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회복하는 스위치를 켜라! (2)

사회
식품·의료
성민원 기자
smw@cdaily.co.kr
치료 스위치(2)

이태훈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
의사는 잘난 척하려고 하는 직업이 아니다. 환자의 고통 앞에 겸허히 머리를 맞대고 의논할 수 있는, 상식적인 의식의 소유자다. 환자들에게 귓속말로 전해주고 싶은 중요한 한마디가 있다. '의사의 치료는 돈으로 살 수는 있어도, 의사의 진심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

한의대에 입학해서 침으로 병을 낫게 한다는 말을 듣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쇠를 날카롭게 깎아 만든 침이 어떻게 사람의 병을 고친다는 말인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것이 믿어져야 한의학이라는 신비 비스름한 실용학문에 몸을 담글 것 아닌가.

침으로 온몸의 혈 자리라는 곳들을 다 찔러보았다. 손끝, 발끝을 찌르면서 욕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얼마나 고약하게 아팠는지 모른다. 하루에 10여 개씩 찔러나갔다. 손바닥 바깥쪽에 있는 '후계(後溪)'라는 혈 자리에 침을 놓고 나서 갑자기 '꺼억'하는 트림이 나왔다. 다른 혈 자리에서는 없던 현상이었다. 또 한참을 쑤셔대던 어느 날 '태충(太衝)'이라는 혈 자리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그때 깨달았다. 몸에 치료 스위치가 있다는 사실을. 그중 하나가 혈 자리라는 점에 매료되어 이후로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던지, 시간을 잊어버려 아침저녁을 구분하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40여 년이 흐른 지금 그 이름을 '치료 스위치'라고 새로 써본다. 입학 당시와는 차원이 다른 임상의로 살면서 확인하거나 찾아낸 자가 치료 효과가 높은 치료 부위들을 설명하려고 한다. 독자들 모두가 내원할 수는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 꼭 검증된, 알면 도움을 줄 치료 포인트를 소개한다.

꼼지락 스위치

관절에 무리가 있는 사람은 93세 여자 환자의 지혜를 흉내 내면 된다. 그분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1시간 동안 누운 상태로 운동을 한다. 기지개를 켜는 동작에서 시작해 척추 및 팔다리, 손발가락 관절까지 접었다 폈다 하고 돌린다. 어떻게 되었든 간에 정해진 시간을 꽉 채운다. 덕분에 93세이신데도 치료받기 위해 버스와 전철을 번갈아 타고 혼자 오신다.

경동맥 스위치

경동맥 스위치 ©이태훈한의원
머리로 올라가는 혈액의 80%가 통과하는 경동맥. 대뇌와 두피, 얼굴 등에 영양분과 산소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중요한 혈관이다. 이곳의 문제는 곧바로 중풍으로 이어진다. 경동맥과 주변 근육 자체가 스위치다. 경동맥 부위를 두 손가락(2, 3지)으로 눌러보면 맥박이 느껴질 것이다. 그 주변의 근육을 아래위로 풀어준다. 경동맥 좌우 2개 중 한 군데씩 번갈아 가며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이 좋다. 동시에 두 곳을 압박하면 뇌압이 상승해 두통이 올 수도 있다. 근육 아래쪽부터 사각턱이라 부르는 부분까지, 오르내리면서 부드럽게 쥐어짜듯 10회씩 10세트, 하루 세 차례 마사지하면 좋다. 갑자기 충격을 주면 경동맥에 혈전이 있는 사람은 혈관 벽에서 혈전이 떨어져 나와 뇌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간혹 있다. 주요 포인트는 '부드럽게 마사지하듯'이다.

키셀바흐 스위치

키셀바흐 스위치 ©이태훈한의원
코로 물이 들어가거나 아이스크림이나 얼음물을 갑자기 먹었을 때, 코를 맞았을 때, 급격한 온도 변화에 접하게 되면 코가 찌릿해지며 눈물이 나오는 경험을 한다. 심한 경우엔 코피가 나와 당황케 한다. 이곳을 '키셀바흐 플렉서스(Kiesselbach plexus)'라고 한다. 플렉서스는 뉴런이나 신경, 림프관, 혈관 등이 그물 같은 구조로 얽혀 있는 곳이다. 키셀바흐 플렉서스에는 5개 동맥에서 온 모세혈관 다발이 있다. 이 혈관은 콧속으로 들어온 공기를 체온에 가까운 온도로 빠르게 덥혀주는 일 등을 한다. 따라서 이 모세혈관은 충분히 방어돼야 한다. 이러한 방어센서가 동시에 가동할 때 생기는 현상이 찌릿하며 눈물이 나오는 것이다.

