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1년 연기되거나 공제한도 올릴듯

정부는 반발… 당정 갈등 불붙나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당초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1년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 대선을 앞둔 여야가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과세 유예를 적극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공제 한도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는 한번 결정한 과세를 번복하는 것은 정책 신뢰성 측면에서 옳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5일 관계부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이날 열리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국회에서는 가상자산에 세금을 매기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차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연 2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세율 20%를 적용해 분리 과세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코인거래소를 대상으로 하는 현장 방문 컨설팅을 진행했고, 관련 전산 시스템 개발도 마무리 단계다.

기본적으로 내년 과세에는 시스템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과세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미흡한데다가, 정의조차 내리기 어려운 가상자산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등 12인은 소득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암호화폐의 종류, 금융 상품으로서의 법적 정의도 모호한 상태에서 과세부터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고 개정안 제안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시행일을 1월1일에서 2023년 1월1일로 1년간 유예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금융 투자 소득과 마찬가지로 5000만원을 기본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3억원 이하에서는 100분의 20을 3억원 초과에서는 100분의 25의 세율을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여당도 비슷한 의견이다. 지난 7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소득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2022년부터 시행하기에는 과세 체계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아 과세 시점을 늦출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가상자산 거래는 주식 거래와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5000만원까지 공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같은 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가상자산 과세를 1년 유예하고 공제 한도를 대폭 상향하겠다는 공약까지 내 건 상태다.

정치권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만큼 세법 개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법을 고치는 것은 국회의 권한이기 때문에 정부의 동의 여부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과세 유예는 여야 모두 동의하는 상황이다. 현재 제출된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공제 한도 확대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정부 내부에서는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세법을 바꾸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올해가 두 달이 남았는데 그 안에 법을 고치게 되면 투자자 혼란이 커지고 시장 과열 문제도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여야가 합의 하에 결정하면 정부가 딱히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와 관련된 견해를 다소 강한 어조로 밝힌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얼마 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여야가 합의해서 가상자산 과세를 준비했는데 유예를 동의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20개국(G20)을 보니 13개 국가는 과세하고 4곳은 준비 중이고 3곳은 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여야가 합의한 취지나 과세의 필요성을 보면 저는 예정대로 과세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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