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양현혜 교수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양현혜 교수. ©기독일보DB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지난 100년, 한국교회가 걸어온 길을 알려주는 '2017 양화진 역사강좌'가 9일 시작됐다.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에서 열린 첫 강좌는 양현혜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과)가 "식민지 시대 한국 개신교의 기억"이란 제목으로 '국가권력과 신앙적 양심이 배치될 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양현혜 교수는 3.1운동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시 3.1운동에 아직 역사가 짧은 신흥종교였던 개신교가 어떤 종교 단체 못지않게 대규모로 참여했는데, 그 내면적인 신앙근거에 대해 양 교수는 먼저 '구약성서가 준 역사관의 전환'을 제시했다. 그는 "국가가 특정한 왕조의 것이라는 낡은 왕조사관이나 힘이 곧 정의라는 당시의 제국주의적인 강자의 권력사관을 극복해 낼 수 있는 새로운 사관을 성서를 통해 발견해 냈다"고 말하고, "그것은 역사의 주인이 하나님이시고, 그는 '공의'를 통해 세계를 지배하신다는 사관"이라 설명했다.

더불어 양 교수는 "기독교인들의 신앙적 양심을 움직여 민족의 역사에 헌신하게 한 또 다른 신학적 계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공의의 역사 창조와 기독교인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3.1운동에 참여하고 투옥되어 고난을 받았던 많은 기독교인들이 제시하는 성서적 전거는 '요12:24~25', 한 알의 밀알 비유 였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체포되어 고문을 받으면서도, 바로 이 말씀에 영감을 받고 격려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3.1운동에서 보여준 신앙의 선배들의 민족사에 대한 이런 고귀한 투신이 한국교회사의 빛나는 전통이 됐다"고 했다.

더 나아가 양 교수는 "3.1운동이 한국교회사에 남겨 준 보다 더 고귀한 전통이 있는데 그것은 당시 한국 기독교 공동체 전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권능을 개인의 삶이나 가족사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축소시키지 않고, 그것이 민족의 역사 나아가 세계의 역사를 창조해 가시는 놀라운 능력임을 온전히 믿었다는 사실, 그 큰 믿음에 있다"고 했다. 그는 "이 큰 믿음이 한국역사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하고, "유관순으로 대표되는 이름 없는 평범한 민초들이 십자가와 부활에 자신을 걸고 민족사를 창조해 가는 한 톨의 씨알로 봉헌한 것은, 기독교와 한국역사가 만나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었다"고 이야기 했다.

다음으로 양현혜 교수가 언급한 것은 '신사참배'였다. 그는 "신사참배 강요가 조선 개신교계에 국가 권력의 정당성의 근거와 한계 그리고 그 범위에 대해서, 나아가 민족적 정체성과 기독교 신앙의 관계 및 이에 근거한 올바른 국제 관계, 더 나아가 전쟁과 평화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 등이 총체적으로 물어지는 기독교 사회 윤리의 실험대였다"고 평하고, 한국교회가 ▶신사참배 강요에 굴복한 것 ▶해방 이후 자체 내에서 역사적 및 사상학적으로 이 문제를 제대로 청산하는 것 등에 실패했다고 이야기 했다.

반면 양 교수는 "일제 말 침략 전쟁 협력 기관으로 변질되어 신앙적 내실이 완전히 동공화 된 조선 개신교계에서 신사참배 거부운동과 그로 인한 순교자의 존재는 조선 기독교회의 신앙적 양심을 증거 해주는 고귀한 항거의 하나였다"고 평하고, 다만 "신사참배 거부자들은 목숨을 걸고 저항했고 순교했지만, 자신들이 대적하고 있는 상대방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더불어 양 교수는 신사참배 거부자들이 이웃 없는 천황제 국가 일본의 자민족 절대주의와 그에 근거한 일본의 조선 민족성 해체를 신학적으로 비판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동시에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도 기독교 신앙과 올바르게 연결시키지 못했으며 나아가 그것을 연결시키는 것 자체를 비기독교적 '증오심'의 발로로 이해하고 의식적으로 외면·거부했다고 이야기 했다. 또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오직 '말세의 징조' 일환으로 보는 것에 집중한 이들은 전쟁의 이웃 부재와 악마성을 투시하는 데에는 거의 무관심했으며, 침략 전쟁과 조선 민족의 전쟁 동원에 반대하는 어떠한 반전 논리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양 교수는 이런 신사참배 거부자들의 한계가 복음의 사회 윤리적 차원을 조망해 보려는 예언자적 통찰력이 취약했던 당시의 조선 개신교계 전체의 사회 윤리적 한계이기도 했다면서 "신사참배 거부자들의 신앙적 헌신과 순교자적 열정을 계승하면서도, 복음이 가진 정치 사회적 의미를 복원해 개인 윤리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 민족적 정체성, 국제 정치, 전쟁 등에 대한 기독교적 사회 윤리를 총체적으로 전망하고 실천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기독교인들의 몫"이라 이야기 했다.

한편 강연은 16일 "한국전쟁, 그리고 전쟁 이후의 한국교회"(윤정란 서강대 종교연구소 연구원) 23일 "개발 독재 시기의 한국교회와 국가"(장규식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 30일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교회의 위기와 과제"(변상욱 CBS 대기자) 등 계속 이어진다. 행사 수강료는 없으며, 100주년교회 성도들뿐 아니라 일반인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강좌로 진행되고 있다. 문의: 02-332-9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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