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전 교수(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개혁파신학연구소장)

[기독일보=이종전 교수] 크리스마스를 한문 문화권에서 번역하는 과정에서 성탄(聖誕)이라는 말은 선택한 것은 특별하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크리스마스가 가지는 본래의 의미를 오히려 잘 반영한 번역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초대 기독교회에서는 사실상 크리스마스를 별도로 구별하지 않았고 지금과 같이 12월 25일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초대교회 시대는 1월 1일 혹은 1월 6일, 3월 27일 등 다양한 날에 그리스도의 오심에 담긴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를 표현했다. 그렇다고 교회가 특별하게 크리스마스를 별도로 정하여 지킨 것도 아니다.

교회의 역사에서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날로 구별되고 지켜지게 된 것은 기독교가 국교가 되는 4세기 말경의 일이다. 기독교가 국교로 자리를 잡으면서 국민들이 개종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고,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면서 종교를 통해서 하나의 국가로 통치해가기 위해서는 국민적 동참이 필요했다. 따라서 국민적 축제를 통해서 기독교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고안했던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과 함께 발전하고 정착하게 된 것이 크리스마스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사실상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기 때문에 다양한 날이 제시되었던 것이다.

본래 로마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사회적 의식이나 풍습 등, 그들의 세계관이 만들어낸 다양한 문화와 축제가 있었는데, 그러한 로마인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키고 기독교인으로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동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했다. 이때 적절한 것으로 생각한 것이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국민적 축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축제는 국민적 호응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로마인들이 그동안 축제로 지켜왔던 동짓날로 대체하는 것이 묘안으로 제시되었다. 즉 12월 25일은 로마인들이 지켰던 동짓날이고, 그 날은 '정복되지 않는 태양의 탄생일'로 숭배되던 날이다. 그리고 이 날은 3~4세기에 로마에서 성했던 미트라스교의 가장 중요한 제일(祭日)로 지키던 날이다.

따라서 이 날을 크리스마스로 대체하는 것은 로마인들에게 무늬만 바뀐 것이지 사실상 자신들이 지금까지 지켜왔던 축일을 그대로 지킬 수 있다는 의미에서 황제의 정책을 수용했던 것이다. 즉 이 날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대체하여 국교가 된 기독교의 축일로 지키게 함으로써 국민적인 저항감을 반감시키면서도 기독교의 축일이 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제정된 것이 4세기 말경이고, 그 후 기독교가 영향을 미치는 나라들에서는 12월 25일을 크리스마스로 지키는 풍습을 형성해 갔다.

크리스마스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표기할 때 그리스도(Χριστος)의 첫 Χ글자인 와 미사를 뜻하는 Mass를 합성해서 X-Mas로 표기한데서 유래해서 영어로는 Christmas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은 여전히 로마교회적인 표현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보통 명사화 되어서 사용되고 있으니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편 한문 문화권에서 사용하고 있는 성탄(聖誕)이라는 말은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예수님의 탄생을 거룩한 것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인간의 중보자로 오신 것은 하나님의 거룩한 뜻이며 사역이기에 이에 대한 감사는 어떻게 표현해도 다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오심을 성탄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감사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성탄은 전적으로 감사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고, 감사와 함께 영광을 하나님께 돌려야 하는 것이 그 사실을 믿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도리인 것도 분명하다.

다만 크리스마스를 12월 25일로 지키기 시작한 것을 생각할 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 12월 25일을 태양의 탄생일이나 미트라스교의 축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그 날이 예수님의 탄생일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16세기 이상의 시간이 지난 현재의 12월 25일은 크리스마스로 인식하여 받아들이는 것이지 이 날이 특정한 종교가 정한 축일이라는 것을 전제로 지키는 사람은 없다. 지금은 오히려 그 날은 크리스마스일 뿐이다. 특히 서양의 문화적 영향을 받은 국가들에서는 이 날을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시에 이 날을 구약에 제정된 절기와 같은 의미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절기라 함은 반드시 그 날에 지켜야 하고, 그 날의 의미를 높여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시아에서는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쉬는 나라도 거의 없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이 날을 통해서 예수님의 성육신의 은혜를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기회이며 특별한 것이기에 날에 매이지 않고, 절기가 아닌 의미에서 모여서 성육신의 은혜에 감사하는 일은 가능할 것이다.

또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 날과 관련해서 생각할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교회에서 <성탄축하예배>라는 표현으로 이날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인간으로 오신 것은 인간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감사' 뿐이다. 그런데 '성탄축하예배' 혹은 '성탄을 축하한다'는 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그러면 축하의 대상이 예수님이라는 말인데 하나님이신 분이 인간으로 오신 것을 축하한다는 말이 성립이 되는 것인지? 이에 대한 분명한 정립이 없이 성탄을 축하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글ㅣ이종전 교수(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개혁파신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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