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미국이 2013년 8월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약속한대로 공격했다면...

시리아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넘어가는 최근의 난민 사태를 보며 미국에서 나오는 가정의 질문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지금까지 25만명의 시리아인들이 죽었고 400만명의 시리아인들은 집을 떠나 주변국인 터키, 레바논, 요르단 난민촌에 모여 살고 있다.

이들은 내전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야지라는 기대를 갖고 나왔지만 내전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난민촌에는 아무런 희망이 없자 유럽으로, 독일로 떠나기 시작해 지금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난민 유입이라는 사태를 맞고 있다.

미국은 내년까지 1만명의 시리아 난민들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그동안 시리아 내전에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아 내전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 난민 사태의 원인이라며 이제라도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3월 이른바 ‘아랍의 봄’ 연장선으로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면서 시작되었다. 부자 세습으로 40년 넘게 시리아를 통치해온 아사드 정권은 이 시위대를 군대를 동원해 유혈 진압했고 이를 계기로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는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내전이 발생했다.

내전이 전개되면서 러시아, 이란, 헤즈볼라는 아사드 정권을 지원했고 반군 세력은 카타르, 사우디 아라비아 등의 지원을 받으며 내전은 이해 관계국들의 대리전 성격을 띄게 되었는데 이 때 미국의 입장은 냉담한 중립이었다.

무고한 민간인들까지 죽이는 아사드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컸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2012년 8월에 가서야 오바마 행정부는 시리아 반군 지원으로 방향을 잡고 통신시설, 인도적 물품 등 비군사적 지원을 결정했다. 그리고 당시 반군을 향해 화학무기를 쓰고 있다는 아사드 정권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라며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선’(red line)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은 1년 뒤인 2013년 8월 21일 화학무기인 사린 독가스를 사용해 어린이 400여명을 포함해 1,400여명의 시리아인들을 죽였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노발대발이었다. 아사드 정권이 미국이 분명히 정한 금지선을 어기고 무고한 어린이까지 화학무기로 죽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책임을 물어 제한적인 군사공격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아사드 정권에 대한 군사공격은 미국의 국익 못지 않게 도덕적 이익 때문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재자가 수백명의 아이들을 죽였는데도 아무런 벌을 받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메세지를 세계에 전달하겠는가? 미국은 다마스커스에서 일어난 것에 눈을 감을 수 없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 어떤 나라보다 이 책임을 지려고 한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여기서 미국이 뒤로 물러서서 가만히 있으면 세계에 어떤 메세지가 전달되겠는가? 다른 독재자들은 괜찮구나하며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사용할 것이다. 이란, 헤즈볼라, 북한은 우리의 침묵을 좋아할 것이다. 미국이 ‘하지 말라’(never)고 하면 ‘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세지가 세계에 전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인 공화당과 주요 언론들도 시리아 정부의 만행을 처벌하는 차원의 군사 공격을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 공격 결정권을 의회에 넘기는 의외의 조치를 내렸다.

당시 UN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제재가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로 무산되고 영국 의회에서 시리아 정권에 대한 영국 군사력 사용이 거부당하고 미 국내여론도 반대하는 분위기가 크자 흔들린 것이다.

의회는 엉겹결에 받은 시리아 공습안을 두고 의논을 시작하다 시리아가 모든 화학무기를 폐기하도록 하면 어떻겠냐는 러시아의 중재를 오바마 행정부가 받아들이면서 아사드 정권에 대한 처벌적 군사공격은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

이 일로 세계경찰국이라는 미국의 이미지는 실추되었다. 오바마 대통령 밑에서 국방장관을 했던 레온 파네타는 “그것은 미국에 대한 신뢰도에 큰 타격이었다”며 “군최고통수권자로 대통령이 한계선을 그었으면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세계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파네타 전 장관은 시리아 내전과 관련, 당시 힐러리 클린터 국무장관, 데이빗 퍼트레이어스 중앙정보부 국장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에게 시리아의 중도적 반군 세력을 지원하자고 제안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후에야 시리아 반군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승인했지만 최근 발표에 따르면 그 효과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이처럼 세계경찰국으로 제역할을 하지 않으며 생긴 빈 공간에 지금은 러시아가 들어와 시리아 정권은 러시아가 제공한 전투기를 사용해 반군 세력과 민간인들을 폭격하고 있고 시리아인들의 난민행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은 미국은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쳐 ‘자유의 수호국’으로 세계적 리더십을 발휘해 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라크를 버렸고 아프가니스탄을 버리려 하고 있으며 시리아는 바라만 보고 있는데 그렇게 생긴 빈 공간을 적들이 차지하며 난민 사태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제라도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하고 있다.

/글·사진=케이아메리칸포스트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시리아 #유럽난민 #미국 #시리아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