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통협 태영호 공사 초청 발제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선거통일한국협의회는(이하 선통협)은 30-31일 양 일간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김정은 시대, 북한의 변화와 한국 기독교 역할’을 놓고 컨퍼런스를 열었다. 31일 오전 10시부터 기조강연 순서에 전 북한주재영국대사 태영호 공사가 초청돼 강연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북한 사정에 잔뼈가 굵은 그는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를 강조하는 속셈”을 서두에서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일각에선 남북 연방제를 기치로, 통일하자는 의견도 있다”며 “그러나 이런 생각은 북한에서 처형 감”이라 꼬집었다. 이유로 그는 “북한 노동당 규약에는 ‘한반도 통일은 북한 주체사상을 기치로 해야 한다’고 적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그는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지적했다.

태영호 공사는 “미국이 버티고 있는 남한에 북한은 함부로 못 한다”며 “주한미군 철수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했다. 또 그는 “중국 신양 부근, 중국군 89만 명이 주둔해 있다”며 “한국 유사시를 대비해 항상 준(準) 전시태세”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독일 통일이 가능했던 이유도, 동독의 힘의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서독이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이행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북한이 핵 보유국을 인정받기 위해, 완전 비핵화를 계속 거부하는 이유도 밝혔다. 그는 “지독한 반공주의자인 트루먼 대통령도, 1949년 소련의 핵개발 때문에 에치슨 라인을 그었다”며 “이는 공산 주의권 접경 국가에 군사 개입의 철회를 선언한 것”이라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북한 김일성은 이를 근거로 6.25 남침을 이행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더불어 그는 “1954년 마오쩌둥이 대만을 침범하려 했다”며 “당시 미국은 중국을 향해 핵 폭격을 가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대만을 지키려 했다”고 전했다. 대만의 공산화를 막기 위한 미국의 강경책이었던 것이다. 이어 그는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65년도 핵폭탄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히며, “결국 미국은 69년도에 닉슨 독트린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에 의하면, 당시 닉슨 대통령은 “아시아 문제는 아시아에 맡긴다”고 발언하며, 핵을 가진 중국과 붙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79년도에 이르러, 대만에 주둔했던 미군은 공식 철수했다.

하여 그는 “북한이 핵 지위국을 공고히 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강조했다. 왜냐면 그는 “미국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만큼 외교적 파워를 갖추기 때문”이라며 “나아가 북한은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군사 개입을 막기 위해, 핵보유국 지위를 고수하려 들 것”이라 꼬집었다.

태 공사는 하노이 회담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고수’하려는 김정은의 외교적 노림수도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2018년 6월 12일 미국과 싱가포르 합의문”을 통해, “남북 상호신뢰 구축을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전했다. 이를 놓고, 그는 “북한은 평화체제를 구축해, 이후 비핵화를 순차적으로 이끌어낼 것”이라며 “그런 시간적 여유를 확보해, 장기간 핵보유국 위치를 선점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은 인도, 파키스탄처럼 전 세계에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얻음으로, 함부로 건들지 못하는 ‘군사 강국’으로 승격되는 셈”이라 지적했다.

선통협 태영호 공사 초청 발제
전 북한주재영국대사관 태영호 공사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특히 그는 “많은 법학자들은 싱가포르 회담을 ‘미국이 북한을 잠정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준 합의문’이라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왜냐면 그는 “비핵화의 구체적 시작점이 문건에 명시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오직 상호신뢰와 평화구축만 적혀 있을 뿐”이라며 “그 과정 중 비핵화와 미사일 처리에 대해서는, 문건에 명시돼 있지 않다”고 했다.

그리하여 그는 “원문대로면 미국은 상호신뢰와 평화 체제 구축 기간 동안,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잠정 인정해 준 셈”이라 비판했다. 이는 “트럼프의 외교적 실수”라며, 태 공사는 이번 2월 27일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의 행동을 분석해 이유를 제시했다.

그는 “보통 정상 회담장에는 공식 석상과 식사장이 붙어 있다”며 “식사와 포도주로 분위기가 풀리면, 다시 회담장에서 좋은 방향으로 협상을 유도하는 외교 관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하노이 회담에선 트럼프는 식사도 안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에게 비공식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묵살 당했다”며 “이는 트럼프가 하노이 회담을 애초부터 결렬시키려 했던 의도”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그는 “하노이 회담에서 어떤 결과로 합의된다면, 싱가포르 합의문의 연장성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트럼프는 회담을 결렬시킨 것”이라 분석했다. 그래서 그는 “싱가포르 합의문을 묵과하기 위한, 트럼프의 외교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가 싱가포르 회담이 외교적 실수였단 걸 자인했다는 셈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반응도 태 공사는 설명했다. 태영호 공사는 “3월 2일 김정은 위원장은 ‘회담이 성공했다’고 노동신문에 대서특필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북한 외교 역사상 회담에 나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첫 케이스”라며 “이는 외교적 실패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 꼬집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의 북한 핵 폐기 요구는 북한 근본 이익에 배치된다. 따라서 미국과의 장기간 대치를 위해 핵보유국의 지위를 유지 할 것“이라 했다.

한편 태 공사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취하게 될 외교적 스탠스도 예측했다. 먼저 그는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개발을 복구하기 위해 ‘영변 핵 시설 포기’ 카드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도 빌려 “트럼프 반응도 무시할 수 없기에, 하노이 회담에서 담판 지을 것”도 밝혔다. 때문에 그는 김 위원장이 “영변 핵 시설 포기만으로, 원산 관광 랜드 개발권을 미국으로부터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원산 명사십리에 과도한 자금을 투입해, 호텔 170동을 건설했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남한 정부와 협상으로 금강산 관광 제재를 풀려 해다”면서 “동해선 기차를 연결시켜 원산 관광 랜드에 남측 관광객 유치를 하려했다”고도 밝혔다. 남측 영변 핵 시설 포기로 미국의 자금지원·금강산 개발을 기대하며, 김 위원장은 국가 부채로 건설을 강행한 것이다. 여기에 태 공사는 “트럼프의 재선 문제도 걸려 있기에, 북한은 충분히 영변 핵 포기만으로 미국에게 지원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덧붙였다.

