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살인에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는 파키스탄 여성. ⓒglobalsolutionspgh.org

[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파키스탄에서 이른바 '명예살인'을 저지른 남성들에게 이례적으로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현지 일간 '더 뉴스 인터내셔널'은 20일(이하 현지시간) 가족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결혼해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25살의 여성 파르자나 파르빈을 살해한 아버지와 오빠, 사촌오빠 등 남성 4명에 파키스탄 법원이 사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파르빈은 지난 5월 남편 이크발 아흐베드와 혼인 신고를 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다가 그녀의 결혼에 반대하는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납치된 이후 사람들이 다니는 길 한복판에서 투석형을 당해 살해됐다.

이러한 명예살인에는 아버지 무함마드 아짐과 오빠 자히드 이크발, 사촌오빠이자 전 남편인 마자르 압바스, 사촌오빠 자한 칸 등 4명의 남성이 가담했으며, 이들은 이후 체포돼 재판을 받아 왔다. 무하마드 아짐은 파르빈을 살해하기 전에도 또 다른 딸을 명예살인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파르빈 사건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명예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일어나 파키스탄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특히 아직도 이슬람 관습에 따라 파키스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명예살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명예살인은 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남성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어 국제사회로부터 '여성 차별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명백한 범죄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이슬람의 종교적·문화적 전통으로 여겨져 온 탓에 가해자들이 처벌받는 사례가 드물었다. 수많은 여성들이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사람과 사귀거나 결혼했다는 이유로, 또는 전통 이슬람 복장을 입지 않았거나 낯선 남성과 대화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해 왔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모두 869건의 명예살인이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아예 보고조차 되지 않는 사건들이 많아 실제 건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명예살인은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이슬람 국가들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최근에는 유럽이나 북미 지역 같은 서구 지역에서도 무슬림 이민자들에 의한 명예살인이 보고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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