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칼바르트 학회(회장 김명용)가 '2012년 제1차 정기학술 발표회'를 개최했다. 10일(토) 오전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미국과 독일에서 공부한 신진학자들을 초청, 칼바르트 신학의 새로운 연구동향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 가운데 이상은 박사(장신대)는 "신학적 윤리와 철학적 윤리의 관계에 대한 바르트의 입장: 윤리학 강의(Ethik, 1928) 서론을 중심으로"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상은 박사는 "인간의 선한 행위의 기준으로써의 윤리의 정초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계속적인 질문의 대상이 되어 왔다"고 말하고, "특별히 근대 계몽주의 이후 자연과적학 세계관의 발전과 그에 따른 합리적 세계관의 요구 속에서 신학적 윤리의 자리에 대해서는 특별한 질문이 제기됐다"며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직면해서, 계몽주의 이후 많은 신학자들 특히 19세기 슐라이에르마허의 전통 이후 신개신교 학자들에게 있어서는 신학적 윤리와 철학적 윤리 사이의 관계설정이라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이들이 제시한 대답 중 많은 부분에서, 바르트는 윤리를 위해 신학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거나, 혹은 그러한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 같은 양상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보며, 궁극적으로는 철학적 윤리에 신학적 윤리가 삼켜지는 것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문제의식에 입각해서 바르트는 그의 뮌스터 시절의 윤리강의(1928)을 통해 신학적 윤리와 철학적 윤리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되어야 할 것인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이미 바르트는 1922년 일련의 윤리강의를 통해, 특별히 "오늘날에 있어서의 윤리의 문제"(Das Problem der Ethik in der Gegenwart, 1922)을 통해 계몽주의 시대로부터 유래해 온 인간중심적인 윤리적 정초를 비판하며 변증법적 신학의 기반 위에서 예수 그리스도 중심의 시각으로 윤리적 기반을 세워 나가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리고 1927년 출판된 '그리스도교 교의학'에서 교의학의 정초가 '하나님의 말씀'에 기반을 두고 전개되어야 함을 분명히 했던 바르트는 1928년의 윤리강의를 통해서 윤리에 있어서도 슐라이에르마허적 전통에 입각한 인간중심 신학적 자세에 대해 분명한 비판을 제기하며 윤리의 정초는 '하나님의 말씀'에 기반을 둘 때에만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바르트는 "신학조차도 하나님의 말씀에서 어긋나면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역으로 '그리스도교적'이라는 대상을 위해 기여하는 학문으로써의 자기확인을 갖고,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가능성'으로써의 대상을 연구하고 기여하게 될 때, 철학적 윤리도 신학적 윤리와 함께 그리스도의 시녀로써 함께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박사는 "바르트는 뮌스터 시대의 윤리학 강의, 특히 신학적 윤리와 철학적 윤리의 관계를 조명함을 통해서 윤리의 질문과 대답의 자리는 인간중심성의 신학에서 찾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실존을 향해 오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박사는 "하나님의 말씀에 인간이 '청종'하는 자로 행동할 때, 인간은 선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말하고, "인간은 어디까지나 윤리의 주체로서 설 수 없고 단지 하나님의 말씀을 청종하는 자로서 말씀의 현실성 안에서 행위의 선함의 가능성을 얻게 된다"며 "그것은 사변적인 인간중심적 신학이나 철학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 선 인간 실존에게 주어질 수 있는 윤리적 선의 가능성"이라고 전했다. 또 "이러한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트는 창조, 화해, 구원에 관한 말씀으로, 즉 이러한 삼위일체적 구조 아래에서 윤리강의를 전개해 나간다"고 말하고, "이러한 삼위일체적 신학에서 하나님의 말씀 그 자체인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에 서며,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스스로를 하나님의 피조물로, 은총 받은 죄인으로, 하나님 나라를 물려받은 자로서 미래적인 구원받은 자로,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요구 받은 자로 스스로를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리의 정초를 세움에 있어서, 신개신교 신학이 갖고 있는 불분명한 자세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 윤리적 정초에 있어서 분명한 자리매김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점에서 '신학적 윤리'와 '철학적 윤리'의 관계에 대해 바르트가 제기했던 비판과 '말씀의 신학'에 입각한 입장의 천명은 가치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논찬자 오성현 박사(서울신대)는 "애초에 사람들은 바르트에게 윤리적인 기대를 크게 걸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고, "오히려 하나님의 세계내재성, 역사내재성을 강조하는 신학의 유형들이 현실문제의 참여를 말하기 쉽고, 역사적 책임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쉽게 보인다"며 "반면 하나님의 세계초월성과 주권성을 강조하는 바르트 신학은 현실적인 문제에 참여하면서 윤리적 소임을 다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신학의 내적 구조상 어려워 보일 거라고 지레짐작하기 쉬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동시에 바르트가 '독일교회 투쟁'에 직접적이고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독일민족사회주의에 맞서 싸웠고, 히틀러에 대한 전쟁을 주변국에 독려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오 박사는 "이런 그의 행동, 그의 윤리적 판단은 그의 신학으로부터 어떻게 가능한지, 바르트의 고유한 신학적 특성을 그대로 간직한 윤리학은 어떤 모습일 수 있을지 하는 문제는 바르트 신학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관심사"라고 했다. 또 "발표자 이상은 박사는 바르트가 윤리학의 유일한 토대를 하나님 말씀에 둠으로써, 인간 행위의 선의 척도에 대한 질문('무엇이 선인가?')에서만 머물지 않고, 인간의 선한 행위의 현실적 실재성에 대한 질문('선이 어떻게 실행되는가?')까지 나아가고자 했던 바르트 윤리학의 구성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평했다.

한편 이 날 행사에서는 이상은 박사의 발표와 오성현 박사의 논찬 외에도 박형국 박사(장신대)가 "종교를 추구하는 계시: 한국의 다종교의 맥락에서 읽는 바르트의 종교 담론"이란 제목으로 발표했으며, 황돈현 박사(서울중앙신대)가 논찬을 전했다. 칼바르트 학회는 오는 6월 인천내리감리교회에서 제2차 정례발표회를 갖는다. 제2차 정례발표회는 칼 바르트의 교회론에 대한 칼빈 신학의 관점과 웨슬레 신학의 관점을 발표해 듣고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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