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공직(한 기독인의 공직관)

[기독일보] 지금 한국사회는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정국이다. 그 마지막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결국 "공직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대통령으로서 개인과 국가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공직’이라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공직자로서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국가 기관에서 봉직해야 하는지를 그 해답을 찾는 저서가 하나 나왔다.

"기독교와 공직"(한 기독인의 공직관)은 전 중앙인사위원장 조창현 석좌교수(한양대)가 최근 펴낸 책으로, 지은이는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오랫동안 공직에 공헌한 경험을 토대로 선명하고 간결하게 공직관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현재 공직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크리스천 공직자들에게 시사성이 있는 귀한 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 책은 먼저 크리스천 공직자로서 가져야 할 국가관 및 공직관에 대해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공직자가 왜 공직을 지원했는지의 동기와 임명된 이후 가져야 할 자세와 태도에 대해서 적은 것이다. 우리 인구의 약 25%가 크리스천이라는 지금까지의 통계가 맞는다면 약 1,40만 명(공기업 및 정부예산으로 운영되는 모든 기관 직원)에 달하는 공직 중에서 적어도 그 비율에 준하는 크리스천들이 공직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봐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크리스천 공직자들은 오늘날 우리사회 특히 공직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떳떳한가?’ 라는 질문을 근 10년을 공위공직에서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자신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공직을 희망하는 수많은 젊은 크리스천들에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워낙 경제가 좋지 않아 취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는 하나 구직자 10명 가운데 4명이 공무원시험 준비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하는 보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적어도 크리스천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왜 공직을 택하는지에 대한 그 동기가 중요하다. 물론 공직도 직업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으나 단순히 취직 그 자체가 목적이거나 또는 전근대적사회에서나 나올법한 개인의 ‘입신양명’이나 ‘가문의 영광’을 위한 권력지향적인 동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공직자가 엄청난 권한을 행사하며 공공자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임명된 이후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막대한 권한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갖게 되는 크리스천들은 과연 어떤 자세와 태도로 공직에 임해야 하는지에 대해 필자는 바람직한 몇 가지를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오늘날 우리 공직사회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 안에서 극복해야할 자세와 태도(부정과 부패, 합법성과 공정성의 결핍, 정치적 중립성의 부재, 정직성과 성실성의 부족, 그리고 민원인의 입장에서 보는 시각의 부재 등)를 지적한다.

전 중앙인사위원장 조창현 석좌교수(한양대)
전 중앙인사위원장 조창현 석좌교수(한양대)

두 번째로 필자는 저서를 통해 평생 대학에서 행정학을 공부하고 가르치고(36년간)난 이후에 정부에 들어가서는 정부혁신을 주도하면서(근 8년간) 얻은 교훈은 아직도 우리 정부가 국민이 바라는 수준의 정부를 만들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런 노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몹시 저조하고 그 성과가 미비하다는 안타까움을 적고 있다.

그것은 해마다 개선되기 보다는 점진적으로 추락하는 국가경쟁력지표(2016년도 WEF 보고서 26위)통해 잘 나타나 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도 이 나라의 인사정책의 전근대성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아직도 21세기 대한민국의 공직에서 필요로 하는 좋은 인재란 어떤 사람인지 심각한 문제의식 없어 개인당 국민소득이 100불도 채 되기 이전인 1948년에 도입한 공무원채용제도를 아직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적 또는 사적 직무를 막론하고 성공적인 직무 수행에 있어서 지능에 못지않게, 아니 고위직일수록 지능보다도 더 중요한 사람의 다른 자질(특히 정직성, 성실성 등의 성품과 감성적 특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우리 공직의 채용과 특히 승진과정에서 빠져있기 때문에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보다는 요령이 좋고 인맥을 잘 관리하는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 현실을 우리는 매일 듣고 본다.

일부 특정한 기술적, 과학적, 전문직 직책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직은 정상적인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지능지수를 가지고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면 그 직무수행에 큰 지장이 없다고 여겨지는 것이 오늘날 일반적 인사행정이론이다. 그런대도 이 나라의 시험은 전적으로 지능시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것은 곧 그 많게는 몇 백대일의 지원자 중에서 필요한 인원을 뽑으려면 변별력이 높고 채점이 쉬운 시험제도 즉, 주로 암기력 중심의 테스트에 전적으로 의존하다보니, 많은 젊은이들이 정상적인 대학교육보다는 일종의 입시학원식 외우기 공부 때문에 지덕체(智德體)의 균형 있고 건전한 인격발달을 소홀하기 쉽다는 것이 저간의 평가다. 특히 오늘날 우리나라처럼 아직도 가정과 학교에서 철저한 위계질서로 단련된 문화적 배경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갑자기 공직에 들어가서 21세기적 민주주의적 사회와 조직에서 크게 바람직한 덕목인 협상, 타협 등 협업을 통한 연계성능력(connectedness)을 체질화하는데 실패한다면, 이러한 인재등용제도로는 더 이상 국가경쟁력이 높은 미래의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유능한 공직자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는지 몹시 걱정되는 상황이다.

세 번째로 조 교수는 책에서 인사이외에의 다른 시급한 우리 공공부문의 현안 문제 중에서 예산, 재정, 복지, 지방자치, 공기업 등 몇 가지 영역에 대해서 평소의 견해를 적었다. 그는 제도도 아직도 정비할 것이 많지만 그것보다도 우리는 공직을 통해서 공직의 원래적 목적인 ‘개인의 힘으로 해결 못하는 문제를 공공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공공정신’과는 거리가 먼 부패한 왕조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공직을 이용해서 개인이나 이익집단의 이익을 취하려는 여러 가지 비리 즉, 전관예우, 관피아, 낙하산인사, 예산 따먹기, 공사관계의 무분별, 지역주의나 학벌주의와 같은 패거리 문화에 대해서 평소의 소견을 책에서 적었다.

한편 조창현 교수는 연세대학교 법학 학사(1958) 학위를 받고, 미국 아메리칸대학교(American University) 대학원 행정학 석사(1963) 조지원싱턴대학교(Geroge Washington University) 대학원 행정학 박사(1968) 학위를 취득했다. 또 한양대학교 행정학 교수(1981~2001)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 심위위원(1998)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2000~2002) 제2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2002~2005) 제3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2005~2006년 8월) 제3기 방송위원회 위원장(2006년 9월 ~ 2008년 2월)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양대 석좌교수, 한양대 정부혁신연구소장, (사)조창현 지방자치연구원 이사장 등으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지방자치란 무엇인가?', '지방자치의 이론과 실제', '행정학원론', '재무행정론', '지방자치론', '지방행정론' 등이 있다.

/자료제공=한국교회언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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