키셀바흐 플렉서스 부위는 점막이 얇아 작은 충격에도 출혈이 잘 발생하므로, 대개 지혈을 위한 압박 부위로 많이 사용한다. 필자는 이 민감한 부위를 '치료 스위치'로도 사용한다. 우리 몸의 '치료 스위치'는 어느 곳에 있든, 상태가 좋지 않으면 누를 때 통증이 발생한다. 그런데 계속해서 눌러 풀어주면 통증이 없어진다. 키셀바흐 플렉서스 스위치도 그렇다.

엄지와 검지로 콧방울을 잡고 코 뒤 안쪽 2㎝ 지점을 향해 지그시 눌러주는 것이다. 비비거나 지나치게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뭉쳐 있는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듯이 하루 3회 이상 1분간 눌렀다 놓기를 반복한다. 처음에는 당연히 아프다. 그러나 반복하면 그렇지 않다. 이렇게 마사지를 하면 코 건조함부터 민감한 알레르기성 비염까지 즉각적으로 완화되는 경우가 많다.

눈물샘 스위치

눈물샘 스위치 ©이태훈한의원
안구 앞쪽을 둘러싸고 있는 각막은 눈물에 의해서만 산소, 수분, 면역물질, 윤활용 기름 등을 공급받는다. 눈물이 부족해서 오는 안구건조는 워셔액을 뿌리지 않고 와이퍼를 작동하는 것과 같다. "삐그덕, 꺼억꺽" 시끄러울 뿐만 아니라 계속하면 자동차 유리에 상처까지 생긴다. 결국은 앞에서 들어오는 불빛이 난반사되어 잘 볼 수가 없게 된다.

눈도 이렇게 각막에 상처가 난다. 실명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기에 두려움에 떠는 환자가 적지 않다. 230만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안구 건조로 인공눈물에 의존하고 있다. 낫지는 않고 괴로운데 장사가 있나. '치료 말고 자가관리로 도움이 될 방법이 없을까?' 오랜 고민과 연구가 필요했다. 그리고 어렵게 찾아낼 수 있었다. 필자는 그곳을 눈물샘 스위치라 이름 지었다.

눈 바깥쪽 위에 있는 뼈 밑을 새끼손가락으로 파고 들어가 지그시 누르면 눈의 상태만큼 통증이 느껴진다. 그런데 키셀바흐 플렉서스처럼 계속 반복해서 눌러주면 통증은 줄고 눈물이 많아진다. 눈이 시원해지는 것이다. 아침, 점심, 저녁, 취침 전과 눈이 건조할 때마다 수시로 풀어주면 눈물 양이 많아짐을 느끼게 된다.

주의사항이 있다. 눈을 너무 세게 눌러서는 안 된다. 눈은 물리 화학적 자극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뼈 밑부분으로 파고들어가 아기 다루듯 부드럽게 살살 눌러야 한다.

자궁 치료 스위치

자궁 치료 스위치 ©이태훈한의원
"자주 가스가 차고 변비나 오줌소태가 오는데 치료해도 그때뿐이에요. 어쩌면 좋아요"

여성들이 주로 호소하는 증상이다. 이 증상이 얼마나 많은 분을 괴롭히고 있는지는 광고에 새롭게 나오는 변비약의 다양성만 보고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게 많은 치료 약이 나왔는데도 많은 여성이 습관성 변비와 오줌소태(방광염), 성교통(性交痛)에 시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들의 해부학적 구조에 원인이 있다.

남자와 달리 여성에게는 자궁이 있다. 체력이 저하되면 자궁이 아래쪽으로 처지면서 앞쪽 방광을 압박하면 오줌소태, 뒤로 직장을 압박하면 가스가 차거나 변비가 생기는 것이다. 앞뒤를 동시에 누르면 변비와 오줌소태, 냉대하, 성교통, 반복유산 등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할 때는 다음 그림과 같은 간단한 자세만으로도 아주 높은 치료 효과를 보게 된다.

천장을 보고 누운 채 머리는 베개 위에, 엉덩이는 높은 쿠션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1회 30분, 하루 2회 아침저녁으로 실시한다. 반드시 15분 이상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자궁이 본래의 자리로 올라가게 된다. 2, 3일 후부터 효과가 나타난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야 하나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