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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4 (금)

"진화론에서 곧바로 무신론 도출될 수 없어"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press@cdaily.co.kr)

입력 2018. 12. 06 06:15  |  수정 2018. 12. 0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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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대 김정형 교수, 한국종교학회 기독교 분과에서 발표

한국종교학회
기독교 분과에서 김정형 장신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한국종교학회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2018년 한국종교학회는 ‘대학교양교육과 종교학’이라는 주제로 최근 서울대 인문대학 8동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여러 종교 분과가 모인 이번 학회에는 기독교 분과에 김정형 장신대 교수가 발제했다. 발표 제목은 ‘진화론은 무신론을 입증 하는가’이다.

강의 서두에서, 그는 “20세기 후반부터 진화 생물학의 발달로, 기독교를 공격하며 무신론을 적극 주장하는 생물학자들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며 “이는 일반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물론 한국 사회도 예외가 아니”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 무신 진화론자들은 대체 무슨 근거로 진화론이 무신론을 지지하거나 입증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김 교수는 최근의 무신 진화론을 대표하는 학자인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논의했다.

우선 그는 “리처드 도킨스는 영국 성공회 신부 윌리엄 페일리(1743-1805)가 지적 설계론을 비판했다”며 “이를 위해 페일리가 주장한 시계공을 ‘눈먼 시계공’으로 격하시켰다”고 전했다. 윌리엄 페일리는 “복잡한 원리로 구성된 시계를 보며 시계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감탄하게 된다”며 “시계처럼 우주도 아주 복잡한 과학적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시계의 침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정교하게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페일리는 “우주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어떤 지적 존재가 창조한 것으로 유추 할 수 있다”며 “그 창조주는 바로 기독교에서 말하는 야훼(여호와)”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윌리엄 페일리가 「자연신학」에서 말한 지적 설계 이론의 핵심이다.

이에 그는 “도킨스는 윌리엄 페일리의 지적 설계론을 두고, 자연선택의 결과물인 생물은 마치 숙련된 시계공이 설계하고 고안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며 생물의 정교하고 복잡한 구조를 인정한 도킨스의 주장을 전했다. 다만 그는 “도킨스는 이를 ‘설계의 환상’이라 부르며, 시계공을 ‘눈먼 시계공’으로 격하시켜 창조주의 완전한 설계를 부정했다”고 전했다. 이유로, 그는 “다윈의 자연선택이론은 윌리엄의 시계공이 ‘숙련된 시계공’이 아니라 ‘눈먼 시계공’이라는 사실을증명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시 말해, 그는 “자연선택에 의한 생물 진화 가설은 처음부터 창조주인 시계공이 완전히 세상을 창조하지 않았다는 걸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생물을 발전시키는 자연선택은 시계공이 세계를 불완전하게 창조했다는 사실을 말하며, 창조주의 불완전함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그는 “통계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자연의 복잡성은 진화이론의 맹점 이었다”며 “이는 완전한 창조주가 세상을 지었다는 사실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19세기 페일리의 지적설계는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반박 이었다”며 “지적 설계론자들은 ‘누적적 자연선택의 힘’만으로는 생물의 복잡한 구조와 형태와 기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반면 그는 “도킨스는 통계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자연의 복잡성을 오랜 시간에 걸친 ‘누적적인 자연선택’으로 충분히 설명하고 구성할 수 있다”고 인용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또 다른 진화생물학자 데이빗 바라쉬(David P. Barash)는 ‘무신론과 다윈주의’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인용해, “진화론이 무신론을 입증하지는 않지만 전통 신앙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바라쉬는 ‘복잡성으로부터의 논증’으로 진화론을 반박하는 지적 설계 논증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며 “왜냐면 자연선택이 거의 무제한적인 복잡성을 가져올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거듭 밝혀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재차 그는 바라쉬의 말을 빌려, “복잡성으로부터의 논증이 폐기된다고 해서 그것이 곧 무신론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며 “적어도 진화과학은 이 특정한 논증을 배제함으로써 종교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신앙을 지지하고 있던 강력한 기둥 하나를 제거해 버렸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지적설계론은 도킨스의 핵심 주장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자 했지만, 도킨스나 바라쉬는 지적설계론자들이 진화 이론의 핵심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 27-28p에 나온 내용이다.

“다윈이 발견했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맹목적이고 무의식적이며 자동적인 과정인 자연선택은 확실히 어떤 용도를 위해 만들어진 모든 생물의 형태와 그들의 존재에 대한 설명이며, 거기에는 미리 계획한 의도 따위는 들어 있지 않다. 자연선택은 마음도, 마음의 눈도 갖고 있지 않으며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하지 않는다. 전망을 갖고 있지 않으며 통찰력도 없고 전혀 앞을 보지 못한다”

이를 놓고, 김정형 교수는 “리처드 도킨스는 진화 이론으로서 자연선택이라는 과학적 설명에 가치 판단을 교묘히 섞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당연히 자연은 인간과 달리 인격적 존재가 아니”라며 “리처드 도킨스는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자연선택’이라는 표현이 마치 자연이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지 말 것을 강조한 의도를 간과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도킨스는 다윈과 달리 과학적 설명과 가치 판단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보다, 오히려 과학적 설명으로부터 가치 판단을 이끌어낸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도킨스는 이와 같은 판단을 우주의 근본 속성에까지 확대해서 적용했다”고 꼬집으며, 도킨스 저서 「Dawkins, River out of Eden: A Darwinian View of Life」를 인용해 재차 비판했다.

