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통연대 이사장 박종화
평통연대 이사장 박종화 목사가 발제하고 있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8월 20일부터 역사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됐고, 9월은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한반도 평화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고자 평화통일연대는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28일 오전 11시 숙명여대 앞 명신플라자 4층 효리카페에서 ‘다시 찾아온 한반도 평화 국면, 한국교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평통연대 사무총장 윤은주 박사, 평통연대 이사장 박종화 목사, NCCK 화해통일원장 나핵집 목사, 한국교회총연합회 사무총장 신평식 목사가 참여했다.

첫 번째로 평통연대 이사장 박종화 목사가 ‘다시 찾아 온 한반도 국면에서의 한국교회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발제했다. 그는 “남북이 최소한 적대적 공생관계나, 이를테면 바람직한 평화적 공존을 유지하면서 서로의 차이와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밑바탕을 깔아야한다”고 전했다. 이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상생하는 통일의 틀을 만들어 가는 등 평화담론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남한교회가 북한을 대하는 태도는 우선 ‘원수를 갚는 일은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고, 동시에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 12:17,21)는 말씀처럼 부활 승리 복음을 적용해야 함”을 촉구했다. 또한 그는 “우리 남한 교회는 북녘 동포들에게 ‘주님이 주시는 은혜의 해를 선포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며, 포로 된 사람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는’(이사야 61:1)마음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그 동안 한국교회는 우리 교회 확장에만 매몰됐지만, 이제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삶 속 구석구석에 깊고 높게 세워야 한다”며 “교파난립으로 인해 교회 건물 세우기 같은 경쟁구도를 북에 이식하려는 시도를 버리고, 타락한 맘몬주의 신앙을 전파하려는 계획은 시도조차 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하나님 나라는 결국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와 평화와 기쁨’(롬 14:17)”이라며 발제를 마무리 했다.

두 번째로 NCCK 화해통일위원장 나핵집 목사는 ‘남북 교회 교류 협력의 의미와 역할’을 놓고 발제했다. 그는 독일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의 “‘교회는 잊고 하나님 나라를 붙들어라, 그러면 교회가 너희 곁에 있을 것이다’”라고 인용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한국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놓치고, 우리 교회 확장에만 매몰됐기 때문에 그 위상이 추락한 것 아닌가”라며 되물었다.

이어 그는 지금 까지 NCCK가 북한 교회와 교류하고 있는 상황을 간략하게 보고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NCCK 주도 하에 남한 교회는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KCF)과 1984년 도잔소 프로세스 만남을 계기로, 1986년 스위스 글리온부터 본격적인 만남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그는 “한반도 에큐메니칼 포럼을 만들어 NCCK는 북한교회와 교류하며 동시에 세계교회와 연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2014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WCC 70주년 기념 개최 대회 때, 교황의 방문으로 북쪽과 남측 교회 대표가 접견했다. 그는 “접견 이후 2014년 WCC에서 남북은 공동으로 기도문을 작성했으며, 지금까지 함께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북한 선교의 방향성도 제시했다. 그는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KCF)은 사회봉사를 통해 북한 사회에 순기능을 하는 방향으로 남측이 선교해 줄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 사회주의 헌법 제 5장 68조는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어, 종교건물 짓는 것을 허용하지만 종교를 통해 외세를 끌어 들이거나 북한사회질서를 해치는 부분은 용납되지 않는다”며 단순한 복음 전도를 지양해줄 것을 당부했다.

현재 NCCK 주도하에 남한교회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교회를 지원하고 있다. 예로 평양신학교, 북한 봉수 교회 빵 공장 건립 추진 등이 있다. NCCK 화해통일위원장 나핵집 목사는 “대북 지원 단체들과 NGO 단체들, 나아가 복음주의권 교회 까지 포함해 남북교회 협력을 모색하는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포럼은 ‘남북교회협력단 발족식’으로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30일 오후 1시 반에 개최된다.

