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포럼은 현재의 한반도 위기를 엄중하게 생각한다. 북한은 핵개발을 향해 폭주하고 있다. 남북 평화와 협력의 마지막 거점인 개성공단이 닫혔다. 남북관계는 다시 과거 냉전시대로 돌아갔다. 온 국민의 염원과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 온 개성공단이 하루아침에 허물어지는 작금의 현실에 우리는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 이 실패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과거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권이 교체된 지 8년이 경과한 이 시점에서 정부가 대북정책의 실패를 전 정권에게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분아니라 자신의 실패에 대한 변명도 되지 못한다.

현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처에 대해 강력한 국민적 비판이 일어나자,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이 주장이 곧 허위로 드러나긴 했지만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실로 어이없는 자해성 주장까지 내놓는 태도에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태도 못지않게 우려스러운 것이 야당의 태도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통일외교 분야의 책임 있는 인사가 한 방송인터뷰(2월 17일)에서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에 대해 "필연적이며" "비난만 할 수는 없다"고 발언하는 등 야당으로서 정체성마저 의심케 하는 발언을 하였다.

'북한 궤멸' 발언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 여러 사정이 있겠으나 공당의 대표는 자기 발언의 외교적 맥락과 국가정책상의 함의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혹자는 지금 야당이 '안보는 보수'라는 입장을 취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계산이라고 평가하기도 하나, 현재의 국내 상황은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라 평화를 둘러싼 상식과 비상식간의 충돌이라고 본다.

야당은 '선거 승리'도 추구해야 하지만 동시에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이 땅에서 평화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이 묻고 있다. '도대체 박근혜 정부와 야당이 무엇이 다르냐?'고,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무엇이 달라지겠느냐?'고.

국민의당의 최근 태도 또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햇볕정책'도 달라진 정세를 반영해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햇볕정책이 북의 핵무장을 초래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단정은 '원점'을 잘못 잡은 것이다. 야당의 지도인사라면 그간의 남북관계 진행에 대해 좀더 정확하게 인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접촉을 통한 변화'와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이라는 원칙 자체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책임 있는 야당이라면 화해와 협력을 통해 통일을 지향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지키고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사태에서 보듯이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기 위해 왜곡되거나 심지어 허위적인 주장들도 남발하고 있다. 그리고 취약한 언론 환경 속에서 이 주장들이 국민 속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악화된 언론 현실에서 야당은 정부의 왜곡과 허위를 밝혀내고 올바른 사실을 국민에게 전달할 책무가 있다. 특히 개성공단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이득이 되며, 그를 중단함으로써 어떤 재앙이 닥칠 수 있는 지, 국민에게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야당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책무를 게을리 한 채, 정부의 왜곡과 허위를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는 그를 합리화해주는 발언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두 야당이 지금의 비상국면에서 역사와 국민 앞에 남북관계와 통일에 관한 당의 정신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최근의 혼선에 대하여 사과하고 책임 있는 후속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2016년 2월 18일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임동원ㆍ백낙청

* 외부 기고 및 칼럼, 성명과 논평 등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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