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은 지난 35년간 미국 중심의 복음주의 선교신학을 따라가면서, 가시적 성과가 신속하게 나타나지 않는 선교활동은 실패라는 지나친 실용주의적 평가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미전도종족 선교와 재배치를 강조해도 선교사들은 결국 열매가 빨리, 쉽게 나오는 지역과 방법에 몰릴 수밖에 없게 되었고, 고난과 인내, 시간이 소요되는 사역들은 구시대적인 개념처럼 취급되기도 했습니다."

침례신학대학교 선교학 교수이자 선교대학원장인 이현모 교수는 '한국선교KMQ' 최신호에서 최근 35년간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의 특성과 한계에 대해 이같이 평가하고,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제안했다.

이현모 대전 침례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장은 "우리를 사용하시는 주인은 하나님"이라며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나님을 의지하고 또 다시 정진할 것"을 촉구했다.   ©기독일보DB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의 성격과 한계'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이 교수는 "한국선교에 대한 공식적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79년을 한국교회 선교운동의 출발점으로 간주할 때, 올해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선교운동이 일어난 지 35년이 된다"며 "한국교회 선교운동은 주로 보수적이고 복음적인 신앙 그룹에 의해 주도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한국의 복음주의 선교운동이 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학자들에 의해 디자인되고 주도됐다며 "이들은 출신 학교의 성향을 충성스럽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현모 교수는 "서구교회의 선교역사와 비교할 수 없는 선교의 후발주자로서,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어린아이에게 육상 선수의 기량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며 "하지만 패스트 팔로워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오늘날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이 그런 한계를 경험하고, 다양한 새로운 필요에 대처해야 할 상황에 도달해 있다"고 평가했다. 패스트 팔로워는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전략, 또는 기업을 지칭한다.

이현모 교수는 1974년 로잔대회 이후 25년 만에 복음주의 선교신학을 평가하기 위해 모인 1999년 이과수 대회에서 주제 강사였던 사무엘 에스코바(Samuel Escobar)의 비평을 언급하며 미국 중심의 복음주의 선교신학의 한계를 지적했다. 에스코바는 이 대회에서 미국의 선교신학을 '관리적, 혹은 경영적(managerial) 선교학', 마케팅 개념이 지배적인 선교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물론 이 선교학이 전통적 선교방법이 가진 부정확성을 줄였다"며 "하지만 에스코바는 통계와 수치로 축소될 수 없는 선교 사역의 여러 양상이 중요성을 잃게 되었고, 신학적 문제들을 덜 강조하고 방법이 중심이 되도록 하여, 결국 선교학이 선교방법이 되어버렸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진행되는 선교방법 중에 성경적이고 신학적 근거가 없거나 부족한 것들도 제공돼 점차 선교운동이 모호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현모 교수는 "에스코바의 평가가 지나치게 부정적 측면에 비중을 둔 측면이 있긴 하지만,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이 따라왔던 선교신학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목표지향적, 성취지향적인 미국 문화의 영향이 한국 선교운동에 중심가치를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선교가 삼위일체 하나님의 섭리적 활동이고, 인간은 하나님의 도구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선교신학은 인간적 시도에 불과하다는 약점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미국 중심의 복음주의 선교신학의 긍정적 효과로는 "선교활동이 도표와 그래프로 표시되고 디지털화된 것은 젊은이들을 향한 구체적인 동기부여에 유리했다"고 그는 평가했다.

