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전 교수(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개혁파신학연구소장)

<세월호> 침몰사고로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현재로서는 생존자를 기대할 수 없는 분위기다. 사고가 난지 13일이 넘었으니 혹여 생존자가 있었다 하더라도 열흘이 넘는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산소가 없었을 것이고 차가운 바닷물에서 체온저하를 견딜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행여나 생존자가 있을까 희망을 가졌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로 인해서 희생자 가족들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비통해하고 한편으로는 분노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재(人災)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허술한 선박관리와 운영체계에 대한 감독이 엉망이었고, 사고가 발생한 후에는 구조체계와 비상대책과 시스템운영에 대한 불만이 때문이다. 이제는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수습을 하는 과정에서 난맥상을 보여주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선진국이기를 자처하고 싶어 하는 국민적 정서가 팽배한 현실에서 당면한 재난과 그것을 수습하는 과정은 국민들 스스로를 놀라게 하는 것이었다. 뭔가 선진국에 가깝게 왔다고 생각했는데 허둥대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은 아니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할지라도 눈에 보이는 현실은 모두가 허둥대는 모습인 것을 부정할 수 없기에 할 말이 궁하다.

더 분노하게 한 것은 선장을 비롯한 선박직 직원들이 가장 먼저 구조선에 타고 모두 탈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탈출한 후 행적에 대해서 알려지면서 더욱 분노하게 되었다. 그들은 최후까지 배에 남아서 승객들을 구출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제일 먼저 침몰선에서 빠져나와서 구조선을 탔다는 것이다. 가장 나중에 탈출해야 하는 그들의 본분을 뒤로한 채 제일 먼저 구조선으로 옮겨 타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승무원의 생명도 승객과 같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만일 이것을 부정하고 승무원은 죽어야 하거나 죽어도 된다는 생각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승무원으로서 위기의 상황에서 도리를 다하지 못했을 때 그들의 책임이 얼마나 크고 중한 것인지를 생각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을 향한 비판은 통제가 불가능할 만큼 거세다. 마치 그들은 당연히 죽었어야 했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300명이 넘는 희생자들이 선실에 있었는데···, 배에 문제가 생긴 후부터 완전히 침몰하기 전까지 2시간여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선실에 갇힌 채 희생을 당해야 했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때문에 국민들은 선원들에 대한 분노가 크다. 어떻게 선원들이 선실에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있는데, 아니 그들에게는 선실에 가만히 있어야 더 안전하다고 방송을 해놓고 자신들만 가장 먼저 탈출해서 구조선을 탈 수 있었던 것일까.

반면에 온 국민이 분노와 슬픔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큰 충격으로 인해서 돌아볼 수 있는 겨를이 없었던 영웅들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것은 일부 승객들과 승무원과 관련한 소식이다. 대부분의 승무원이 이미 탈출했지만 딱 사람, 사무장은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서 배를 떠나지 않았다. 자신은 나중에 나가야 한다는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결국은 빠져나오지 못한 채 희생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그를 의사자(義死者)로 예우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사무장 뿐 아니다. 자신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주고 다른 친구를 구하겠다고 다시 선실로 들어간 채 다시 나오지 못한 학생, 자신의 안전은 뒤로한 채 제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끝까지 선실에 남았던 선생님, 선박직 승무원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배의 구조를 잘 알고 있었던 한 여승무원은 끝내 먼저 탈출하기를 거부한 채 학생들을 밖으로 밀어내다 자신은 탈출하지 못하고 주검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그들을 진정한 영웅이라고 한다.

그들은 누구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의를 행하지 않았다. 진정한 영웅은 그렇게 의를 따를 뿐 다른 목적을 가지고 행동한 것이 아니다. 진정한 영웅은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순간 자기 밖에는 생각할 수 있는 겨를이 없지만 그럼에도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있고, 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는지를 알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너무 슬프고 아파서 경황이 없지만 진정한 영웅들은 국민들의 마음 가운데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같은 상황이지만 이렇게 극명하게 다른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한계를 다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과연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어떤 모습일 수 있을까? 깊이 스스로를 돌아보아 부끄러움이 없는 모습이기를 다짐해본다.

글ㅣ이종전 교수(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개혁파신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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