“우리가 관찰하고 있는 우주는 그 기저에 설계도 없고, 목적도 없고, 선도 악도 없고, 다만 맹목적이고 무감정한 무관심만 있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속성들을 정확히 그대로 갖고 있다” p. 133.

요컨대, 그는 “도킨스는 지구의 모든 유기체를 창조한 ‘눈먼 시계공’이라는 표현으로, 어떠한 계획, 목적도, 통찰도 없다는 우주의 맹목적성을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속성들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말에서, 그는 인간적 속성이라는 가치판단을 개입시켰다”고 지적했다.

즉 그는 “도킨스는 전통적인 종교가 주장하는 선한 신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우주의 맹목적성을 주장했지만, 논리 전개를 위해 과학자인 도킨스는 역설적으로 과학적 사실에서 가치판단을 이끌어낸 셈”이라 재차 꼬집었다. 즉 ‘맹목적인 우주를 가정 했을 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속성을 갖고 있다’는 도킨스의 주장에서, 진화론 또한 가치중립적 과학적 사실이 아닌 어떤 가치판단을 개입시킨 가설임을 은연중 드러낸 것이다.

또 그는 “무신 진화론자들의 ‘진화론은 무신론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는 주장은 과학의 고유한 한계 범위를 벗어난 이데올로기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즉 그는 “무신 진화론의 가장 큰 문제는 과학적 연구에 수반되는 ‘방법론적 자연주의’와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 주장인 ‘형이상학적 자연주의’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재차 지적했다. 다시 강조하면서, 그는 “자연과학의 자연주의적 설명으로부터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형이상학적 결론을 이끌어내는 논리의 부당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그는 물리학자 이안 바버의 저서 「과학과 종교가 만날 때」 한 대목을 인용해, “당시 이안 바버가 다윈 진화론의 옹호자인 토마스 헉슬리와 다윈의 진화론을 반대하는 보수적인 기독교인 사이의 논쟁을 회고하면서 논평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다음과 같다.

“논쟁에 참여한 양편 모두 과학 이론으로서의 진화와 해석 철학으로서 진화론적 자연주의를 구분하지 못했다”

이안 바버의 말에 힘을 실어, 김정형 교수는 “이 점에서 종교와 과학이 서로 다른 주제, 서로 다른 방법, 서로 다른 언어 등을 다루는 ‘독립’된 영역으로 보는 관점은 매우 중요한 정당성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예로 그는 고생물학자 스티븐 굴드의 ‘비(非)중첩 교도권’을 전했다. 즉 그는 “스티븐 굴드의 ‘비(非)중첩 교도권’ 사상에 따르면, 종교는 과학과 전혀 별개의 영역이기에 과학적 근거에서 종교적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그는 “스티븐 굴드는 ‘과학적 무신론’ 혹은 ‘무신 진화론’은 자체 모순을 안고 있는 용어라고 비판했다”고 인용했다. 과학적 사실에서 무신론이란 가치판단을 내리는 건 모순이라는 셈이다.

다만 김정형 교수는 ‘비(非)중첩 교도권’에 대한 리처드 도킨스의 반박을 인용했다. 그는 “도킨스는 굴드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지적으로 정직하지 못하다고 비판 한다”며 “종교는 ‘기적’을 말하며 결국 기적이란 자연법칙 안에서 입증가능 한 형태로 나타나야하기에, 종교와 과학은 중첩하고 있다”며 도킨스 주장을 전했다.

역설적으로 도킨스 논증에 힘을 실어, 그는 “자연주의적 세계관을 강조하면서 전통적 ‘기적’ 개념을 비판하는 과학과 종교의 비(非)중첩 교도권을 거부하는 무신 진화론자들의 주장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며 “무신 진화론자들은 이 교리가 지적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주장 한다”고 전했다. 왜냐면 그는 “초자연적 ‘기적’을 배제하는 굴드의 종교에 대한이해가 초자연적 ‘기적’을 믿는 일반 종교인들의 종교 이해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과 종교의 분리를 외치기 위해, 기독교의 핵심 가치인 기적을 배제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도킨스는 과학과 종교를 분리시키고 종교의 고유한 영역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한 비판은 그의 진화 이론 중 핵심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사실 페일리 식의 ‘자연신학’이나 마이클 베히(Michael Behe)와 윌리엄 뎀스키(William Demski) 식의 ‘지적 설계’는 창조론의 특별한 한 형태이지, 그것이 반박된다고 해서 창조론 전체가 무너져 내리거나 초월적 존재에 대한 종교적 신념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강연을 마무리 했다.

한국종교학회 세미나
한국종교학회가 서울대 인문대 8동에서 열렸다 ©한국종교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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