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환 목사   ©LA연합감리교회

어느 칼럼집에서 읽은 글입니다. 여자가 늙으면 필요한 것 다섯 가지가 있답니다. 돈, 딸, 건강, 친구 그리고 찜질방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반백년을 함께 해로한 남편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남자에게도 늙으면 필요한 것 다섯 가지가 있는데, 부인, 아내, 집사람, 와이프(wife) 그리고 애들 엄마라고 합니다. 결국 한 사람인 것입니다. 가볍게 유머로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글입니다. 실제로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내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집니다. 특별히 은퇴를 하고 모든 전권이 아내에게 넘어간 순간부터 남성의 모든 복지와 안녕은 "전능하신 아내"의 손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힘이 있을 때 아내에게 좀 더 잘 할 것을!" 후회해 보지만, 언제부터인지 싸늘하게 굳은 아내의 표정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얼굴입니다.

요즘 급부상하는 신조어 중의 하나가 "은퇴남편 증후군"(Retired Husband Syndrome. RHS)입니다. "황혼이혼"의 주범 1위입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늦게 돌아오던 듬직한 남편이 은퇴 후에 이렇게 급변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하루 종일 아내를 따라다니며 미주알고주알 간섭합니다. "시어머니의 분신"이며, "공포의 파자마맨"입니다. 게다가 사소한 말에도 쉽게 토라지고, 분노하고, 눈물 흘리는 "정년 미숙아"입니다. 24시간 거실에 누워서 빈둥거리는 "공포의 거실남"이 되기도 하고, "놀아줘"와 "밥줘"를 삼시세끼 외치는 "미운 삼식이"로 전락합니다. 놀라운 의술과 사회복지의 발전으로 고령화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노부부 간의 갈등은 이제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각되었습니다. 은퇴 후에도 평균 40년을 더 함께 살아야 합니다. 노부부들의 화목 문제는 "남북한의 평화 공존의 문제"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제처럼 보입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싫어도 인정해야 합니다. 황혼은 "여자가 남자를 안아야 할 때"(예레미야 31:22)입니다. 마음과 삶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지금도 강한 줄 착각하지 말아야 하고, 과거에 당했다고 대갚음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젊었을 때부터 서로 존중하며 잘 지내왔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만약 정나미 떨어지는 짓만 하면서 지내 왔다면 용기를 내서 변해야 합니다. 이제는 어깨동무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일도 분담하고, 서로 묻고, 확인하면서 삶을 나누어야 합니다. 예전에 결혼 주례를 할 때 신랑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결혼은 항상 세 명의 여자와 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여자,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본래의 여자, 그리고 나와의 결혼으로 인해 바뀌어가게 될 미래의 여자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일 것입니다. 아직도 긴 여정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서로 노력하며 사랑을 키워 나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여전히 가슴 설레게 하는 미래의 멋진 배우자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아름답고 행복하게 끝까지 해로하는 부부들의 모습! 이 시대가 보고 싶어 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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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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