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정부가 통일 후 세금보다는 투자 유치 등을 통해 북한 재건 자금 5000억 달러를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9일 '한반도 통일과 금융' 컨퍼런스에서 '한반도 통일과 금융의 정책과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은 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금융위는 통일과정에서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20년간 1만 달러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5000억 달러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우선 주요 인프라·산업부문 육성에 175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철도·도로·전력·통신·공항·항만 등 북한 인프라 조성에 1400억 달러, 농림수산·광업·전기·전자공업·경공업·경제특구·산업단지 개발에 35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금융위는 '발전 - 이행 - 정착' 등 3단계로 나눠 경제통합과정을 밟는 방안을 제시했다. 발전단계에서는 ▲산업 육성 ▲철도·항만 인프라 재건 ▲대외 개방·무역활성화 ▲지역개발· 자원발굴 등을 추진한다. 이행단계에서 ▲가격 자유화 ▲재산 사유화 ▲시장제도 정비 등을 추진한 데 이어 정착 단계에서 ▲법제 통합 ▲인프라 통합 ▲시장 통합을 밟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융권에서 이뤄진 통일 관련 논의가 추상적이었기 때문에 각 금융기관이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의미"라며 "통일에 대한 대응을 금융위가 주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준비를 해두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5000억 달러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늘리기보다 정책금융기관·민간투자자금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융위는 유엔 등 국제기구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170억 달러를 확보하고, 정책금융기관을 활용해 펀드 등을 조성해 전체 재원의 50~60%인 2500억~3000억 달러를 조달키로 했다. 수익성이 확보된 프로젝트, 경제특구개발 등에는 민간자본을 유치, 1072~1865억 달러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 북한에서 창출되는 세수 중 1000억 달러를 개발 재원에 활용키로 했다.

발전가능성이 큰 지역의 인프라·산업부문이 우선적인 투자 대상이다. 초기단계에는 양허성 자금과 정책금융기관의 자금이 집중 투입되고, 심화단계에는 국제기구의 일반자금과 국내외 민간자금, 통일 완성기에는 민간자금이 본격 투입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원을 세금으로 조달할 경우 저항이 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세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조달하는 방법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북한의 금융이 '중앙집중체제'에서 '가격중심 시장체제'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은행 중심의 간접금융 육성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북한 전체에 영업망을 갖춘 국유 상업은행을 설립하고, 국내 주요 은행과 외국계 은행이 북한에서 지점 형태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또 카드사들의 북한 지역 영업을 허용하고, 일부 서민금융기관과 증권사의 진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보험분야에서는 국유상업보험회사가 설립된다. 금융위는 북한 주민들이 은행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유도하기 위해 은행과 제2금융권의 예금 전액을 보호하는 '전액예금보험제도'를 한시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당수 탈북자들은 '북한에서는 돈이 생기면 중국 위안화나 미국 달러로 바꿔 장롱에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며 "은행에 예금하는 것을 불안해하는 정서를 바꾸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화폐 통합 과정에서의 남북 화폐의 교환비율은 ▲양국간의 경제력 격차 ▲경제 성장률 등 거시변수 수렴 여부 ▲통화·환율제도의 동질성 확보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동독과 서독의 경제격차는 4대1이었지만 4대1의 비율로 교환하지 않았다"며 "근로자의 임금에 대해서는 1대1, 나이가 어리거나 많은 동독인에 대해서도 1대1, 일반적으로는 2대1로 교환하는 식으로 정교하게 구별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철저하게 경제적 입장으로 따지면 40대1이 맞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화폐문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결정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동독의 임금이 올라서 처음에는 좋았지만 결론적으로는 기업이 문을 닫고 대량 실업으로 연결됐다"며 "큰 숙제이기 때문에 계속 연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환율제도는 고정환율제도에서 관리변동환율제도로 전환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올해 초 통일금융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같은 정책과제를 확정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금융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최종 연구용역 결과는 12월 말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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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북한 #통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