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겸 의사평론가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겸 의사평론가 ©이명진 원장 제공

Memento Mori (죽음을 생각하라) !!
메멘토 모리의 유래를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다. 고대 그리스시대에 승전한 장군이 귀환했을 때 승전을 축하해주는 퍼레이드 행사가 있었다. 이때 승전장군의 바로 뒤에서 하인이 메멘토 모리를 외치도록 했다. 승전 축하 퍼레이드를 하는 기쁜 날 뒤에서 죽음을 생각하라고 경고의 말을 하는 기이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살아있을 때 죽음을 생각하고 삶을 낭비하거나 교만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짧은 문구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살아있을 때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최근 대한민국에 메멘토 모리를 생각나게 하는 영화가 개봉됐다. < 교회오빠 >다. 언뜻 제목만 보면 달달한 로맨스 영화 제목 같지만 눈물을 쏙 빼는 슬픈 영화다. 영화를 보며 슬픔을 가루지 못해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죽음과 이별, 신앙, 갈등....무겁게 가슴을 누르며 생각이 흐름이 정지되고 무너지는 느낌마저 든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죽음에 대한 생각과 영화의 내용을 잘 정리하기 힘든 무게감 있는 작품이다. 마치 욥기를 읽고 정리가 힘든 것처럼....

고난하면 욥을 많이 생각하게 되고 또 욥의 고백을 많이 인용한다. 이 영화의 첫 번째 이야기는 욥기를 보여주며 시작된다. 교회오빠는 성경의 욥과는 또 다른 현시대의 욥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죽음 앞에서 말기 암과 싸우며 신앙을 지키기 위해 온 몸으로 몸부림치는 교회오빠 이관희 집사의 신앙투쟁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단절의 슬픔, 저항 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 신앙을 지키기기 위해 외로운 길을 가는 천로역정의 모습이 있다. 대장암 4기 진단과 어머니의 죽음, 사랑하는 아내의 혈액 암 4기 판정... 수술과 항암치료 그리고 재발....재수술과 항암치료, 좌절과 재기 그리고 정금 같은 모습으로 성숙해가는 교회오빠의 모습이 담겨있다. 죽음을 수용하는 성숙한 신앙인 <교회오빠와 그의 아내의 신앙고백>이다.

교회오빠의 극심한 고통을 통해 예수님의 마음을 알게 해 준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시며 하나님과 끊어지는 단절의 아픔을 느끼신 예수님의 고통을 교회오빠가 느끼고 있다. 영화에 표현되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향한 아비의 사랑과 책임, 기도를 들을 수 있다. 차라리 자신이 모든 고통과 아내의 암까지 떠안고 가고 싶어 하는 희생의 사랑과 애틋한 마음을 볼 수 있다. 마치 사랑하는 자녀들을 살리고 싶어 인간의 모든 죄를 떠안고 돌아가신 예수님의 마음이다. 교회오빠는 암성통증의 극심한 통증에도 마약진통제 맞기를 거부했다. 마약진통제로 인해 몽롱한 정신으로 말씀 묵상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전심을 다해 온전한 정신으로 말씀을 붙잡고 있다.

영화의 두 번째 이야기는 교회오빠의 죽음을 통해 각 사람에게 신앙과 죽음에 대해 질문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말기 암과 죽음이라는 상황 속에 신앙인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죽음을 앞 둔 교우를 옆에서 지켜보며 아픈 그들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생각을 정리해 준다. 교회오빠 주변 사람들은 말기 암에 걸렸을 때 주님이 꼭 살려주실 줄 믿고 기도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잘 정리 할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있다. 문제의 해답을 찾기 보다는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하는지 알려 주고 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시간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교회오빠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구원의 확신을 확고히 하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하고 있다. 하나님 앞에 회개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한 평생 지켜주시고 인도해 주신 은혜에 감사의 고백을 하고 있다. 가족과 사랑하는 이웃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공유하면서 그 동안 용서하지 못했던 것들을 서로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있다. 육신은 암으로 고통스럽지만 교회오빠의 영혼은 평안하게 죽음의 문을 지나 주님을 만나고 있다.

믿음은 죽음의 공포를 넘어서게 한다. 주님의 사랑은 우리에게 믿음과 확신을 준다. 주님의 사랑은 모든 것을 넉넉히 감당하고 모든 일에 감사 할 수 있는 마음을 부어 주신다. 고난은 우리에게 유익을 준다. 우리의 죄를 깨닫게 해주고 구별된 삶으로 인도해 주신다. 어떤 고난은 시간이 지난 후에 그 깊은 뜻을 알 수 있고 어떤 것은 하늘나라에 갔을 때에나 알 수 있는 것도 있다. 우리가 아는 것은 내게 주신 모든 것이 내게 유익한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를 향한 선한 목자의 뜻이기에 좋은 일이나 안 좋은 일이나, 가난 할 때나 병들었을 때에도 모든 것이 다 우리에게 유익되는 일인 것을 고백한다. 교회오빠를 통해 세상 끝 날까지 함께 해주시는 주님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 (롬 8 :38,39)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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