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경 신부(대한성공회 교무원장, 평화를일구는사람들 상임이사)
유시경 신부(대한성공회 교무원장, 평화를일구는사람들 상임이사)

지난 6월 초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일본 평화헌법 9조 종교인 국제회의의 마지막 날을 기억한다. 3분과 중 한국 참가자 분과에서 "전쟁 준비"는 곧 "전쟁"이라는 표현을 넣도록 제안하기로 논의하고, 전체 회의에서 같은 내용으로 채택되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 준비의 심각한 징후들은 그야말로 이미 "전쟁"이다. 싸드 배치로 촉발된 성주 지역과 전국적인 반대 운동은 '힘'의 우위를 확보함으로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위험한 평화를 만들겠다는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의 허구와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뉴밀레니엄의 부푼 기대와 구호가 넘쳐나던 2000년부터 10년간 일본 선교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 2년 남짓 언어 적응기를 거친 후 '평화'에 관한 성서 말씀 중에 마태복음 5장 9절의 일본어 번역을 통해 새삼스레 깨달은 바가 있었다. 한글 번역문을 보면 개역개정 성경은 "화평하게 하는 자", 공동번역은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 새번역은 "평화를 이루는 사람"으로 번역하였다. 이 부분의 일본어 성서를 직역하면 회화체 번역은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로, 신공동역은 "평화를 실현하는 사람들"로 복수형으로 되어있다. 아마도 이 본문의 번역 밑본이었을 영어 번역은 대부분 "peace makers(평화를 만드는 사람들)" 이다.

이 다양한 표현들 속에 평화의 구체적인 방법이 보인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고, 평화를 실현하고, 평화를 이루라! 평화를 만들고 실현하라! 우리 모두는 예수의 말씀대로 "피스 메이커"로 부름 받았다.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고 염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평화"를 만들기 위해 일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 아니 너무 늦었다. 휴전 상태를 평화적인 관계로 바꾸어야 한다. 군사력, 힘의 대결로 달려가고 있는 현실 가운데, "휴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를 목표로 기도하며 염려하며 일하고자 한다.

/평통기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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