이 교수는 "에스코바가 관리적 선교학을 혹평하고, 대안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더 강조한 것은 그의 신학적 성향이고, 너무 교회개척 중심으로 선교가 흘러가는 것에 반발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그러나 한국교회 복음주의 신학에서는 교회개척이 중심이 된 선교개념이 훨씬 호소력을 가지고 선교운동을 증진시켰다"고 평가했다. 또 "복음전파의 우선순위를 주장하는 복음주의 그룹에게 수적 성장은 피할 수 없는 지표"라며 "교회성장학, 교회 확장에 비판적인 데이빗 보쉬(David Bosch)조차도 복음전파와 수적인 성장에 무관심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교회가 선교지에서 교회개척에 있어 탁월하다는 인정을 받는 면은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의 특성으로 잘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선교사역을 지나치게 실용주의적 관점으로 기울어지게 하는 미국형 선교신학은 지양해야 한다"며 "하나님 나라의 신학과 삼위일체 하나님이 시작하시고 주도하는 사역으로서의 선교, 이에 따른 사역자들의 인내와 순종 등의 균형을 이루는 선교신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세계선교에서 단순히 양적 측면이 아닌 질적인 면이나 학문적 측면에서도 세계선교에 적절한 비중의 공헌을 해주어야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미국 중심의 선교학에 지나치게 의존했고, 모든 선교전략도 이 선교학에 중심을 두어왔다면 우리 자체의 비판적 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성경적 측면에서 우리의 선교를 평가하고, 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라며 "사회과학이 제공한 유무형의 공로를 간과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되지만, 성경적 관점에 좀 더 비중을 둔 한국적 접근이 강조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을 선교에 동원하여 한국선교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5월 28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2014 세계선교대회’ 출정식을 열고 2달간의 선교축제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출정식 참석한 한국교회 목회자, 선교사, 성도들.   ©이지희 기자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이 처한 위기 상황

이현모 교수는 한국 선교사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 점을 들며 표면적 정체의 원인은 경제적이고 양적인 교회성장의 정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교회 선교는 80년대, 90년대 초반까지 부흥운동으로 인한 급속한 교회성장과 빠른 국가 경제성장, 올림픽 및 월드컵, 한류 바람의 확산 등의 영향을 받아 급성장했다"며 "그러나 현재는 교회성장이 정체기에 이른지 이미 20년 정도 지났고,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성장 침체가 한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내면적 영향으로는 "한국선교가 교회 성숙의 결과라기보다 교회 외적 요인으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라며 "교회의 선교에 대한 도전과 교육을 통해 선교운동이 일어났다기보다 교회 밖의 요인, 곧 파라처치 운동의 영향, 여행 자유화, 선교한국 같은 초교파적 운동의 영향, 초교파 국제선교단체들의 도전과 개인적 헌신 등 때문"이라며 "이에 따른 개교회의 성숙한 선교 도전과 교육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한 것이 정체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성숙이 따라오지 못할 경우 선교는 남들이 하기 때문에 따라 하는 교회 유행이나 프로그램이 되고 유행의 시기가 넘어가면 기울어진다"며 "2000년도 초반, 선교는 유행의 시기를 놓치고 상담이나 다른 관심으로 교회 유행이 변했다"고 주장했다.

이현모 교수는 특히 세계 경제위기, 기독교 선교 제한 국가의 증가 등 외부요인을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복음주의 선교운동이 다시 활력을 찾으려면 내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선교를 교회의 여러 선택 프로그램 중 하나가 아닌, 교회의 본질적 사명으로 인식하는 가르침이 필요하다"며 "여기서 선교가 해외선교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아직 복음을 듣지 못한 지역, 종족에 대한 부담이 우선순위를 가져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동시에 선교는 한 번의 호소와 결단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지속적 교육과 적절한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해 교회의 성숙의 열매로 선교 사역이 이뤄지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목회자들의 선교 인식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더는 교회성장이 교회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고, '하나님의 나라 성장'(Kingdom Growth)이 교회의 목표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의 특징...목회자 중심의 선교사

이현모 교수는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의 두드러진 특성 중 하나로 목회자 선교사의 높은 비중을 들었다. 목회자 출신 선교사 비중은 64.7%(2006년 KWMA 통계), 교단 파송 선교사 중 목회자 선교사 가정과 평신도 선교사 가정 비율이 90:10(2008년 KWMA 통계)다.

그는 "목회자 출신 비중이 높다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며 "검증된 선교사 자원으로 전체적 질을 높이는 장점이 있고, 한국 선교사 사역 중 교회개척이 가장 높은 비율인 것도 여기에서 유래한다"고 말했다. 또 목회자를 존중하는 한국교회 풍토에 따라 선교사역이 인정을 받는 것도 장점이라고 봤다.

