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 목사
▲17일 송길원 목사는 "기독교 문화공간인 더블유 스토리는 자신이 가정 사역을 시작하던 25년 전부터 꾼 꿈이었다"고 말했다. ©하이패밀리

[기독일보=문화] 지난달 20일 설립 예배를 진행한 경기도 양평에 있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담임목사 송길원)는 '더블유 스토리'(W Story)라는 기독교 문화공간 안에 있는 교회다.

앞서 2012년에는 청색 계란 모양의 6평짜리 교회인 청란교회가 '더블유 스토리' 안에 들어섰다. 청란교회는 특이한 외형 때문에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들어가 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는 곳이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 또한 미술관 못지않은 외관을 자랑하고 내부 또한 현대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감돈다.

청란교회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
▲ 기독교 문화 공간인 더블유 스토리 내부에 위치한 청란교회(왼쪽)와 종교개혁500주년 기념교회(오른쪽). ©오상아 기자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양평에 있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에서 만난 송길원 목사는 약 8만9,000㎡ 규모의 기독교 문화공간인 더블유 스토리는 자신이 가정 사역을 시작하던 25년 전부터 꾼 꿈이었다는 송길원 목사는 "번번이 좌절도 하고 실패도 했지만 헤쳐 나와 보게 된 꿈의 한 자락"이라고 말했다.

더블유 스토리에는 두 교회 외에도 미술관, 산티아고 순례길, 포토존, 강영우 광장 등이 있어 가족 테마파크이기도 하다며 송길원 목사는 "가족 단위로 와서 쉬기도 하고 말씀도 나누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 더블유 스토리를 구상하고 만들게 됐다"고 했다.

최근에도 한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돼 지난 주에는 20여 팀이 다녀갔다며 계속해서 전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먼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에 대해 송길원 목사는 "중세의 분위기들을 되살려놓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 1층에서 2층 채플실로 올라가는 '침묵의 계단' ©오상아 기자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의 1층에는 신비로우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침례탕이 있었다. 2층 채플실로 올라가는 계단의 이름은 '침묵의 계단'이다. 루터가 손과 무릎으로 올라갔다는 빌라도의 계단이 연상되기도 했다.

예수님께서 법정에서 밟고 올라가셨다는 '빌라도의 계단'이라고 하는 그 28개의 거룩한 계단을 맨 무릎으로 오르면 죄 사함을 받는다고 당시 중세 교회 지도자들은 주장했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죄가 사해지기를 바라며 그 계단을 올라가던 루터에게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로마서 1장 17절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침묵의 계단' 끝에는 루터가 주장한 종교개혁의 핵심 정신인 '솔라 피데(Sola Fide, 오직 믿음), 솔라 그라시아(Sola Gratia, 오직 은혜), 솔라 스크립투라(Sola Scriptura, 오직 성경)'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종교개혁자들의 그 외침으로 인해 어두웠던 중세 시대는 커튼이 열리듯 진정한 하나님의 얼굴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신문에서 보고 이날 더블유스토리를 찾아왔다는 한 방문객 무리에게 송길원 목사는 채플실의 커튼을 열어 십자가 뒤로 파란 하늘이 펼쳐치는 광경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송길원 목사는 "파일럿들은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륙해서 푸른 하늘이 눈 앞에 펼쳐질 때 '하나님의 얼굴'을 보았다고 표현한답니다"며 "저희도 커튼을 열 때 그렇게 표현해요. 하나님의 얼굴을 보았다고요"라고 소개했다.

또 이 십자가는 오후 다섯시가 되면 왼쪽 벽면에 마치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있으신 것 같은 모양의 그림자를 드리운다고 했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낸 '쉐도우 아트(Shadow art)' 같은 그 장면을 보고 송길원 목사는 "채플에 들어서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고 표현했다.

더블유스토리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의 채플실 커튼을 열면 십자가 뒤로 파란 하늘이 펼쳐친다. ©오상아 기자

2층 채플실 뒤 한가운데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놓여 있었다. 송길원 목사는 "이 오르간의 크기가 루터 시대 오르간의 보통의 크기"라며 "중세 시대로 지금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이런 것을 통해서 그 시대의 혼과 분위기와 얼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채플실의 파이프 오르간과 십자가는 그 의미와 상징성은 살아 있지만 현대적인 느낌으로 디자인되고 제작돼 넌크리스천들에게도 '보기에 좋은' 문화 컨텐츠로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을 듯했다.

2층 야외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계단은 50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계단도 50개로 만들었다고 송 목사는 설명했다.

청란교회
▲17일 더블유스토리를 찾은 방문객들이 청란교회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오상아 기자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 바로 앞에는 청란교회가 있다. 신을 벗고 내부로 한 발 내디디니 천장 가까이 난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빛이 일상의 공간을 천상의 공간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뿐 아니라 청란교회는 '소리의 공명이 가져다주는 신비함'도 특징이라고 했다.

송길원 목사는 "가족이 서로의 눈빛을 살필 수 있고 표정을 읽고 옆에 있는 남편이나 자식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은 교회를 지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란교회 앞에 조성된 '산티아고 순례의 길'을 가운데 두고 교회를 마주 보는 곳에는 한 그루의 '연리지'가 서 있다.

더블유스토리 산티아고 순례길
▲청란교회 앞에 조성된 '산티아고 순례의 길'을 가운데 두고 교회를 마주 보는 곳에는 한 그루의 '연리지'가 서 있다. ©오상아 기자

뿌리가 서로 다른 두 나무가 가까이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 자라다 보면 가지가 이어져서 한 나무가 된다고 한다. 그 나무를 '연리지'라고 부른다. 연리지는 두 남녀의 지극한 사랑에 비유되어 사랑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그곳에서 야외 결혼식을 하고 결혼식 후에는 청란교회에서 성찬식이나 양가 폐백을 하는 커플들이 많다고 송길원 목사는 말했다.

더블유스토리 수목장
▲산티아고 순례길과 청란교회에서 내려다보면 수목장이 보인다. ©오상아 기자

산티아고 순례길과 청란교회에서 내려다보면 수목장이 보인다. 삶과 죽음이 그리 멀지도, 그리 가깝지도 않은 것처럼 두 공간도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수목장 아래에는 미술관이 있었다. 이번 달에는 5월의 작가라 불리는 고(故) 박종근 화백의 그림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회에 내걸린 그림들의 소재는 전부 어머니와 아들. 보기만 해도 누군가는 울컥할만한,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들이었다.

송길원 목사는 "우리가 지금 종교개혁이라고 말하지 당시에는 사회개혁이었다. 보다 광범위한 개혁이 일어났던 것"이라며 "지금 이 시대에도 분명히 교회가 개혁되어야 하지만 이 세상의 문화, 가족 생태계를 어떻게 바꾸어 놓느냐는 것도 크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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