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박경미 교수
이화여대 박경미 교수.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한국신약학회가 최근 감신대에서 "신약성서와 가정"을 주제로 제109차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박경미 교수(이화여대 신약학)가 "예수/예수운동과 가정"이란 제목으로 예수/예수운동과 가정의 관계성에 대한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박경미 교수는 "로마제국의 지배 아래 마을과 가정을 중심으로 한 민중의 자발적이고 자치적인 삶이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은 서로 빚을 탕감하고 죄를 용서하는 공동체적 삶을 향해 개인적, 사회적 변화를 촉구했다"면서 "이러한 하나님나라 운동은 이념적 층위에서나 물질적 층위에서나 철저히 기존의 관습적인 가정의 맥락에서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가정이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와 그들과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가장 중요한 모델이자 은유였으며, 하나님나라 운동은 지역의 동조자 가정의 물질적 후원 위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했다"면서 "외견상 반가정주의적 행태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 본문들도 예수가 모든 추종자들에게 견유학파적이고 개인주의적인 탈가정적 삶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없고, 오히려 역사적 예수의 층위에서나 Q공동체의 층위에서나 가정은 예수운동의 이념적 모델이자 물적 토대이며 주요 거점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예수의 가르침은 가정의 가부장적 구조 자체를 드러내놓고 비난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예수는 가정 안에서 관습적이고 가부장적인 행동이 지니는 특정 측면들에 대해 비판적이었지만, 제도로서의 가정과 가족 자체에 도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실 그는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서의 삶을 설명하기 위한 모델로 가정을 택했다(막 3:31-35/마 12:46-50/눅 8:19-21)"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예수의 도덕적 가르침은 전통적인 가정의 가치와 일치하는 행동을 하도록 권했지만, 가정의 정체성과 가족적 연대의 토대를 재규정했다"고 설명하고, " 이 새로운 하나님의 가정은 모든 인간이 하나님을 그들의 아버지이자 은혜를 베푸는 분으로 신뢰하고 의지하는 가정"이라며 "예수는 가부장적 가정을 하나님 나라의 모델로 제시하면서도 모든 관습적인 차별과 배제를 상대화하는 '급진적 포용주의'를 선언했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예수가 "아버지 하나님에 대해, 그리고 형제자매로서 다른 사람들에 대해 철저한 가족적 헌신을 요구했다"고 보고, "이것은 혈연을 벗어난 가족과 가정 개념의 혁명적인 확대"라며 "하나님의 가정은 황제라는 절대가부장에 의해 유지되는 ‘제국의 가정’ 안에서, 그리고 ‘제국의 가정’과 나란히 자비로운 하나님을 아버지로 하는 세포조직으로서 가정(교회)을 증식시켜나갔던 것"이라 설명했다.

나아가 박 교수는 "신약성서 해석자들로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부활을 통해 가능해진 은혜와 용서, 자비에 모두 동등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예수 사후 초기 교회에서의 평등에 대해 말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새로운 가정의 출현에 대한 가장 감동적이고도 상징적인 장면을 요한 19:25-27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장면은) 자식을 잃은 어머니와 스승을 잃은 청년, 혈연과 지연, 성적, 계급적 동질성이 없는 이 두 사람이 아무 조건 없이 하나님의 가정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라 이야기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관습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정에 대해 여성주의를 비롯한 근대적 해방이론이 가질 수밖에 없는 반감은 예수와 예수운동에서 가정이 지니는 중요성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게 했다"고 지적하고, " 가부장적으로 위계화 되어 있고 인습적 통념이 지배했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가정은 인간이 축복과 은혜, 구원의 사건을 경험하는 구체적인 삶의 맥락"이라며 "어리석음과 완고함, 희망과 기대가 교차하는 삶의 맥락으로서 가정을 지우는 것은 구원의 가능성 자체를 지우는 일"이라고도 봤다.

한편 행사에서는 박경미 교수의 주제강연 외에도 조경철 교수(감신대)가 "혼밥 족 바울과 가정"이란 제목으로 주제 강연을 전했으며, 이외에도 모두 14편의 논문 발표가 이뤄졌다. 행사 전 개회예배 설교는 김진두 총장(감신대)이 전했으며, 이 달 전 회장(한남대 명예교수)이 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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