그러나 목회자에 치중된 선교사 개념이 다양한 자원 동원에 거침돌이 되는 단점도 있다며 "목회자 출신 선교사만 인정하는 풍토로 선교 제한 지역에서 사역을 위한 플랫폼을 형성, 유지하기 위해 전문인 사역자나 시니어 선교사를 선교지로 동원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목회자와 평신도를 구분하는 이분적 사고가 선교현장에서 통합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모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의 대안으로 "목회자 출신과 평신도 출신이 서로 동일한 사역을 동일한 방법으로 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구분된 사역의 장을 가지면서 팀으로 동역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네트워킹과 협력의 한계

이 교수는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협력과 네트워킹의 문제를 꼽았다. 그는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이 교파 이기주의 토양과 개교회주의에서 유래된 개인적 특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배경으로 한국 복음주의 선교는 개인적, 독자적이고 일명 독불장군식의 선교활동이 주류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보다 앞선 나라인 서구인에 대해서는 호감을 표시하고, 우리보다 경제 지위가 약한 나라 출신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제국주의적인 인종주의 성향으로 무의식적으로 선교지에서 우월감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연합운동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해방 이후 문화적으로 경쟁에는 익숙하지만, 팀워크나 연합에는 취약한 환경에서 자란 것이 연합운동에는 소극적인 문제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한국 복음주의 교회가 신앙의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분파적 성향을 띠는 보수적 성향도 협력사역의 한계 요인으로 꼽았다.

이현모 교수는 "협력과 네트워킹은 21세기 선교의 성패를 가름하는 결정적 요소"라며 "한국 선교사들 간 협력은 물론, 현지인 교단과의 협력, 국제적 선교단체들과의 협력 등에 대한 적절한 훈련과 전략이 제시돼야 하고, 이런 협력과 네트워킹이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의 성숙의 표시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의 선교 전략 평가

이현모 교수는 기고에서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의 다양한 선교 전략 중 미전도종족 선교운동을 하나의 사례로 들어 평가했다. 그는 "지난 20년 가까운 기간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이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주도로 미전도종족 선교운동에 매진했지만, 실제 그 열매는 기대에 미흡한 상황"이라며 "1995년 GCOWE 95대회에서 2000년까지 2천 개 미전도종족을 입양해 복음화할 것을 공동결의했지만, 지난 19년 동안 공식적으로 146개 종족이 입양됐을 뿐이고 특히 2010년 이후 미전도종족선교연대(UPMA)를 통해 정식 입양을 한 기관이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전도종족 선교의 개념인식, 중요성, 당위성의 인지는 선교단체, 선교사, 교회에 폭넓게 인식됐으나 구체적 열매는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았다"며 실패의 원인을 △한국교회의 현실에 맞추는 데 실패한 것 △평가수정 능력의 부족 △구체적 전술 개발 취약 등으로 분석했다.

이현모 교수는 "한국교회는 랄프 윈터와 기독교 21세기 운동에 의해 개발되고 주도된 미전도종족 선교운동의 패스트 팔로워 역할을 했지만, 단기간 열매를 기대하는 한국교회 현실과 괴리를 좁히는 데 실제적 방안이 부족했다"며 "실제 교단선교부도 전략 측면에서 컨트롤 능력이 부족한데,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재정적 차원에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끊임없이 선교사역을 평가하고 결과를 피드백시켜 전략을 수정하기 위해 선교전략이나 평가 분야의 전문인을 더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전략은 포괄적, 종합적이고 융통성을 가질 필요가 있지만, 전략의 하부개념인 전술은 좀 더 구체성과 독특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현재 상황은 교단선교부 등 본부가 전략 개발을 하지만 전술은 현장 선교사들에게 전적으로 맡겨버린 듯하다"며 "그 결과 전문성, 현실성에서 취약한 전술이 너무 많고, 때로는 전술 없는 무계획적 사역들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타겟 2030과 같은 목표들이 대대적 수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위의 원인과도 동일한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현모 교수는 마지막으로 "여러 한계를 지적했지만,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이 총체적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우리의 많은 약점에도 하나님은 한국선교를 사용하고 계시며, 많은 선교사의 희생적 수고로 교회가 개척되고 어둠이 밝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지적은 개선을 통한 발전을 목표로 하는 것이지 결코 책망이 아니다"며 "한국 복음주의 선교운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하나님을 의지하고 다시 정진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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