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연구원   ©기독일보 DB

성경 누가복음에 나오는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세상의 '참된 이웃'이 되기를 요청한다. 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에 만난 '강도 당한 자'를 보살피는 것, 그것이 '선'이라고 말한다.

24일 백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진행된 현대기독연구원 '공공신학이란 무엇인가' 마지막 강의에서 최경환 연구원(현대기독연구원)은 짐 월리스가 『하나님 편에 서라』에서 강조한 공공선,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짐 월리스의 초기 저작인 『회심』과 『부러진 십자가』는 1970년대 냉전시기 미국에서 시민운동과 인권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시절 복음주의자들에게는 충격적인 도전이었다"며 "본회퍼, 헨리 나우웬, 쟈크 엘률과 같은 신학자들의 영성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사회운동에 깊은 영향을 받은 짐 월리스는 자신의 보수적인 신앙 전통(플리머스 형제단)을 기반으로 급진적인 사회운동에 적극 동참함으로 새로운 복음주의 운동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30년 가량 꾸준하게 복음주의 사회운동의 최전선에서 국가를 향한 예언자적 목소리와 사회적 약자를 향한 구제 활동은 젊은 복음주의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결국 버락 오바마의 당선에까지 깊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치란 무엇인가』와 『하나님 편에 서라』에서 짐 월리스는 국가의 역할을 보다 강조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선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또한 종교가 국가의 영혼을 돌봐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면서 종교공동체와 가정을 공공선을 배양하고 양성하는 가장 중요한 기초단위로 상정한다"고 했다.

짐 월리스는 그 책에서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가정 밖에서 일어나는 일만큼이나 공동선에서 핵심적인 중요성을 지닌다고 말하면서 건강한 가정을 회복하는 것이야 말로 탐욕 대신 가치를 택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 번영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곳은 바로 가정과 공동체이다"며 "여기서 신앙이 맡아야 하는 역할은 정치에 도전하며 공적 영역으로 하여금 신앙에서 유래한 가치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고 했다.

또 "신앙은 가장 나쁘고 가장 지배적인 사회적 서사를 전복시킬 수 있으며, 만연한 우상숭배에 도전할 수 있다. 신앙은 하나님이 그들을 창조하신 목적을 외면하게 만드는 거짓말을 폭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앙 공동체는 공적 영역을 지배하려 들 것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 가르침과 영감을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세상에서 공의와 정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참된 예배의 행위이기도 하다. (암 5:21-24)"며 "그리스도인의 신앙적 의무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불공정하고 잔인하고 불의한지를 인식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즉 어떤 깨어진 관계가 하나님의 자녀들과 하나님의 세상을 아프게 하는지, 무엇이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짐 월리스는  "우리가 공동선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기여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누가 교리를 더 잘 이해한다거나 종교를 더 열렬히 추종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참된 삶을 사는가, 누가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고 있는가, 누가 이웃 사랑의 의미를 실천하고 있는가이다"고 했다.

그는 "(마 25장에 나오는 양과 염소의 비유) 여기서 그리스도의 심판은 잘못된 교리나 신학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하자"며 "여기서 영원한 심판은 우리가 우리 가운데 있는, 그리고 세상 가운데 있는 가장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는가에 기초한다. 궁극적으로 이것은 진정한 예수님을 어떻게, 어디서 발견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소개했다. 그는 "이 비유는 사랑이란 이웃의 범위를 결코 제한하지 않는 것임을 보여 주기 위한 예이다"며 "선한 사마리아인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움으로써 모든 종류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모든 종류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회는 경계 – 그 자신과 '타자' 사이의 장벽 – 를 만든다. 예수님은 이웃 사이에 용인된 경계라는 우리의 관념을 제거하신다"며 "신앙인들이 실천하려고 노력해야만 하는 신학적 현실은, 우리의 이웃이 지리적 인접성에 따라 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고 했다.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에 관해 말하며 최경환 연구원은 "이 비유에서 제사장과 레위인들을 비난하기 쉽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들은 율법을 준수했을 뿐이다"며 "그들은 자신이 이해한 대로 규정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책임을 다했을 뿐이다"고도 했다.

그는 "두 사람 다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정결함'을 유지해야만 했다. 피범벅의 몸을 만진다면 그들은 '부정해질' 것이고 여리고에 도착한 후에는 이것이 그들에게 문제가 될 것이다"며 "결국 이들에게 윤리는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작동하는 규칙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법이라는 것은 윤리적 행동의 최소한의 범위를 상정하는 것이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벗어나야만 하는 윤리적 순간이 우리에게 직면하기도 한다"며 "법이 상정한 윤리적인 테두리에 문제를 제기하고 도전해야 할 때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짐 월리스는 그리스도인의 이웃은 동성애자, 무슬림도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게이와 레즈비언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이들을 보호하고 옹호하는 일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어떤 공동체나 집단이 괴롭힘과 증오의 대상이 될 때, 그리스도인들은 공격하는 이들에 맞서 그들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무슬림의 친구가 된 '하트송 교회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슬람 센터의 새 건물이 아직 건축 중이었기에 하트송 교회는 이슬람 센터의 회원들에게 그 이듬해 라마단 기도예배를 위해 예배당을 내주었다. 지역 주민을 위한 하트송의 바비큐 파티에서는 이제 할랄 고기를 내 놓고, 두 회중은 연합으로 노숙자 급식과 지역 아동의 학습 지도를 실시할 계획을 세웠다"

짐 월리스는 "나는 종교 사이의 중대한 차이를 흐릿하게 만드는 순진한 종교다원주의를 옹호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나의 종교 전통에서는 나에게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되라고, 특히 이웃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때 그들을 사랑하라고 가르친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모든 점에서 같은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는 말이다"고 덧붙였다.

최경환 연구원은 "짐 월리스의 급진적인 정치적 결단과 선택, 그리고 구체적인 현실참여는 그동안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있어서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던 복음주의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며 "그의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사회참여, 종교와 이념을 넘어선 타자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답한 모습은 복음주의자들에게 적잖게 충격이었을 것이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이 지난 20-30년간 사회참여의 신학을 어느 정도 구축했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이슈와 현장에 직면해서는 판단과 선택을 유보함으로 결과적으로는 보수적인 기성교회의 우산 아래도 들어갔다는 비판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며 "그동안 복음주의자들은 이웃을 섬기는 교회, 타자를 위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은 많이 했지만, 정작 그 이웃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전혀 묻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덧붙여 "오늘날 복음주의자들에게 타자담론은 구체적인 얼굴과 이름이 삭제된 채 너무나 추상화적인 일반명사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며 "그런 점에서 짐 월리스가 이웃의 이름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호명한 것은 그를 다른 복음주의자들과 구별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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