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들이 30일 광화문 광장 앞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동윤 기자

[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개신교계 신학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앞에서 호소문 발표하며 "사회적 약자가 된 세월호 유족들을 찾아가서 위로하기보다는, 그들에게 이젠 잊자고 말해서야 되겠는가. 불의와 거짓에 파괴되지 않는 '진실과 정직의 공간'을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없고, 한국교회는 존재이유를 잃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학자들은 이날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과 진실과 정직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라는 제목의 호소문에서 "304명의 목숨과 함께 세월호가 침몰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과 억울함이 커지고 있다. 며칠 전에는 단원고 2학년 5반인 故 인태범 군의 아버지 인병선 씨가 한 맺힌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마저 발생했다. ···(중략)··· 너무 참혹한 현실이다. 오늘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이 사회가 과연 진실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망각을 조장하는 거짓에 물들어 중독돼 가는 중인가"라며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묻혀 버리는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신학자들은 "세월호 비극을 이제 그만 잊자고 한다. 사회적 피로감이 크다는 항변도 들려온다. 우리가 잊어야 할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유가족들이 정말로 우리와 이 사회를 피로하게 만드는 분들인가. 이 사회를 피로감으로 물들이는 사람들은 바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사회적 피로감을 운운하며 그 사건을 단지 과거의 교통사고 정도로 생각하게끔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해가는 비상식적인 세력"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200일이라는 그 긴 시간 동안 우리 사회가 만일 진실과 정직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면, 어쩌면 세월호의 아픔은 이미 위로와 희망의 상징이 됐을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소중한 시기를 놓쳤고, 국민들을 피로감에 지치도록 만든 것은 긴 애도의 기간이 아니라 참된 애도를 할 수 없도록 만든 거짓의 범람이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과의 약속을 쉽게 저버리는 정부, 국가적 위기를 흥정의 기회로 삼은 정치권, 진실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언론, 약자들을 비하하는 사회 지도층, 타인의 아픔을 분열의 빌미로 삼은 세력들에 의해서 그 소중한 시간이 탕진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신학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선 "약속을 지켜야 한다. 대국민담화의 약속, 유족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국민들을 협박하면서, 국민들의 정당한 의견과 발언을 검열하고 억압하는 것인가.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그 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시대에 다시 유신독재의 망령을 몰고 오지 말고, 자신이 했던 약속을 먼저 지키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또 정치권을 향해 "선거철에만 국민들을 위하는 척하면서, 정작 고통당하는 세월호 유족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철면피의 행위요, 불신사회를 조장하는 불의한 일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세월호 특별법을 당리당략을 위한 흥정의 소재로 활용하는 행위를 당장 멈추고, 진실 아에 바로 서길 바란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면서 사회적 짐이 되어가는 행동을 반성해야 한다. 어려운 사람들의 짐을 져주는 일꾼으로서 재탄생하길 바란다"고 정치인들을 강하게 꾸짖었다.

이와 함께 "세월호 사건의 문제를 가장 깊이 알고 있으며, 가장 진실하게 그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 유족들의 간곡한 호소를 정직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며 "세월호 특별법은 반드시 수사권과 기소권까지 보장돼야 한다. 우리는 이 문제가 바로 진실을 원하는 세력과 진실을 두려워하는 세력이 갈라지는 기준이라고 믿는다.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라"고 전했다.

한국교회를 향해선 "우리 사회가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잃어가면서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그런데 교회는 맛을 잃은 소금처럼 버려져 짓밟히고 있는 실정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오신 예수님의 삶을 기억하고, 우리 믿음의 진실을 정직한 맘으로 바로 세워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더불어 "사회적 약자가 된 세월호 유족들을 찾아가서 위로하기보다는, 그들에게 이젠 잊자고 말해야 하겠는가. 세월호 사건에 관한 진실이 제대로 밝혀진 것이 거의 없는데, 잊어야 할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불의와 거짓에 파괴되지 않는 '진실과 정의의 공간'을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없고, 한국교회는 존재 이유를 잃고 말 것이다. 세월호 사건은 잊어야 할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이 사회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준이 됐다. 지금은 잊을 때가 아니라 정직한 맘으로 진실을 밝혀야 할 때다. 기도와 행동으로 진실을 밝히는 데 힘써야 한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우리 신학자들은 약한 사람들의 고통에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증언하고자 한다. 그것이 '임마누엘'의 하나님을 향한 참된 신앙이라고 믿는다"며 "슬픔으로 무너져 주저앉은 세월호 유족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고, 우리 사회와 교회가 정직한 맘으로 진실을 세우는 일에 지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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