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중심으로
마음이 간다
아프지 말라고
어루만진다

몸의 중심은
생각하는 뇌가 아니다
숨 쉬는 폐가 아니다
피 끓는 심장이 아니다

아픈 곳 !

어루만져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처 난 곳

그곳으로
온몸이 움직인다

- 정세훈 시인 (1955~)

NCCK 정전협정 간담회
(왼쪽부터) 전 성공회대 권진관 교수, 한완상 전 통일부장관, NCCK 나핵짐 화해통일위원장, 연세대 홍정호 겸임교수이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이날 포럼 논찬시간에 NCCK 나핵집 화해통일위원장은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 교회 지도자 모임 마지막 순서에 낭독된 시라며 이렇게 전했다. 그는 “세계의 중심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 아픔의 중심인 한반도이다”라며 “아픔의 중심을 치유하지 않으면 세계 평화는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판문점이 아픔의 중심 인만큼 이 아픔의 중심을 세계교회가 같이 끌어안고 갔으면 좋겠다”며 한완상 위원장의 발제에 화답했다.

정전협정(1953.7.19.) 65주년을 맞아 19일 오후4시 기사연 이제홀에서 ‘평화체제이후의 한반도와 북한 선교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기념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완상 전 통일부 장관이 ‘평화시대의 한반도 미래 구상’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발제에 앞서 “우리민족의 곪아터진 트라우마의 근원은 지난 100년 간 강대국의 각 국전에 의해 대한민국의 주권과 영토와 말과 사상과 예배와 국민을 빼앗긴 일제강점기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진보 신학자들은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강탈당함을 얘기하지 않아 불만이라 전한 그는 “민족적인 트라우마 속에서 남북 간 통일이 현실이 될 수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신학적 관점을 가져야 하는가”라고 되묻으며 “한국 신학계는 지금 평화 신학이 절박하다”고 말했다.

한완상 전 통일부 장관이 제시한 평화 신학의 4가지 테두리로 창조, 성육신, 케노시스, 평화이야기를 뽑았다. 첫 째로 한완상 위원장은 창조 사건을 뽑았다. 그는 “창세기에서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동물과 인간이 같이 푸른 초장에서 풀을 뜯어먹는 그 광경의 여섯째 날을 대단히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소가 뜯어먹는 풀을 사람도 같이 먹는 광경에서 ‘갑질’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갑질’이 제도화되기 전 모든 생명체는 힘의 강약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에덴은 을과 갑이 같은 음식을 한상에 둘러 앉아 먹었던 샬롬의 공동체였다”고 전하면서 “그러나 샬롬이 깨지던 순간은 사자가 양을 잡아먹는 갑이 을을 착취하는 순간 이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악의 문제를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은 기독교에서 오랫동안 정착돼온 속죄론의 영향이 있었다”며 “죄라고 하는 것은 빚진 상태인고 빚을 탕감 받음으로 빚을 속죄 받을 수 있지만 악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기도문에서 ‘악에서 구해주옵소서’는 악은 구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악에서 ‘건져달라’는 의미를 내포 한다”며 “악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거대한 괴수”라고 전했다. 그는 “사자가 소를 물어뜯을 때 발생되는 악에 대한 성찰이 진보신학계에서 부족했다”며“우리 역사 백년간의 트라우마를 해소할 수 있는 키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한완상 위원장은 성육신 사건을 뽑았다. 그는 “성경이 증언해 주는 바는 하나님은 왕궁에 태어나서 왕자로 오신 것이 아니라 말구유에서 태어나셨다”며 이것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사회경제적인 탐구가 진보신학계에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가복음 2장을 예로 들면서 “밤을 새면서 비정규직 노동을 20시간 동안 하는 양치는 목자에게 하나님의 천사가 나타나서 ‘지금 구세주가 태어났다‘고 선전했다”며 “’왜 천사는 바리새인, 사두개인이 아닌 들판에서 노동하는 목동에게 얘기 했는가‘에 대한 신학적 물음을 던져야 한다”면서 “바로 예수님 자신이 로마라는 삼중적 착취 구조 속에서 태어나셨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자와 양이 같은 풀을 뜯어먹었던 샬롬이 깨진 결과가 ‘악’이라면 예수님은 그 어두운 곳에 태어나셔서 평화를 전하셨다”며 “예수님은 성전에 안가시고 바로 베데스다 연못에 가셨던 이유는 돈이 없어 병을 고칠 수도 없고 사회에서 꼴찌 중 꼴지, 한(恨)이 제일 많이 서려있는 트라 우마의 극치였던 ‘38년 된 병자’를 찾아가셨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예수님은 어느 사회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사람들을 끝까지 밥상 공동체에 초대하셨다”면서 “그런 사람들을 세상과 바리새인들은 죄인이라 손가락질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에게 ‘너희는 자유인이고 평등하다’라고 말씀하시며 같이 밥을 먹고 말씀을 가르쳐 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이 바로 성육신으로 오신 예수님”이라고 역설했다.

나아가 그는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첫 설교는 이사야 61:1-2절이었다”며 “여기서
예수님은 2절의 보복을 뜻하는 신원의 날을 빼셨는데 이 지점에서 하나님 나라 운동의 본질을 드러내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수 하나님 나라 운동은 신원과 보복이 없는 곳이며, 죄 지은면 그대로 벌 내리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조건 없이 용서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전했다.

