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기 선교사들의 신앙과 선교 전략을 재조명하고 한국교회의 미전도종족 선교 방안을 모색하는 포럼이 열렸다.

한국전문인선교협의회(KAT)와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는 4일 오전 10시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 강당에서 '한국 초기 선교사들의 신앙과 선교전략'을 주제로 제2회 한반도선교포럼을 진행했다. 1백여 명의 선교단체 관계자, 선교사, 대학원생이 참여한 이 날 행사는 서동찬 교수의 사회로 ▲강승삼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의 '성경적 상황화 신학관점에서 본 한국선교 130년 자신학화 발전개관' ▲김재성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초기한국개신교 선교의 역사적 의의, 알렌의 의료선교활동을 중심으로' ▲김홍만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존 네비우스 선교정책의 신학적 재평가'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를 한 후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최한우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개회사에서 "선교지, 특히 이슬람권에 가보니 목회자 선교사들이 조직신학, 역사신학, 선교신학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하는 것을 본다"며 "이 세 가지 신학은 선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인데, 오늘 오신 교수님들이 세 분야의 권위자"라고 말했다. 그는 "이 포럼을 통해 선교에 대한 우리의 신학적, 성경적 안목을 기르고, 장기적으로는 사역의 역량이 배양될 것이라 믿는다"고 기대를 전했다.

상황화 선교신학, 어떻게 하나

강승삼 교수는 이날 성경적 상황화 신학관점에서 본 한국선교의 자신학화의 발전에 대해 소개했다.   ©이지희 기자

이날 강승삼 교수는 한국교회 선교 130주년을 기념해 성경적 상황화 신학 이론과 선교현장에서의 상황화 사례, 성경에서의 상황화 사례 등을 소개했다. 강 교수는 "선교현장의 종교와 세계관, 문화가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선교사가 직면하는 문제도 다양하다"며 "아무리 현지어에 능통하다 해도 직면한 상황을 잘 숙지하고, 성경적인 방법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신학에 대해 '성경의 계시와 인간 상황에 대한 가교를 건설하고자 하는 신학개발 작업의 선교행위'라 정의하고, "쉽게 말하면 성경적 진리를 선교현장의 실제 생활에 적용하여 개발, 실천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상황화 신학이 개발된다"고 설명했다.

상황화 선교신학의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른 성경관이다. 강승삼 교수는 "상황화 신학에서 성경은 모든 문화의 잣대가 돼야 한다"며 "'성경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다'는 것이 아닌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는 성경관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경관에는 4가지가 있는데, 인간의 이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때만 믿는 '자유주의 신학의 성경관', 나의 영성으로 깨닫지 못하는 부분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하지 않는 '신자유주의 신학의 성경관', 성령이 깨닫게 해주시는 말씀이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성령께서 깨닫게 해주지 않는 부분은 말씀으로 시인하지 않거나 침묵하는 '신정통주의 신학의 성경관',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성경관 등이다.

상황화 선교신학을 위해 선교사가 문화를 대하는 태도도 타문화 배격의 태도, 무조건적 수용의 태도, 존중적 수용의 태도로 나눌 수 있다. 타문화 배격의 태도를 견지하면 현지에서 복음에 배타적이 되거나, 복음을 받아들여도 삶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이중신앙인격자가 양산돼 결과적으로 문화에 맞는 성경적 상황화가 이뤄지기 어렵다. 또 무조건적 수용의 태도는 혼합주의적 복음을 초래하여 성경적, 비판적 상황화를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존중적 수용의 태도는 "하나님의 인간문화에 대한 태도이고, 성경적 태도이며 상황화 선교신학이 형성되는 기초가 된다"고 강 교수는 말했다.

