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
박명수 박사. © 기독일보DB

[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한국교회사학연구원(원장 이양호 박사)이 최근 제210회 월례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발표자인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가 역사교과서 문제를 들고 나와 관심을 모았다.

박명수 교수는 "한국사 교과서,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현행 역사교과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에서 발표했다. 그는 "현재의 한국사 학계가 한국 근대사에 나타난 기독교의 역할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현행 한국사 교과서가 왜 문제인지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박 교수는 현행 한국사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건국과정을 바로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역사교과서는 대부분 해방 후 한국사의 출발점을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에 두고 있는데,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는 중경 임시정부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국내의 공산당 지하혁명 세력을 중심으로 해서 인민대표자 대회를 열고, 인민위원회를 만들어서 인민공화국을 만들려는 반 대한민국, 반 임시정부의 세력"이라며 "정작 해방 직후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며 민주국가를 건설하려고 한 사람은 송진우인데, 이런 사실은 교과서에 강조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또 박 교수는 "현행 역사교과서가 이승만 박사의 단독정부 수립 주장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이미 북한이 정권을 만들어서 남조선을 공산화하려는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추상적인 통일만 이야기 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떻게 출현할 수 있었을까"라며 현행 역사교과서는 이러한 역사적 상황 설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고 이야기 했다.

박 교수는 "현행 역사교과서가 해방 후 북한의 역사도 바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현행 한국사 교과서는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는 자세하게 다루면서 북한의 민족주의 세력 조만식에 대해서는 매우 간단하게 그 이름만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현행 한국사 교과서가 과연 어떤 역사책을 쓰기를 원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세력은 축소하고, 진보적 민주주의, 혹은 인민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세력은 옹호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더불어 "현행 역사교과서는 미군이 인민공화국을 해산시킨 것은 크게 다루고, 소련이 조만식의 건국준비위원회를 강제로 인민위원회로 만든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군이 행정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 총독부의 일부 관료를 잠시 유임시킨 것은 중요하게 다루면서 소련이 북한에 와서 부녀자를 강간하고, 재물을 약탈해 간 것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면서 "만일 해방 직후 미군이 박헌영의 인민공화국을 그냥 놔두었으면 오늘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박 교수는 "현행 한국사 교과서가 해방이후 한국사를 실패의 역사로 본다"고 지적하고, "해방 후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통일정부의 수립이라고 보고 이것을 위하여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 미소 공동위원회, 김구/김규식의 남북협상, 단독정부를 반대한 제주 4/3사건등을 들고 있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국한 배경이 되는 송진우의 임정봉대론, 이승만의 귀국, 신탁통치반대운동 등은 거론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행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건국과정은 부정적으로 서술하고, 오히려 대한민국의 건국을 반대했던 그룹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 교수는 "현행의 역사교과서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지적하고,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국가라는 것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된다는 정신위에서 세워진 나라로, 여기에는 가난한 사람도 포함되지만 부자도 포함되는데 이런 것들이 제대로 가르쳐지지 않기 때문에 소위 민중사학이 나온다는 것이다. 덧붙여 그는 "한국사 교과서는 조선시대에는 건국이념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에 대해서는 분명한 설명이 없다"고도 했다.

이러한 주장들을 근거로 박명수 교수는 ▶대한민국을 한민족의 정통성을 계승한 자유민주국가로 인식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역사학자들과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서술해야 한다 ▶대한민국 역사를 세계사와의 관계 속에서 설명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 역사를 새롭게 쓰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대적인 역사편찬작업을 해야 할 것 등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현재 한국사의 국정화를 놓고 한국사회가 양분되어 있고 심지어 서로 상대방을 인신공격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는데, 이는 잘못된 현상으로 오히려 역사교과서 문제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다시 한반 확립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이미 헌법정신에서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잘 설명해 놨는데, 좌우의 이념대립을 해야 할 나라가 아니라 1948년 제헌헌법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선포했다"면서 "한국사회는 여기에서 이론이 있어서는 안 되며, 다양성도 바로 이 범주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지금 대한민국이 좌우의 갈등에 빠져 있다면 그 근본적인 책임은 대한민국의 헌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정부에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역사교과서 논쟁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그러면 오히려 현재의 논쟁은 대한민국의 발전의 기초가 될 것"이라 이야기 했다.

한편 박명수 교수는 그동안 역사교과서에서 기독교 특히 개신교의 공로에 비해 그 비중이 너무 작다는 것에 주목하고, 역사 교과서 내 개신교의 위상 제고를 위해 노력해 온 대표적인 교회사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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