원(5층)에 거래됐는데 올해 1월20일에는 8억2000만원(5층)에 거래됐다.

실제로 지난 15일 부동산원이 공표한 작년 12월 서울 실거래가격 지수는 0.95% 하락했다. 지난 2019년 1월(-1.05%)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서울 5개 권역 모두 떨어졌는데, 은평·서대문·마포구가 포함된 서북권은 무려 3.91% 하락했다. 실거래가지수는 실제 신고 된 거래 사례만 집계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통계로 평가받는다.

매매가격을 지지하는 요인 중 하나인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의 지난 2월 첫째 주(2월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0.02%를 기록했다. 2019년 6월부터 137주(2년8개월) 동안 이어져 온 상승세가 끝나고 최근 2주 연속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일선 중개업소들은 거래가 급감한 상황이라 일반적인 하락 패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가 안 되는 상황에서 한두 개 싸게 파는 게 거래가 될 뿐 대세 하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대선이라는 변수가 있어 향후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변화할 지 판단하기 어려우니 그냥 거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며 "대선 이후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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