한국교회 역사 속 상황화 된 실천신학 사례

제2회 한반도선교포럼 참석자들이 주제강의를 듣고 있다.   ©이지희 기자

강승삼 교수는 유교, 불교, 샤머니즘 등의 영향을 받은 한국문화의 특수성에 맞게 상황화한 사례를 들었다. 유교문화권에서 남성과 여성의 자리를 구분해 놓은 '기역(ㄱ)자 예배당'이나 휘장으로 가운데를 나눈 예배당, 나눔 정신의 미덕과 자립정신으로 진행된 '성미 쌀 제도', 연말연시 무당, 점쟁이가 동네를 돌며 심방하던 샤머니즘 문화에서 승화된 한국교회 '대심방 제도', 불당에서 새벽염불을 드리는 대신 새벽 제단을 쌓는 '새벽기도회', 체면문화권에서 항존직인 '장로제도', 제사 대신 '추도예배', 준공 및 착공, 이사 시 미신의례 대신 '감사예배', 돌 및 회갑감사예배 등이다.

강 목사는 "이러한 사례는 실천신학 현장에서 나온 것이지, 신학자나 선교사가 정해준 것이 아니다"며 "물론 한국문화에 맞는 의식신학의 개발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추수감사절기를 한국의 추석명절과 관련시키거나, 한국적 곡조에 가사를 붙인 찬송가를 만들었다면 기독교 신앙이 더욱 민중의 뿌리 깊숙이 들어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수 중심의 공동체' 관점에서의 이슬람권 상황화

강 목사는 이슬람권 상황화에 대해 소개하며 "근간에 고무적인 일은 무슬림과 벽을 쌓고 살던 현지 교회들이 무슬림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며 "미전도종족 선교의 영향으로 자신의 종족 내에 머물러 있던 전도활동이 타종족, 특히 무슬림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복음 전도가 자유롭지 않은 이슬람권에서의 선교 방식은 존 트라비스의 C스케일(C-Scale) 중 예배 시 종족언어를 사용하는 C2, 의상, 음악 등 기타 전통을 사용하는 C3 방식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강 목사는 "그러나 최근에 와서 이런 방식의 상황화 적용은 혼합주의 사상이 들어올 수 있으며, 제자양육, 교제, 교회 사역을 위한 신앙 공동체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특별한 대안은 없지만, 요즘 몇몇 신학자들이 무슬림의 회심을 유도하기 위해 성경과 꾸란의 예언자를 연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 중동 선교현장에서의 상황화 사례

강승삼 교수는 이날 성경적 상황화 신학관점에서 본 한국선교의 자신학화의 발전에 대해 소개했다.   ©이지희 기자

이 외에도 선교현장의 다양한 상황화 사례들이 있다. 이슬람 영향으로 일부다처제 사회제도가 있는 아프리카의 경우 교회 내 일부다처 문제는 논란거리다. 아예 기성 복음주의 교회에서 치리 당한 일부다처주의자들이 모인 독립교회도 있다. 강 목사는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는 하나님만이 아시지만, 예수를 믿는 그들에게 구원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제가 나이지리아에서 사역할 때에는 세례 문답 시 자녀들은 꼭 일부일처를 만드는 것에 대답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아프리카에서 포도가 생산되지 않아 포도색이 나는 꽃잎으로 주스를 만들어 성만찬을 하는 사례, 모든 성도가 참여하는 예배 형식, 아프리카 음악풍의 찬송과 예전, 현지식 교회 건물과 건축 헌금 모금 방식 등을 상황화 사례로 들었다. 강 목사는 또 "타민족과 해외에 8천여 명의 선교사를 보낸 나이지리아 교회의 선교사들이 곡식, 장작 등을 트럭에 가득 싣고 다니며 나눠주는, 그들에게 맞는 상황화 사역을 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중동에서는 주일예배 대신 금요일에 주일예배를 드리는 사례, 라마단 기간 기독교 공동체가 무슬림을 위한 기도운동을 진행하는 사례, 교회 집회의 자유가 없는 지역에서 소규모 비밀 셀교회를 운영하는 사례를 상황화 사례로 들었다.