NCCK 정전협정 간담회
한완상 전 통일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세 번째로 한완상 위원장은 ‘비움의 신학’을 제시했다. 그는 “예수님의 삶은 곧 케노시스 곧 비움의 삶 이었다”며 “자기 비움의 드라마틱한 절정은 바로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의 과정 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은 빌라도에게 자기의 무죄를 입증하지도, 십자가에서 자기변명도 하지 않으시고 침묵을 지키셨다“며 “이 지점에서 남북 관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 자기를 괴롭히는 로마 병사들을 향해 ‘저 사람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 하는지 모르니, 저들을 용서 하소서’라며 원수사랑을 실천하셨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예수님은 선제적 전쟁, 선제적 폭행이 아닌 너희들이 못과 창으로 나를 공격하더라도 나는 선제적으로 원수사랑을 실천할 것이다“라는 비움의 정신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비움의 정신 곧 원수 사랑의 실천으로 북한을 품어야 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그는 “진보신학계에서 강조해야 할 부분은 ‘왈(Saying)’이 아닌 ‘실천(Doing)”이라며 “공자 왈 맹자 왈 보다 예수님의 삶은 너무나도 감동적인 ’두잉‘의 삶이셨다”면서 “예수님이 왕이라면 취임식을 하셔야 하는데, 언제 취임식을 하셨나 보면 바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시면서 원수 사랑을 실천하신 때”라고 주장했다.

네 번째로 한완상 위원장은 ‘부활’을 꼽았다. 그는 “요한복음 21장 보면 예수님은 유령의 모습이 아닌 깊은 절망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와 고기잡이 생활을, 장기노동을 했지만 물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제자들에게 물고기 잡이를 친히 도와주는 몸으로 부활하신 하나님”임을 강조했다.

또 그는 “부활한 예수님은 밤새 노동을 해도 소득이 없는 절망한 제자들을 찾아와 그물이 찢어지도록 물고기를 잡도록 도우셨고, 직접 빵과 생선을 구우셔서 배고픈 제자들에게 직접 조반을 차려주셨다”며 “절대 귀신이 아닌 따뜻하고 평화적이고 인간적인 밥상을 차려주시는 부활 예수셨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유령은 동아시권에서 위로가 아니라 겁을 주는 존재”이지만 “예수님은 십자가 죽음 이후 유대인 때문에 무서워 떨었을 제자들에게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 지어다’를 3번이나 말씀하신 따뜻한 예수님“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셨는데, 창세기에서 흙을 빚으시고 생령을 불어넣으셔서 아담을 만드신 것처럼 창세기와 부활의 신학은 ‘생령’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창조와 부활의 내러티브가 분리되면 역사의 어려움을 고치는 동력이 안 나온다”며 “창세기에서 하나님의 숨으로부터 창조가 일어났고 아담의 범죄로 망가진 세상에 다시 예수님의 숨을 통해서 정글 같은 세상을 선으로 재창조하게 하는 것을 본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그는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우라’는 로마서 12:20절을 인용하며 발제를 마무리 했다. 그는 ”같은 교회 다니는 사람들 중에도 ‘교회가 악의 축인 북한을 도와준다“고 마구 증오를 발산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며 “이는 절대로 부활 예수의 마음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부활 예수를 통해 기존의 제도권 교회를 뛰어 넘어야 한다”며 “한국의 모든 신학과 교회가 샬롬(평화)의 이름아래 서로 손을 서로 배우는 분위기가 생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 권진관 성공회대 교수, 연세대 홍정호 박사, NCCK 나핵집 화해통일위원장의 논찬이 있은 후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NCCK 정전협정 간담회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김영주 원장이 마이크를 들고 말하고 있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첫 번째로 70대 중반 예장통합 소속의 한 목사는 한완상 위원장에게 질문했다. 그는 “남북 관계 보다 지금 남한 안에서는 전쟁 세계이다”라며 “이는 바로 촛불과 태극기간 대결”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저는 촛불 집회 가서 8시간 동안 기도했고 태극기 집회에 가서도 기도 했는데, 촛불이 이기도록 또는 태극기가 이기도록 기도하지 않았다”며 “아스팔트에서 서로 피 흘리지 말아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4.19혁명 때 광화문에서 시위 현장에 있었다”고 전했다.

두 번째로 70대 어느 노(老)목사는 “6.25 전쟁을 통해서 상처받은 사람이 너무 많다”며 질문을 시작했다. 그는 “대한민국에는 좌익에 의해 희생당한 우익, 우익에 의해 희생당한 좌익이 있다”며 “우리 민족의 원죄는 분단을 거치면서 싸우지 말았어야 하는데 서로 싸웠고 죽이지 말아야 하는 상대을 죽인 것이 원죄”라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민족적 회개 운동이 필요하다”며 “민족 구성원 가운데 상처가 너무 많으며, 응어리진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국민 회개운동을 제안했다.

‘평화체제 이후의 한반도와 북한 선교 방향’을 주제로 한 정전협정 65주년 기념 간담회는 많은 참석자들의 토론으로 열기를 더하며 오후 6시에야 겨우 끝났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 종합일간지 '기독일보 구독신청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