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이 지난 22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둘째 날인 이날, '학술의 날'이라고 해서 1부에는 애니메이션의 미래라는 주제로, 2부는 만화의 미래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

김광한 집행위원장은 "학술적인 연구와 체계화는 한 나라의 문화 발전의 철학적, 미학적, 산업적인 영역에 이르기 까지를 두루 아우르는 근간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문화가 자리매김하기 까지는 많은 조건을 필요로 한다"며 "하지만 그 많은 조건 중에서도 문화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갖추지 않고서는 문화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학술인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SICAF 행사에서 한국만화애니메이션 학회가 국내·외 만화와 애니메이션 전문가를 초청하여 세미나를 개최하게 됨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를 계기로 한국 만화·애니메이션의 학문적 발전과 문화적인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1부에서 첫번째 발제는 나호원(영국 러프버러대학교 박사 과정)씨가 <구경꾼의 재탄생: 영화관 옆 아케이드 옆 콜로세움>이라는 주제로 말했다.

그에 따르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은 기존의 익숙함을 표면적으로 유지하는 인터페이스를 내세우면서도, 그것이 매개하는 정보·텍스트와 유저·관객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한다.

애니메이션은 기존의 애니메이티드 필름이 지닌 물질성을 상실하고, 그 대신 정보라는 물질성에서 유동성을 지니지만, 여전히 익숙함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을 접하는 관객은 19세기 말의 산책자이자 유저로 재탄생한다.

두번째 발제로는 아그니에슈카 자약(프로그램 코디네이터)과 마리우스 빌친스키(애니메이션 작가)가 <폴란드 애니메이션: 지속되는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말했다.

폴란드 애니메이션 현상을 명확하게 서술하기는 어려우나 자유와 국가 정체성, 사회, 정치, 그리고 문화적 독립을 위해 200년 가까이 싸웠던 국가의 문화적 특징이라는 기본적인 특성을 간략하게 짚어낼 수 있다. 50~60년대 폴란드 애니메이션에서는 철학적 성찰을 하게 되는 비관주의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시절 폴란드 애니메이션에서는 유머스러한 가운데 슬픔을 내재하고 있다. 이 연장선에서 폴란드의 젊은 예술가들은 우화적인 언어로 표현된 정치적인 성향과 소견을 흔히 드러냈다.

이들은 발제를 통해 폴란드 애니메이션의 역사와 최근 관찰되는 부활의 움직임 속에 미래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2부에서 사이토 노부히코(편집자, 만화 연구가)와 다나카 아이(만화 작가)의 <미디어 아트로서 일본 만화의 현재 상황과 JMAF 어워드 사상>이라는 주제의 발제가 진행되고 있다.   ©박성민 기자

이어지는 2부 순서에서는 사이토 노부히코(편집자, 만화 연구가)와 다나카 아이(만화 작가)가 <미디어 아트로서 일본 만화의 현재 상황과 JMAF 어워드 사상>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웹 만화가 주류인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잡지를 비롯한 종이 매체 주류다. 많은 만화 잡지가 발행되고 동인지 활동도 활발한 일본 잡지 문화와 다양한 만화 시장은 현재도 신인 만화가를 키우고 배출하고 있다.

발제에서는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수상 작가인 다나카 아이의 작품 <천년 만년 사과 아이>를 소개하고 작가와의 이야기를 통해 미디어 예술로서의 일본 만화의 현황을 소개했다.

사이토 노부히코 연구가는 "미야자키 하야오 등과 같이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병행하시는 분이 많아지는 추세다.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만화와 애니메이션 병행은 100년 전부터"라며 "그러한 의미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보면 사촌지간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나카 작가는 지난 해 일본에서 권위있는 신인상을 만화 부문에서 수상했다. 만화가가 되려고 잡지에 투고한적은 없고 동인지를 출간했는데 판매하던 곳에서 편집자에게 스카웃 됐다.

동인지(同人誌)란 1인이 출판하는 책을 말한다. 판매는 매대에 놓고 스스로 판매한다. 자신이 팔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판매를 의뢰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잡지에 연재해서 단행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동인지를 통해 만화가가 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전 세대에는 만화가들을 도우며 성장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어시스턴스가 없어도 동인지를 통해 데뷔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다나카 작가는 어릴 때부터 만화를 굉장히 좋아했고 대학은 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10년간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녀는 "디자이너로 일한 것이 지금 굉장히 많은 도움 주고있다"며 "만화를 그리는 것이 대학 직후였다면 만화가로서의 작업할 수 있는 그릇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다자이너를 해서 배경 지식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천년 만년 사과 아이>는 남자 주인공이 사과가 많이 나는 곳에 사위로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다. 사과를 재배하는 농장을 배경으로 일본 사계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이 만화에서는 남자가 어떤 행동을 하여 아내가 몸이 작아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마을에 있는 금단의 사과 나무에서 딴 사과를 아내에게 주니 이같은 이변이 생겼다는 그런 설정이다. 이 상황에 대해서 남자 주인공이 대처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나카 작가는 "저는 이 얘기를 일본의 민족학적인 옛날 이야기를 살려서 신화적 이미지를 가미해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금기(禁忌)에 대해 전해져 내려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해보고 싶었다"며 "그런 금기들은 무섭기는 하지만 무서우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봐버리는 매력이 있기에 이런 것을 잘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사이토 노부히코 연구가는 "금기에 손을 대버린 인간이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대항해 나간다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주어진 시간 가운데 다나카 작가는 그림 그리기를 시연해 보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프로 만화가의 펜 작업을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먼저 펜 작업을 수작업으로 하고 이후 디지털 작업을 한다고 했다.