나아만과 엘리사의 사례를 중심으로 성경의 상황화 사례를 소개한 그는 "결국 선교의 동기는 사랑"이라며 "타문화에서 좋은 점을 존중하고, 그들의 필요를 파악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믿는 기독교가 옳고, 당신이 믿는 종교는 올바른 종교가 아니다'는 식의 종교적 논쟁은 백해무익하다"며 "성경의 진리를 그들이 읽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능하면 하나님의 능력 제시가 가장 효과적인 진리전파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알렌, 네비우스 등 초기 선교사 사역에서 얻는 교훈

김재성 교수(좌)와 김홍만 교수(우)   ©이지희 기자

한편 김재성 교수는 이날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들어온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는 바로 미국 북장로회 소속 알렌 선교사였다"며 "올해는 1884년 알렌에 의해 개신교 선교가 시작된 지 만 130주년이 되는 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알렌 선교사에게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기억하고, 각 지역에 선교적 사명을 가지고 나가는 것이 하나님의 역사 속에서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재조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하이오주 델라웨어 제일 장로교회에서 의료선교사의 꿈을 품게 된 알렌은 중국 선교사로 어학공부를 하던 중 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미국 북장로회 선교부가 임명한 조선 선교사 존 헤론보다 앞서 1884년 9월 조선 땅을 밟았다. 김재성 교수는 "알렌은 균형 잡힌 안목으로 활약한 외교관이자 평신도 선교사로, 의료사업과 교육을 통해 낯선 외국인에 대한 조선인들의 거부감을 존경과 경외심으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1885년 4월 입국한 언더우드, 아펜젤러를 비롯한 후속 선교사들의 사역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김 교수는 "알렌과 초기 선교사들은 오직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복음을 증거했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이 있다는 것을 전파하기 위해 열정을 다했다"며 "이들을 통해 주신 복음으로 일제하에 멸망으로 치닫던 한국이 다시 희망을 얻었고 자주 독립과 번영을 획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알렌 선교사가 사역 25주년을 맞이하던 1909년 풍전등화 같은 한반도의 미래를 바라보며 던진 메시지는 '선교사들만이 한국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이라며 "이는 지금의 한국에서도 동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통일을 기대하며 준비하는 긴박한 현실 세대에서도 역시 복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며 "우리도 초기 선교사들처럼 복음의 능력을 의존하여 신실하고 참된 진리의 세계를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김홍만 교수는 존 네비우스 선교사의 자립, 자치, 자전의 원리를 적용한 한국교회의 성장을 소개하며 "한국선교 130주년이 되었지만, 한국선교에 원리를 제공해준 네비우스 정책과 원리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이것이 담고 있는 신학적 내용과 의미에 대해 전혀 연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네비우스 정책과 원리는 그가 교육받았던 프린스턴신학교와 관련돼 있고, 그가 속한 미국 장로교회의 구학파 신학과도 관련이 있다"며 "그의 신학적 배경을 깊이 연구해야 오늘날 이 시대 선교를 위한 적용점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네비우스 정책과 원리가 가진 신학적 함축성에 대해 김홍만 교수는 ▲선교지에서 교회를 개척할 때 위선자의 양산을 막아야 교회가 경건의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설립된 교회의 회원이 되는 세례교인은 반드시 참된 회심을 경험한 자여야 한다 ▲진정으로 회심한 자들을 얻기 위해 회심의 여부를 시험하고 확인해야 한다 ▲회심한 자들 가운데 자국민 교회의 지도자로 세우기 위해 성경연구로 철저하게 훈련시켜야 한다 ▲회심한 자들 가운데 자국민 교회의 지도자로 세우기 위해 성경연구로 철저히 훈련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들로 자국민 교회를 돌보게 한다 ▲설립된 교회가 전도와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경건의 능력을 소유해야 한다 ▲선교지에서 개척 사역은 어려운 것이므로 오직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것을 구해야 한다. 열매를 맺고 성장을 이루는 것은 성령 역사이므로 성령이 부어주는 부흥을 추구하고 갈망해야 한다는 것 등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러한 네비우스의 원리가 가진 신학적 내용은 시대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적합한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한국선교 130주년을 맞아 네비우스 정책과 원리가 한국교회를 강력하게 세운 것같이 한인 선교사들이 그 신학적 의미를 파악하고 적용하여 선교지에서도 동일한 역사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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