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이번에는 미-쿠바 국교 정상화 문제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쿠바 당국의 미국인 수감자 앨런 그로스 석방을 계기로 대(對) 쿠바 봉쇄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면서 53년 만의 국교 정상화를 전격적으로 선언하자 공화당은 즉각 "얻은 것 없이 양보만 했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양측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치하는 것은 미-쿠바 국교정상화 조치가 53년 만의 적대관계 청산이라는 외교적 의미에 더해 2016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조치를 "잔인한 독재자에게 어리석은 양보를 해 준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카스트로 정권과의 관계는 쿠바 국민이 자유를 만끽하기 전에는 정상화는 물론이고 재검토조차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쿠바 출신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도 "백악관이 얻은 것은 하나도 없이 모든 것을 쿠바에 양보했다"고 비판하면서 주쿠바 미국 대사관 개설 및 대사 임명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은 내년 1월 시작되는 새 의회에서 상·하 양원 다수당의 지위를 활용해 미-쿠바 국교정상화 조치에 제동을 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가 현재 '적성국 교역법'에 적용을 받는 국가라는 점을 근거로 주쿠바 대사관 개설 자금 지원 반대, 대사 인준 거부 등의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외교 관계는 통상적으로 행정부의 재량권에 속하는 사안이어서 의회가 실질적으로 크게 제동을 걸 수 있는 게 없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다 대안도 없이 무조건 미-쿠바 국교정상화 조치를 반대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는 점도 공화당의 입지를 줄어들게 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통해 구제를 받게 될 최대 500만 명의 불법체류자와, 이번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추진으로 2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거주 쿠바인과 쿠바계 후손들은 민주당 우군이 될 공산이 크다.

공화당이 강력히 반발하는 것도 결국 이런 전망과 맥이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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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쿠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