다나카 작가는 식물이 배경이 된 그림을 그렸다. 그녀는 "저는 빌딩이나 그런 것을 그리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저한테는 오히려 식물을 그리는 게 훨씬 편하다"라며 "저는 식물같은 경우에는 예를 들어 인공적인 인공 물질을 그리는 경우에는 형태를 완벽하게 그리지 않으면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인데, 식물은 유기적 형태라도 어떻게 그려도 아름답다고 생각 돼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문 시간에 만화와 미디어 아트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사이토 노부히코 연구가는 "일본에서는 만화를 그리는 사람, 좋아해서 보는 사람, 직접 출판하는 사람 등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만화를 즐기고 있고 저변이 넓다. 일본에서는 1950, 60년대에 이미 만화 원작으로한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일본은 대중 문화 저변에 만화가 깔려있다고 보는 관점들도 있다. 그러니까 만화를 제작하는 사람, 그리는 사람이 많고 그만큼 만화가 활성화 되어서 다른 문화에 밑거름이 되는 것이라 할수 있겠다"라며 "그런식으로 대중 문화의 저변에서 만화가 깔려있고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 관계자도 현대 미술 기초 저변에 만화 깔려있는 경우가 많다. 만화가 다른 문화에 파급 효과를 미쳐서 다른 문화를 더욱 융성하게 만들고 그렇게 꽃핀 것들이 다시 돌아오는 선순환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목혜정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학술이사가 <웹툰의 사운드 표현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박성민 기자

이어 마지막 발제로 목혜정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학술이사가 <웹툰의 사운드 표현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말했다. 목 학술이사는 "웹툰의 사운드를 분석할 때는 문화적·회화적 요소, 사운드 자체의 요소들이 두루 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웹툰의 사운드 표현에 관한 연구>는 이런 종합적 접근을 위해 영화 사운드 분석 방법을 차용한다"고 밝혔다.

연구 발표에서는 직접 포털에 발표되었던 다양한 작품 속의 소리 표현 방식을 보여주고 들려주며 웹툰과 소리의 만남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목 학술이사는 "만화를 보는데 사운드가 들렸다. 웹툰, 이런 것을보며 사운드가 들리는 것을 보면 분석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근 웹툰은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계승하기도 했지만 소리까지 들려주는 웹툰 표현 방법이 도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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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르면 장르마다 사용되는 소리 코드가 있다. 목 학술이사는 "특히 웹툰에서 가장 먼저 시도되는 게 호러라는건 우연이 아니다"라고 했다.

만화에서의 사우드 기법은 '의성어 기법'이 있다. 만화의 의성어는 언어적 속성도 있지만 창의적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어떤 위치에 사용되는가 등의 이 자체가 연출"이라고 했다.

웹툰이라는 새로운 것이 도입되면 직접 소리를 들려주게 됐다. 가장 첫번째는 BGM을 사용했다.

그렇다면 초기 출판 만화의 사운드 표현은 어땠을까? 1961년 작품은 김기률 작가의 <무쇠돌 경위>를 보면 의성어를 말풍선 내에 넣어 간단히 표현했던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창의적인 것도 많았겠지만, 이렇게 사용되는 정도였다.

사운드 기법 중 또 '의성어의 이미지화'를 들 수 있다. 의성어를 흔들리는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다. 글씨가 점점 작아지면서 앞에서 보고듣는 청자의 입장에서 소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을 표현한다. 또 '발화자와 청자의 동시 드러내기'가 있다. 의성어가 가로로 배열된 두 컷에 걸쳐 있으면서 청자와 발화자를 같이 보여주는 방식이다. 목 학술이사는 "또 굉장히 재밌고 만화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목 학술이사는 "웹툰은 기본적으로 시각 예술이다. 웹툰은 소리 표현 기법을 계속 발전시켜 왔다. 소리 전달 방법이 지금은 너무나 창의적으로 하고 있다"라며 "일본은 만화를 '읽는다'고 한다. 우리는 '본다'고 말한다. 웹툰은 이 두 가지 방식을 다 사용하고 있다. 웹툰에서 상호 융합한 발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웹툰은 앞으로도 융합 요소가 가장 많이 발전될 수 있는 장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시는 올 해는 축제가 열리는 주말 사흘간(25~27일) 명동 중앙로를 애니메이션 거리로 조성, 명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나라 캐릭터와 관련된 산업을 홍보함으로써 명동과 남산일대를 문화 캐릭터의 중심지로 알릴 예정이다.

축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SICAF 홈페이지(http://www.sicaf.org/)와 서울시 문화산업과(02-2133-2598), (사)SICAF 조직위원회(02-3455-8435)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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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