그러나 태 공사는 “김 위원장의 기대와 달리, 하노이 회담은 결렬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김 위원장은 북한 내부에서 지위가 상당히 위축됐다”며 “당분간 회담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김 위원장은 체면을 세우기 위해 푸틴에게 찾아갔다”며 “그래서 김정은의 주장대로 ‘단계적 비핵화 합의’에 대한 동의를 받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미사일 발사를 통해 북한은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라 덧붙였다.

그렇다면 과연 금년 김 위원장의 외교적 행보는 어떻게 될까? 태 공사는 “하반기에는 분명 회담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단계를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 합의와 단번 이행에 기초한 비핵화”라며 “김정은 위원장은 단계적 합의와 이행에 기초한 비핵화”라고 전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에 기초한 비핵화”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부분적 제재 완화가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 시킬 것으로 생각 한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태 공사는 “김정은의 외교적 노림수”를 덧붙이며 논지를 전개해갔다. 그는 “김정은은 ‘영변 핵 시설 포기+ 우라늄 은폐 핵시설 공개’를 묶어 카드로 제시할 것”이라 예상하며, “이를 북한은 크게 포장해 새로운 협상에 나설 것 같다”고 했다. 즉 그는 “일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은폐했다는 걸 인정하는 형식”을 “대대적인 북한의 외교적 양보로 홍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위원장은 다음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노려, ‘영변+다른 은폐 핵시설’을 굉장히 큰 선물로 과대 포장해 제시할 것”이라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트럼프도 북한에게 ‘은폐된 핵 시설 공개’를 얻었다는 것”으로 “성공적 협상이라 광고해, 다음 재선에 임할 것”도 예상했다. 동시에 그는 “그 와중 시간을 벌어 북한은 여전히 핵보유국 유지를 굳건히 할 것”이라 덧붙였다.

때문에 태영호 공사는 “단계적 비핵화는 안 된다”라며 “오직 북한에게는 완전한 비핵화만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단계적 비핵화를 제시한다면, 그 과정 동안 북한은 여전히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 부분에서 그는 “남북 교류를 통한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 내는 외교 전략”을 비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대대적 경제 지원을 통해 북한을 정상국가로 복구시킨다는 생각”은 “결국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선언에 다름 아니”라고 강조했다. 만일 그는 “북한이 정상국가가 된다면, 결국 김 위원장은 자기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는 세습체제가 무너지고, 권력을 이양해야 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결단코 핵을 포기 하지 않을 것”이라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김 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세습 체제의 붕괴”라며 “끝까지 폐쇄적 국가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핵무기 그에게 있어 필수”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스위스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이라며 “이는 민주주의와 독재의 말로를 정확히 안다”고 전했다. 때문에 그는 “김 위원장은 독재자의 흥망성쇠 과정을 무엇보다 잘 알기”에 ”어떻게든 세습 체제를 유지하는 방법도 잘 알 것“이라 역설했다.

선통협 태영호 공사 초청 발제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질의시간도 이어졌다. 한 선교사는 “한국 교회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북한의 향후 10년 체제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태영호 공사는 현재 북한의 경제 시스템에서 ‘통일을 위한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북한은 표면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표방하지만, 실은 장마당을 통한 자본주의 시스템로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회주의 시스템으로는 공장 가동이 불가능하다”며 “대부분 장마당 시스템으로 북한 경제가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암묵적 경제 자율화가 장마당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재차 말했다. 그런 만큼 그는 “돈을 밀수꾼들에게 많이 풀어, 그들이 물건을 많이 밀수해 장마당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유도하는 방법”또 제언했다. 따라서 그는 “개인의 경제적 자율화를 확대한다면, 어느 순간 경제적 권리 요구도 확대될 것”이라며 “뒤 따라 북한 주민들은 적극 사회·정치적 권리 주장에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 강조했다.

특히 그는 “튀니지에서 발생한 아랍의 봄도, 주민들의 경제적 권리에서 사회적·정치적 권리로 변환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즉 그는 “튀니지 국민들이 경제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사회적·정치적 민주주의를 요구한 셈”이라고 역설했다.

예로 그는 2009년 북한에서 이행된 화폐 개혁의 실패를 제시했다. 그에 의하면 이 때 김정은은 후계자로 지목되자, 북한 경제 회복을 화폐의 평가절하를 제안했다. 그렇게 공포정치로 평가절하를 강제로 이행하고, 경제가 돌아갈 것이라 예상했지만 경제는 생물이었다. 다시 말해 태 공사는 “갑자기 평가 절하되면서 화폐가 휴지 조각이 된 것”이라며 “암묵적으로 주민들은 집에 화폐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생수를 장마당에 400원 팔았는데, 국가가 4원에 팔라고 평가절하 한다”면 “장마당에 물건을 팔지 않고, 창고에 보관해 둘 것”이라 전했다. 당시 그는 “당시 장마당 시스템은 중지됐다”며 “김정은은 실패의 책임으로 한 노동당 비서를 총살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북한 공포정치도 주민들의 경제적 권리를 누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태 공사는 ‘주민들의 경제적 권리 회복’이 북한 주민들에 의한 ‘체제 전복’을 이끌어 낼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왜냐면 그들의 민주주의·자유에 대한 갈망은 경제적 권리 보장에서 증폭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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