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국 장신대 교수   ©기독일보 DB

13일 진행된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명용) 제15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성경의 한글번역 과정에서 일어난 하나님 이름 논쟁'을 주제로 발표한 임희국 교수는 선교사 게일의 한국 정신문화 발견에 대해 언급하며 그의 '한글' 가치에 대한 높은 평가가 '유일신 하나님' 개념을 단기간에 한국에 정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세기 말 한국 대중의 일상생활 문화를 경험한 선교사들은 '불편함', '불결하고 비위생적' 그리고 '가난함'을 토로했다. 이 문화는 이들에게 투쟁의 대상이었다. 즉 선교현장의 문화와 충돌을 빚으며 이 문화와 투쟁해야 했고 또 그러면서 이 문화를 이해해야 했다"며 "이들은 한국 대중의 일상과 동떨어져 살면서 서양(미국)식 일상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가 케나다 출신 선교사 게일(James S. Gale)이 한국의 정신문화를 발견하게 됐다"며 "이 나라의 일상이 그에게도 역시 불편하고 불결하여 비위생적이었지만, 그는 한국 정신문화의 수준이 아주 높다는 점을 알아챘다"고 했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한국 대중의 생활은 경제적으로 가난하여 아주 초라해 보이지만, 그 내면의 정신문화는 수준이 아주 높다는 점을 알아챘다"며 "그는 이 나라 사람들이 본래 '책읽기를 좋아하는 민족'이고 '학문을 좋아하는 심성'을 가져서 매우 '높은 교육열'을 가졌다는 점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이어서 조선에서 발달된 학문의 수준을 높이 보면서 '학문적 성과로 따져 본다면 조선 (유)학자들의 업적이 예일대학이나 옥스퍼드 대학, 그리고 존스홉킨스 대학 출신의 서양 학자들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며 "그는 한국의 정신문화를 '존중'하게 되었다"고 했다.

임 교수는 "게일은 한국 정신문화의 가치를 발견하면서 이 나라의 토착 언어인 한글의 가치도 발견했다. 그는 감탄과 탄식을 한꺼번에 토해냈다"며 "한글이야말로 누구나 '배우기 쉽고' 익히기에 '간단한' 글인데, 그러나 한글창제 이후 이 나라에서 이 글이 거의 사용되지 않았고 도리어 멸시만 당해왔는데 '석 1445년에 발명되어 조용히 먼지 투성이를 (뒤집어쓰고) 자신의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신비한 섭리 가운데서' 선교를 위해 '준비된' 아주 탁월한 언어라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글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 점은 선교사에게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며 "토착언어로 복음을 증언하여 토착인의 문화 속으로 복음이 성육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고 보았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그 문화 속으로 성육신(Inkulturation)하여 새로운 형체(Gestalt)를 갖게 된다는 점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게일은 한글의 문법을 연구하여 '문법책'(Grammatical Forms)을 출판했고 또 45,000단어를 정리한 '한영 자전'(Korean-English Dictionary)도 출판했다"며 "한글 연구를 통한 사전편찬은 선교에 꼭 필요한 작업이었고, 이것이 한글의 발전에 초석을 놓았으며 또 이 나라 정신문화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평했다.

그는 "(성경이 한글로 번역되는 과정에서)선교사들이 상호협력하면서 성경을 한글로 번역했고 이 과정에서 성경에 증언된 하나님 이름을 어떤 용어로 채택하여 표기할 것인지 논쟁했다"며 "이 논쟁이 마무리되는데 선교사 게일이 크게 기여했다"고 했다.

이어 "이 논쟁은 선교사들의 신학논쟁(신론)에서 시작됐고 나중에는 국어학자들도 여기에 참여했다"며 "게일은 한국인 한국학자 주시경의 학문적 도움을 받으며 이 논쟁에 깊이 개입했다. 게일은 자신의 인식이 한글학자 주시경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게일이 주시경을 통해 밝힌 점은 '하나님'의 '하나'는 일(一)을 뜻하고 '님'은 주, 주인, 임금을 뜻한다. 즉 한 분이시며 크신 창조주 '하나님'이다. 그 '하나님'은 영원하신 창조주 '조화옹(造化翁)'이다"고 했다.

