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인생

오피니언·칼럼
설교
홍석균 목사

본문 : 창세기 17장 15-22절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을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렇다면 호랑이에게 ‘가죽’, 사람에게 ‘이름’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바로 정체성을 뜻한다. 동물의 사체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동물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볼 수가 없게 된다. 그러나 사체에 호피 무늬가 남게 된다면 이내 이 동물이 호랑이였다는 것을 식별할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죽으면 모든 육체는 흙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그 사람을 기억하기 힘들다. 그런데 그를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사람의 이름이다. ‘아무개 그 사람 참 좋은 사람이야.’ 아니면 ‘아무개 그 사람은 정말 아니야.’ 왜 이렇게 말하는가? 이름 석 자에는 그 사람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름을 지을 때 함부로 짓지 않는다. 이름대로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원을 담아서 짓는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의 이름과 삶이 맞지 않을 때 이름을 고치기까지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성경에서도 개명(改名)을 한 인물들이 종종 소개된다. 오늘 본문에서는 특별히 하나님께서 ‘사래’를 ‘사라’로 개명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이유는 사래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주시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사래에게 어떤 정체성을 주시기 위한 것이었나? 새로운 정체성을 확인하기 전에 개명 전과 개명 후의 이름의 뜻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개명 전 이름인 사래는 ‘공주’라는 뜻이고, 개명 후 이름인 사라는 ‘왕비’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 한 가정의 여인이었던 사래를 이제는 열방의 여인으로 바꿔 주셨다는 뜻이다. 아브람을 아브라함으로 바꾼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이름을 바꾸셨나? 그들이 정체성과 맞지 않게 살았기 때문이다. 아브람의 뜻은 ‘고상한 아버지’라는 뜻이다. 아브람은 과거 갈대아 우르에서 가족의 번영만을 위해서 살았다. 어떻게 보면 아무 고생 없이 고상하게만 살았다. 사래도 한 가정에서 공주처럼 살았다. 그들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망각하고 현실에 젖어 안일하게 살았다. 그래서 이 개명 사건을 통해서 이제 너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열방을 위해 삶을 살라고 가르쳐 주신 것이었다. 이 사건은 사생애에서 공생애로 바뀌는 전환점을 뜻한다. 예수님께서도 이 땅에 오셔서 육신의 아버지 요셉의 가정에서 자라셨다. 목수로 부모님의 일을 도우며 가정을 위해서만 사셨다. 그런데 예수님이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셨다. 그 뒤부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고, 귀신을 쫓아내시고, 병든 자를 고치셨다. 공생애의 시작을 알리셨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이름도 바꿔 주셨다. 그 이름에 맞는 새로운 정체성을 주셨다. 그 이름이 무엇인가? 바로 그리스도인이다. 그리스도인은 헬라어로 ‘크리스티아누스’라는 단어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라는 의미이다. 과거 세상을 따르는 종교인에서 이제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인으로 불러주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그 정체성을 따라 살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반드시 before(이전)와 after(이후)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예수 믿기 전과 예수 믿은 후로 나뉘어야 한다. 예수 믿기 전에는 세상을 따라 살아가는 자였다면, 예수 믿은 후에는 하나님을 따라 살아가는 자가 되어야 한다. 예수 믿기 전에는 자신을 향한 구심적 자기사랑으로 살았다면 예수 믿고 난 뒤에는 세상을 향한 원심적 사랑으로 거듭나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만 복 받기를 바라지 않으신다. 열방을 향한 복의 유통자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코로나의 상황 속에서도 복음을 전하는 성도들이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이것은 신자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130년 전에 선교사님이 조선에 들어와서 복음을 전할 때 대한민국이 이렇게 변화될지 알았겠는가? 그들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보니 그 열매로 대한민국이 복을 받은 것이다. 하나님은 이제 우리도 그 사명을 이어 가기를 바라신다.

저는 복음을 전할 때쯤이면 항상 부르는 찬양이 있다. 고형원 씨가 부른 ‘우리 함께 보리라’이다. 가사의 내용은 “오늘 우리 눈물로 한 알의 씨앗을 심는다. 꿈꿀 수 없어 무너진 가슴에 저들의 푸른 꿈 다시 돋아나도록.. 우리 함께 땀 흘려 소망의 길을 만든다. 내일로 가는 길에 찾지 못했던 저들 노래하며 달려갈 길을.. 그 날에 우리 보리라 새벽이슬 같은 저들 일어나 뜨거운 가슴 사랑의 손으로 이 땅 치유하면 행진할 때 오래 황폐하였던 이 땅 어디서나 순결한 꽃들 피어나고, 푸른 의의 나무가 가득한 세상 우리 함께 보리라.” 우리의 삶에 현장에서 다시 복음의 씨를 뿌려 보자. 오래 황폐하였던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순결한 꽃들이 피어 날 것이다. 하나님의 약속을 의심하지 말자. 사래를 사라로 바꾸시고, 아브람을 아브라함으로 바꾸시며 열방의 어미와 아비로 약속하셨던 것처럼, 우리를 통해서 영혼들이 살아나는 축복을 열매 맺게 하실 것이다.

홍석균 목사(한성교회 청년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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