평통연대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평통연대 사무총장 윤은주 박사, 한교총 사무총장 신평식 목사, NCCK 화해통일위원장 나핵집 목사, 평통연대 이사장 박종화 목사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이어서 보수와 진보 교단을 아우르는 한국교회총연합회 사무총장 신평식 목사는 한교총의 통일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제목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이다. 그는 “현재 남북 간 평화의 분위기와 대화의 흐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아가 남북 간 교류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강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와 한국교회는 북한을 적으로 상정하고 제압하는 승패 방식을 채택해 왔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현재 한국 교회 안에서도 북한을 향한 뿌리 깊은 불신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나아가 북한과의 대화와 인도적 지원 자체를 불가 하는 입장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조급하게 통일을 얘기하기보다 전쟁반대 평화공존을 견지하면서, 북한과 상호공존의 틀을 만들고 대화 국면에 돌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북한의 체제 붕괴보다,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북한 체제의 아킬레스건인 북한 수용소 문제까지 논의가 확장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한국교회는 현재 나무심기, 의료품지원 등 NGO 단체와 협력을 통해 제한적이나마 인도주의적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별히 신 목사는 “한국교회의 실질적인 북측 창구는 ‘조선그리스도교연맹(KCF)’”이라며 “NCCK가 독점적으로 조그련과 교류했던 단일창구에서, 한 걸음 나아가 한교총은 NCCK와 함께 창구 단일화를 이뤄 남북 교회 협력을 함께 추진해 가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나아가 신 목사는 “한국교회는 남북관계의 정치적 진전을 위해 인내심을 갖고 기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관계 문제는 다층적 사안이며 사안을 단순화 시켜 북한에 단순히 복음 전하는 것을 지양하고, 교회와 복음이 사회 속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한다”고 전했다.

질의응답 시간도 있었다. 신평식 목사에게 “북한과 상호공존 방식으로 통일을 풀어가는 방향을 견지한다면, 동시에 북한 체제의 아킬레스건인 북한 수용소 문제를 묵인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 어떻게 북한 수용소 인권 문제를 동시에 풀어갈 수 있을지” 질문이 던져졌다.

이에 신평식 목사는 “어떤 권력이든지 여유가 생기면 논의할 사안도 확장 된다”며 “민주화 이전 남한 정부는 권력 유지 하는데 여유가 없어 총체적 인권을 얘기 할 틈이 없었지만, 민주화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인권을 많이 강조하는 분위기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측 입장에서 포로수용서 문제는 감춰진 문제이며, 북한 정권을 향해 수용소 문제로 압박해 들어가지 말고 여유를 주고 풀어주는 방향으로 시간을 충만히 가지면서 북한 정권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북한 수용소 인권 문제 또한 남한의 민주화된 국민과 정부에 들어섰기에, 여유를 가지고 이 사안을 논의 할 수 있게 됐다”며 “수용소 얘기를 꺼내는 것은 조금 이른 시점이며 우리 한국교회는 직선적으로 북측에 수용소 문제를 논의하기보다, 시간을 가지고 남북 간 교류 협력을 강화하고 자유 서신을 주고받으며 경제 교류를 두텁게 하는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평통연대 사무총장 윤은주 박사도 발언했다. 그녀는 “인권의 지평은 폭넓은 개념이며, 북한 수용소 문제 같은 특정 인권만을 계속 주장한다면 북한과의 교류 협력에 있어 어리석은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쉬운 것부터 풀어가면서, 나중에 어려운 것을 논의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찬자로 참석한 희망정치시민연합 최은상 사무총장은 “죄를 영적 차원에서 소멸시키면서, 평화통일을 이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박종수 교수 또한 “진보는 북한의 수용소 인권문제를 침묵하는 경향성이 있다”라며 “일반 정치가 하지 못하는 이 부분을 교회가 적극적으로 터치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한국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의 팽팽한 평행선을 교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은 오직 교회밖에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평통연대 사무총장 윤은주 박사는 “보수와 진보가 하나 되는 연습 과정의 일부분으로서, 보수 한교총과 진보 NCCK 교단이 함께 협력하는 오늘 이 자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라며 기자간담회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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