이어 "1911년에 신구약성경이 한글로 완역되어 출간됐고, 출간 기념식에서 게일은 한국인이 성경을 잘 받아들이게 된 다섯 가지 요인을 들어 설명하며 첫번째 요인이 하나님 이름(The name of God)인 Hananim(하나님)이라고 말했다"며 "하나님은 '유일한 크신 분(The One Great One), 지고한 절대 존재(The Supreme and Absolute Being), 신비한 히브리어 명칭인 나는 나다(I am that I am)'를 연상시킨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게일은 유일하신 '하나님'(Hananim)을 강조했고 또 이 하나님을 구약성경의 YHWH(아도나이, 야웨)와 연결시켰다"며 "그는 한국인의 토착 '하나님'과 성경의 '하나님'이 이어진다고 보았다"고 했다.

또 "게일은 한국의 전통 종교문화와 성경의 히브리 문화 사이에 유비적 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그는 한국의 예절문화와 성경시대 유대 문화의 유비를 성경에서 찾았다"며 "예를 들어 다윗이 사울 앞에 고개를 숙이고 경배했듯이(삼상 24:8), 한국인들도 그렇게 고개 숙여 절을 한다. 성경의 유대인들이 '샬롬'하며 인사하였는데, 한국 사람들은 그와 비슷한 뜻을 가진 '안녕'으로 인사한다"고 했다.

덧붙여 "심지어는 한국의 체면 문화도 성경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며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니고데모가 체면치레에 능숙한 한국인의 전형이랄 수 있다. 니고데모가 낮에 예수님을 찾아오다가는 자기 체면이 깎일까봐 한밤중을 택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게일은 한국의 전통 문화가-서양(기독교)문화보다도 더욱더- 성경의 문화에 밀접하다고 상정했다"며 "그러한 상정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서양의 문화를 통하지 않고-한국의 전통문화에다 곧장 '접목'시킬 수 있다는 개연성을 언급했다고 본다"고 했다.

또 "게일은 한국인의 '하나님'을 다른 민족들의 동일한 용어와 비교했다"며 "'우리 색슨어 God은 복수의 신으로 사용되었는데...이 용어를 바라는 바(유일신을 표기하려는) 목적대로 쓰기 위해서는 크게 조정했어야만 했는데(그렇게 하지 못했다). 희랍어 Theos나 일본어 Kami 역시 여러 신들(복수의 신)에게 적용되었고, 중국어 상제(Sang-je) 또한 여러 신들 가운데서 최상의 위치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하나님(Hananim)은 다른 민족들의 동일한 용어가 오랜 세월 많은 공을 들여 겨우 얻은 것을 짧은 시간에 얻어냈다'고 했다"고 쓴 게일 선교사의 글을 소개했다.

임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게일은 '하나님'에게서 에큐메니칼적 속성을 발견했다. 즉 하나님(Hananim)과 동의어인 '천주'를 믿는 신앙인들과 일치될 수 있다는 것이다"며 "그는 '천주'(天主, Heavenly Lord)를 하나님 이름으로 채택한 천주교를 포용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게일은 '하나님'에 관한 다신론적 이해에서 유일신론적인 인식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한편 13~14일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오후 1시부터 진행되는 이 학술대회는 아시아-태평양 신학 교류의 장으로 마련돼 한국, 일본, 독일, 미국, 중국 등 신학자들이 발표한다. 13일에는 '온 신학'(김명용 총장/장신대), '나사렛 예수로부터 배우는 리더십'(존 왈라스 총장/아주사퍼시픽대학교), '성경의 한글번역 과정에서 일어난 하나님 이름 논쟁'(임희국 교수/장신대) 발표가 진행됐다.

14일 대회는 오후 1시부터 '아시아 태평양의 맥락에서 바라본 공적 신학의 전망과 방향'(제임스 맥도날드 총장/샌프란시스코신학교), '사도적 공동체의 형성'(하가 츠토무 학장/동경신학교),'사회주의 국가 안에서의 교회 건설'(원거 교수/남경신학교) 발표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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