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교회 조성노 목사

[기독일보] 3월 21일이 요한 세바스챤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330회 생일이었습니다. 사순절 기간에 태어나서 그런지 바흐는 살아생전 여러 편의 수난곡을 만들었습니다. 총 다섯 편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는 <요한수난곡>과 <마태수난곡> 두 편만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1724년 4월 7일 고난주간 성금요일에 자신이 성가대장으로 있던 독일 라이프찌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초연된 <요한수난곡>은 그가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작곡한 것으로 당대의 모든 악곡 형식을 망라해 완성한 최고의 수작으로 꼽힙니다. 또한 여러 차례 수정작업을 거쳐 완성도를 극대화한 전대미문의 교회음악 프로젝트였습니다. <요한수난곡>은 요한복음 18장과 19장을 내용으로 작곡한 것으로 4명의 독창, 4성부의 합창 그리고 바로크 시대의 악기를 포함한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오라토리오>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주여, 우리의 통치자여!>(Herr, unser Herrscher!)로 시작되는 제1부는 유다의 배신과 주님의 체포, 베드로의 부인, 그리고 <심문과 채찍질 당하심>(Verhr und Geisselung)이라는 제목이 붙은 제2부는 빌라도의 재판, 십자가에 못 박히심, 운명 그리고 장사되심까지 1,2부 총 68곡으로 이뤄져있습니다. 바흐의 신앙과 바로크 양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슬픔과 분노와 기쁨과 공포 같은 인간의 감정을 음악적으로 가장 잘 표현했다는 <요한수난곡>, 해마다 사순절이면 3백 년 전 바흐가 직접 지휘하고 처음 이 곡을 발표했던 성 토마스 교회 소년합창단이 전 세계를 돌며 <요한수난곡>을 연주하는데 저는 2012년 3월 예술의 전당에서 그 감동을 경험했습니다.

<마태수난곡>은 마태복음 26장과 27장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요한수난곡>보다 3년 늦은 1729년 역시 고난주간 성 금요일에 라이프찌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초연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 오래 잊혀 졌다가 무려 100년이 지난 1829년에 와서야 비로소 문호 괴테의 발굴 노력과 멘델스존의 지휘로 다시 무대에 올려 졌는데 바흐 이후 단 한 번도 연주되지 않았던 그 해묵은 악보가 다시금 빛을 보는 순간 모든 청중이 뜨거운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그 연주를 감상한 당대 최고의 철학자 헤겔은 <바흐는 위대하고 진실한 신자였고, 또 강인하고 박식한 천재였다>고 평했습니다. <마태수난곡>은 전체가 78곡으로 연주시간만 해도 <요한수난곡> 3시간 보다도 긴 3시간 반이나 소요되는 대작으로 수난에 대한 예고로부터 주님이 체포되시기까지가 제1부, 이후 십자가의 죽으심과 무덤에 장사되시기까지가 제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부르는 찬송가 145장이 <마태수난곡>에 무려 5번이나 반복되는 유명한 멜로디입니다. 확실히 바흐 음악에는 하나님을 느끼게 하고 잠자는 신앙을 일깨워 주는 지고한 힘이 있습니다. 특히 이 <마태수난곡>은 <신이 죽었다>고 선언했던 철학자 니체(F. Nietsche)조차 한 주에 3번이나 반복해 들었을 만큼 뛰어난 작품성을 자랑합니다.

바흐는 1723년부터 1750년 죽을 때까지 라이프찌히 성 토마스 교회의 성가대장으로 재직하며 창작에 전념했고, 또 유명한 토마스 교회 소년 합창단을 이끌며 거의 매주 한 곡씩 예배용 칸타타를 작곡했습니다. 그는 평생을 오직 교회음악, 예배음악에 자신의 전부를 바쳤으며, 무려 1000여 곡의 작품을 남김으로써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이 됐습니다. 지금도 독일 전역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교회 연주회의 레퍼토리의 중심은 항상 바흐의 칸타타입니다.
남은 고난기간 인터넷 음원 사이트에서라도 바흐의 수난곡을 들으시며 주님의 고난과 죽으심을 더 깊이 묵상하고 체험하는 성도들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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